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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늘 똑같은 캐릭터?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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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표재민 기자] 배우 장나라(33)는 드라마에서 씩씩하게 고난을 극복하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공감 가득하게 표현하는데 있어서 독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정극 데뷔작인 ‘명랑 소녀 성공기’ 이후로 줄곧 같은 ‘캔디’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하기도 한다. 허나 정작 조금씩 다르게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믿고 보는 배우’의 수식어를 얻진 못했을 터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그동안 제가 했던 캐릭터와 겹치는지 아닌지를 따지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본다면 제가 연기한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을 수 있겠죠. 착한데 고난을 겪고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자, ‘학교 2013’에서 연기했던 교사 빼고는 다 그런 캐릭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에서 다르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동안 했던 캐릭터와 손바닥 뒤집듯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자고 제안이 들어오지도 않고요.(웃음)”

장나라는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또 다시 캔디 연기를 하며 대체 불가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챙겼다. 그가 연기하는 캔디는 언제나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

“대체 불가 배우요? 말이 안 되죠.(웃음) 전 그냥 흐름을 타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조금씩 변화하면서 완전히 다른 연기도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다르고, 같고 이런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제가 그 당시 어떤 연기를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냥 제가 연기를 할 때마다 연기가 늘었으면,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연기를 하죠. 그런데 뜻대로 잘 되진 않네요.(웃음) 제발 제가 배우로서 계속 성장을 했으면 좋겠어요.”

장나라는 이 드라마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후 임신과 유산, 그리고 아픔 끝에 사랑을 이뤄가는 김미영을 연기하며 어지간히 시청자들을 울렸다. 조인성, 공효진 주연의 SBS ‘괜찮아 사랑이야’와 이준기, 남상미 주연의 KBS 2TV ‘조선총잡이’와 경쟁을 벌였다. 방영 전 최약체 평가에도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시청률이 생각보다 안 나왔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나온 것 같아요. 방영 전에 배우와 제작진이 시청률 내기를 했어요. 만 원을 걸고 말이죠. 제작진 중에는 만 원을 버린다고 생각하고 20%를 적은 분들도 많았어요. 전 0.1%포인트 차이로 맞힐 뻔 했죠.(웃음)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좋겠지만 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제가 맡은 몫을 얼마나 잘할지 이런 게 고민인 거죠. 우리 드라마는 다행히 촬영장에서 가장 힘든 막내 스태프도 웃을 수 있는 촬영 현장에서 함께 연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장나라가 미영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어떻게 하면 공감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원작이 있기 때문에 사건이 진행될수록 어떻게 감정이 변할지 알고 있었고, 마음 속으로 그 점을 염두하고 연기했다는 것.

“미영은 평범한 여자인데, 평범한 여자를 연기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시청자들이 미영을 봤을 때 우리가 요즘 생각하는 여성의 캐릭터와 동떨어질까봐 걱정했어요. 제가 미영의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할까봐 걱정했죠. 그래서 연기를 조심스럽게 한 부분이 있어요. 남자가 봤을 때, 여자가 봤을 때, 제작진이 봤을 때, 시청자가 봤을 때의 미영을 연구했죠.”

미영은 지독히도 착한 여자였다. 때론 답답할 정도로 자책이 심한 여자. 제 아무리 착한 인물을 연기하는데 도가 텄지만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미영의 감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버거웠어요. 연기하는 것은 행복했는데 너무 착하니깐 힘든 부분이 있었죠. 자꾸 힘든 상황이 반복되니깐 연기를 하는 사람도 지치는 부분이 있거든요. 사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미영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여자가 엄마가 되고, 아기를 잃은 후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어지는 부분을 보며 다양하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미영은 요즘 현실에서 보면 바보라고 하죠. 바보가 아닌 사람이 옳은 세상인 거예요. 감독님, 작가님과 처음 만나서 밥을 먹으면서 바보가 아닌 사람이 옳은 게 세상이 잘못된 게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착한 사람이 하대를 받지 않는 세상, 그런 판타지를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했죠.”

장나라가 연기한 캔디, 미영은 다른 로맨스 드라마 속 여주인공과 달리 시청자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지 않았다. 보통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주인공이 어느 정도 욕먹기 마련인데, 미영은 오히려 공감 지수가 높다는 호평을 받았다.

