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하이브리드앵글] 이동국, 결승점 도착 아닌 새 출발선에 서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9.06 08: 05

이동국(35, 전북)의 이동국에 의한 이동국을 위한 날이었다. 5956일을 기다린 대가는 꽤 훌륭했다. 결승점이 아닌 새 출발선에 섰다. 무대는 A매치 100번째 경기였다.
한국은 지난 5일 오후 8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A매치 경기서 전반 중반 선제골을 내준 뒤 이명주의 동점골과 이동국의 2골에 힘입어 3-1로 대역전승했다.
짜릿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동국이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중반 홀로 2골을 뽑아냈다. 머리로 결승골, 주발인 오른발로 쐐기골을 넣었다. 영예의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하는 날, 이동국은 그렇게 하늘 높이 비상했다.

이동국은 이날 예상대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2골을 추가해 A매치 100경기서 32골을 기록한 이동국은 차범근,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 등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9번째로 명예로운 훈장을 받았다.
이동국의 태극마크 인생은 굴곡졌다. 1998년 5월 16일 자메이카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월드컵은 아픔의 무대였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4강 신화를 TV로 지켜보며 4년을 기다렸지만 부상 암초에 걸려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절치부심,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이동국이 재기를 노린 무대였다. 신은 외면했다. 우루과이와 16강전서 1-2로 뒤지던 후반 막판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집중포화를 맞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서는 최종예선까지 활약했지만 본선행에 실패했다.
이동국의 태극마크 시계는 지난해 6월 이란전을 끝으로 1년 넘게 멈췄다. 도약대는 K리그 무대였다.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 현대의 중심이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서 11골(1위) 6도움(공동 2위)을 기록하며 '선두' 전북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태극마크는 당연했다. 멈췄던 시계가 다시 힘차게 돌아갔다.
베네수엘라전은 결승점이 아닌 또 다른 출발선이었다. 이동국의 몸이 말했고, 축구 세포 또한 그렇게 움직였다. 경험, 기량, 헌신 등 모든 면에서 국가대표와 베테랑의 품격을 선보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고, 이동국의 이름 석 자를 연호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서 이동국이 포효할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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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종합운동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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