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애봄날’ 최수영, 선입견 벗으니 배우가 보인다 [첫방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9.11 07: 00

연기자 최수영이 소녀시대 멤버가 아닌 배우로 다시 한 번 거듭났다. 두 편의 비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한 경험은 있지만, 지상파 방송 드라마에서는 처음 주인공을 맡았기에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 베일을 벗은 최수영의 연기력은 합격점을 줄만했다. 대선배 감우성과 함께 드라마 전반을 이끌어 가야하는, 여주인공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음에도 전혀 버거워 보이는 인상 없이 자연스럽게 배역을 소화했다.
최수영은 10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극본 박지숙 연출 이재동)에서 심장이식을 받은 후 새로운 삶을 사는 임상영양사 이봄이 역을 맡았다.
이봄이는 ‘오지랖’ 자질이 충분한 캐릭터로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일단 참견을 하고 보는 명랑 소녀였다. 한편으로는 심장 이식으로 새 삶을 받은 만큼 “공짜로 얻은 새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하는 악바리였다. 이처럼 나이 대에 맞는 배역을 맡은 최수영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는 돋보였다. 발음도 명확했고, 표정이나 대사톤, 흐름도 어색한 부분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명랑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정도였다.

이날 이봄이의 성격은 20살이나 많은 축산업체 사장 강동하(감우성 분)와 티격태격 인연으로 얽히게 되며 더 부각됐다. 첫 만남부터 서로를 오해해 싸움을 벌인 두 사람의 악연은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 또 강동하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봄이로 인해 우도에서 벌어진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심장을 통해 연인으로 이어질 두 사람 관계의 기초를 만들었다.
강동하가 거칠고 남자다웠다면, 이봄이는 그런 그를 당황하게 할 수 있을 만큼 대차고 밝은 성격이었다. 최수영은 다혈질 기질을 가진 이봄이의 캐릭터를 다양한 감정 연기로 소화했다. 자신을 오해하는 강동하에게 버럭 화를 내거나, 강동하의 두 자녀를 보고 울컥 눈물을 쏟아내는 등의 감정연기는 튄다는 느낌 없이 드라마 속에 잘 녹아들었다.
물론 이는 상대역인 감우성이 가진 안정감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부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최수영과 감우성의 ‘케미스트리’는 상당히 좋았다. 다양한 여배우들과 연기하며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감우성은 20살이라는 나이차가 무색하게도 최수영과 보기 좋은 어울림을 만들었다.
앞서 최수영은 '내 생애 봄날'의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향한 비판에 대해 "인식상 당연히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드라마에 잘 녹아드는 모습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시선에 대해 속상해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있을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영향을 받진 않고 잘 하는 모습으로 비판을 완화시키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연기돌'이라는 이름은 그에게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준 동시에 따가운 시선을 느끼게 만들었다.  
일반 배우들이 이름을 알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기회를 선점한 '연기돌'은 연기력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내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본인의 노력이나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을수록 그 시간은 길어지게 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날 최수영이 보여줬던 연기는 '연기돌'에 대해 가졌던 기대 이상이었다. 선입견을 떼 놓고 본다면 작품을 몇 개 찍지 않은 신인연기자 치고 잘한 편에 속했다.
한편 '내 생애 봄날'은 시한부 인생을 살던 여인 봄이가 장기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고,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남편 강동하와 아이들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멜로 드라마다. '고맙습니다', '보고싶다' 등을 통해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 연출을 보여준 이재동 PD와 '히어로'의 박지숙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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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봄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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