“미영이 공감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죠. 절이라도 하고 싶어요. 사실 처음에는 잠도 못 자고 미칠 것 같았거든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최대한 미영을 사랑하려고 했고, 어떤 역할이든 가짜로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사실 제가 연기 기술이 뛰어난 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술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장나라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12년 만에 장혁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두 배우는 대표적인 ‘재회 커플’로 불리며 뛰어난 연기 호흡으로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완성했다.

“사실 장혁 선배님은 ‘명랑소녀 성공기’를 할 때는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어요. 선배님이 한마디 하시면 대답 정도만 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정말 촬영이 빡빡해서 화장을 지우고 씻은 후 다시 화장을 하는 일 밖에는 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서로 잘 연기를 하자는 필사의 노력은 있었죠. 대화를 많이 안 해도 선배님과 제가 잘 맞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작품에 대한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장혁이라는 배우와 함께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점수로 따지면 만점, 아니 그 이상 뚫고 나갈 수 있어요.”

장나라는 촬영장에서 장혁에게 ‘형님’이라고 불렀다. 그야말로 의형제, 의남매와 같은 관계다.

“장혁 형님은 배울 게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형님한테 많이 배우고 있죠. 연기도 그렇고,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여러모로 누군가에게 롤모델이 되기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장나라는 어떻게 보면 결혼 적령기를 지났다. 벌써 30대 중반이다. 동안에 가려진 제법 많은 나이다. 결혼에 대한 질문에 장나라는 민망한 듯 헛웃음을 지어 취재진을 웃게 했다.  

“하하. 저도 사실은 제가 이 나이까지 이러고 있을 줄 몰랐어요. 엄청 당황스럽죠. 촬영장에서 장혁 선배님, 감독님, 그리고 매니저까지 모두 1976년생이에요. 세 사람이 제게 멘토가 됐죠. 하루 단위로 생각이 바뀌어요. 어떨 때는 결혼하고 싶다가도 어떨 때는 연애도 하기 싫다가도 어떨 때는 그래도 연애는 해야겠다 싶다가도 생각이 바뀌죠. 세 사람이 제게 인생 상담을 해주고 여유를 갖게 해주고 있어요. 사실 지금은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도 정말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연기가 재밌어요. 연기가 늘 행복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최근에 더 재밌어졌어요. 결혼이 지금은 크게 하고 싶지 않은가 봐요.(웃음) 사실 허황된 계획이라고 해도 37살에는 결혼을 하고 싶어요. 계획만 그래요.”

장나라는 가수로 데뷔한 후 연기와 가수 활동을 병행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가수 장나라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장나라가 10년 전에 부른 ‘달팽이’가 흘러나오자 이를 반색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제가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지치면 몸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마지막 앨범을 발표하고 알았어요. 제 의지와 상관 없이 노래하는 게 힘들었죠.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니 무대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데 많이 떨리더라고요. 당시 편도선염을 앓고 있었는데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고요. 그래서 다시 앨범을 내지 않게 됐어요. 하지만 작품 활동을 잠깐 쉴 수 있게 되고, 노래 연습을 하고 노래를 할 수 있는 건강이 된다면 다시 한번 가수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노래하는 것은 좋거든요. 많이 노래 연습을 해서 앨범을 내고 싶죠.”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끝낸 장나라는 밀려드는 작품 제의에 현재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다수의 제의를 받고 고민 중이다. 중국에서 한류스타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장나라는 중국 활동이 자신의 배우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해외에서 연기를 하면 배우로서 많이 도움이 돼요. 일단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엄청난 훈련이죠. 팔다리를 묶어두고 연기를 하는 것과 같아요. 눈으로 연기를 하는 법을 그때 배웠어요. 중국에서 배우의 눈만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그게 성과인 것 같아서 행복했죠. 그래서 누가 해외 진출을 고민한다고 하면 전 하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장나라는 해야 할 일이 많다. 하고 싶은 캐릭터도 작품도 많다. 그만큼 연기 욕심이 많은 배우다. 장혁이라는 배우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바람에 하고 싶은 캐릭터도 장혁이 했던 ‘추노’ 대길의 여성판이라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장나라표 ‘짐승녀’가 될 수 있을지 흥미로운 소망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후 배우에 대한 주기도 짧아지는 것 같아요.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의 기간이 짧아졌죠. 연예인을 볼 때 편안하게 봐주신다면, 좀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주신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봐주신다면 더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jmpyo@osen.co.kr

<사진> 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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