이대호, 영양가 논란과 4번타자의 진가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09.04 06: 21

올 시즌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 이대호(32)는 팀의 122경기에서 모두 4번타자로 출장하고 있다.
입단 직후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당시부터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은 "이대호는 4번타자다. 수비 포지션은 상황에 따라 1루를 보거나 지명타자로 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이대호에게 중심타자라는 중책을 맡겼다.
이대호는 지난 3일 기준 타율 3할9리를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 안타수는 팀내 나카무라 아키라(151개)에 이어 리그 2위(149개)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대호에 대한 시선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2할3푼4리로 팀내 7위를 기록 중인 득점권 타율 때문이다. 타점(55점) 역시 팀내 4위다.

붙박이 4번타자의 이른바 '영양가 논란'은 최근 한 일본 언론이 "소프트뱅크 수뇌부가 이대호의 낮은 득점권 타율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기사를 내면서 한동안 더 불붙었다. 4번이라면 잘 칠 수 있는 능력 뿐 아니라 주자를 불러들일 만한 효과적인 타격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일본 야구평론가 이케다 치카후사(55)는 2일 '더 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대호가 4번으로서는 타점이 적지만 3번인 우치가와 세이치가 타점을 다 가져가는 이유도 있다. 이대호는 타율 3할을 계속 유지 중이다. 4번으로서의 신뢰도도 높고 1루를 지켜주고 있다. 계속 4번을 달고 있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며 이대호를 옹호했다.
공교롭게도 이 기사가 나온 다음날 이대호는 리그 2위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경기에서 1-2로 뒤진 4회 동점 솔로포를 터뜨린 데 이어 2-3으로 다시 리드를 내준 6회에는 2루타를 터뜨린 뒤 동점 득점을 기록하는 등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팀은 오릭스를 꺾고 2.5경기차 선두를 수성했다.
이대호는 지난 14일 라쿠텐전 이후 20일 만에 홈런을 기록했는데 최근 치열한 선두권 다툼 중인 오릭스를 상대로 터뜨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팀은 덕분에 반 경기차 추격의 위기를 벗어나 승차를 벌렸다. 팀과 일본 야구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는 4번타자로서의 역할을 해내며, 기대에 부응하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일본 야구계는 팀과 언론 모두 선수가 잘하면 극찬을 아끼지 않지만 부진하면 냉철한 독설을 날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고액 연봉자들과 외국인 선수들이 그 주요 대상이다. 이대호가 냉정한 일본 야구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현실에 적응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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