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 뉴 SM7 노바, ‘새 차’보다 ‘새 각오’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4.09.05 11: 17

한때 한국 철수론까지 일면서 침체일로에 있던 르노삼성자동차가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작년말 도심형 CUV QM3를 출시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지난 7월에는 SM5 디젤을 출시해 ‘연비’를 중시하는 중형차 소비자들에게 ‘실용성’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작년말부터 일기 시작한 변화의 기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플래그십 모델인 SM7에도 손을 댔다.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SM7 노바’를 내놓고 ‘새로운 별’이 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노바(Nova)는 라틴어로 ‘신성(新星)’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부터 르노삼성자동차가 보여준 일련의 과정은 글자 그대로 ‘변화’에 가깝다. 글로벌 경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혁신’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한 게 현실이다. QM3는 르노자동차의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 된 완성차를 수입하는 형태이고, SM5 디젤은 기존의 SM5에 르노의 1.5 dCi 디젤엔진을 얹어 출시한 차량이다. QM3와 SM5 D는 동일한 엔진을 쓰고 있다. 뉴 SM7 노바도 디자인을 일부 손보고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몇 가지 장착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 SM7 노바를 출시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분위기는 완전한 신차 발표회장 이상이었다.
야경 좋기로 유명한 부산 해운대의 더베이 101에 야외 특별 무대를 설치하고 지난 3일 밤, 대대적인 런칭쇼를 열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서울에서 수십여 명의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내려갔고 이튿날에는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을 비롯한 르노삼성 협력업체 대표, 지역 NGO 단체장 등 200여 명을 초대해 ‘르노삼성자동차와 부산시민의 밤’ 행사를 열었다.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출시 행사의 프로그램도 색달랐다.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 씨가 나와 패션에서의 ‘댄디즘’을 소개하고 SM7 노바 디자인에 접목 된 ‘댄디’한 요소를 이끌어 냈다. 김홍기 씨는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부사장(영업본부장)과의 토크쇼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SM7 노바의 매력을 찾아내기도 했다.
뉴 SM7 노바가 공개 되는 순간에는 고급아파트 밀집 지역이라는 사정을 감안해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폭죽까지 터트렸다.
화려한 불꽃과 함께 등장한 ‘SM7 노바’는 그러나 본질적으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풀체인지는 지난 2011년 ‘올 뉴 SM7’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 부산에서 대대적인 런칭쇼를 갖고 떠들썩하게 출범행사를 할 만큼 결정적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자동차가 대규모 행사를 준비한 것은 ‘선언적 의미’를 찾고자 함이다. 르노삼성이 살아있고 펄펄 뛰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박동훈 부사장은 3일 밤의 런칭행사 말미에 “작년 말부터 르노삼성이 크게 변모하고 있다. SM7도 지난 번과는 다르게 크게 한번 시장을 흔들어 보겠다”고 했다.
시승은 웨스틴조선 호텔 부산을 출발해 울산광역시 울주군 간절곶을 돌아오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시승구간은 짧지 않았지만 시내 주행 구간이 많았고 자율 주행도 힘들어 차량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경험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3년 전 선보인 ‘올뉴 SM7’의 특성이 ‘SM7 노바’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놀라울 정도로 실내 정숙성이 뛰어났지만 여전히 구동체계의 반응은 늦은 편이었다. 스포츠 모드를 작동시키면 반응성은 현저히 높아지지만 복합연비 10.2km/l(VQ25 V6엔진)는 보장할 수 없었다. RPM 2000 이하에서 시속 80~100km의 실용주행이 가능해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연비는 더 높아질 여지가 있었다. 하체가 물러 부드러운 운행이 가능했지만 동시에 가볍다는 생각도 뒤따랐다.
디자인은 전 버전에 비해 훨씬 ‘댄디’해졌다. 차체를 이루는 라인이 많이 정돈 됐고 디테일이 강화 되면서 다소 느슨해 보이던 요소들이 탄탄하게 마감 됐다. 전 모델에서도 지적이 많았던 후면부는 한결 간결해졌다. 트렁크면으로 연결 되는 펜더의 볼륨감이 거슬리던 평면적 요소를 많이 상쇄했다.
SM7 노바에 적용 된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최첨단 통신기기이면서 이제는 보편화 된 개인 장비인 스마트 폰과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와이파이로 연결해 활용하는 장치이다.
결정적으로 SM7 노바에는 모니터만 있고 내비게이션이 없다. 내비게이션을 쓰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소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핫스팟(또는 테더링)을 켜서 와이파이 신호를 보낸 뒤 차량의 시스템과 연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T-map 같은, 각 통신사가 제공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이 차량의 모니터에 표시 된다. 내비게이션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구현 되는 음악과 동영상도 차량의 대형화면에서 그대로 연동이 된다.
이 기능은 분명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혁신적인 시도다. 하지만 왜 SM7일까 하는 질문에는 선뜻 긍정적 대답이 안 나온다. SM7이 르노삼성자동차의 플래그십 모델이고 주 타깃층 또한 40~50대 중-장년층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성급한 적용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부사장은 “뉴 SM7 노바는 한국 만을 위해 만든 차”임을 강조했다. 경쟁사 차들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차로 개발 됐지만 뉴 SM7 노바는 철저하게 한국시장을 위해서 개발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자신감에는 르노삼성자동차 내부를 겨냥한 목소리도 담겨 있다. 박 부사장은 “2011년 내놓은 차가 성공하지 못한 요인에는 르노삼성 내부의 자신감 결여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뉴 SM7 노바를 내놓은 이 시점에서는 영업사원들의 개념정립부터 새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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