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대만전 필승의지...네덜란드 쇼크 지운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9.16 06: 35

류중일 감독은 2011년 삼성 라이온즈의 지휘봉을 잡은 후 완벽에 가까운 길을 걷고 있다. 삼성 감독 부임과 동시에 최초의 통합 3연패를 달성, 삼성 왕조를 만들었고, 2011년에는 최초의 아시아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제 겨우 4년차지만 류 감독이 세운 업적은 그 누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올 시즌에도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눈앞에 있다.
하지만 옥의 티도 있다. 2013년 WBC 대표팀을 맡은 류 감독은 B조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통산 세 차례 WBC 중 최악의 성적이었다. 지난 두 번의 WBC서 대표팀은 각각 4강과 준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B조 예선서 2승 1패했으나 득실차에 따른 포인트에서 밀려 3위를 기록, 일본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첫 경기 네덜란드전에서 0-5로 패했고, 이후 호주와 대만을 모두 꺾었지만 네덜란드전 5점차 패배가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류중일 감독에게 있어 WBC는 첫 번째 실패이자 시련이었다.
 

그만큼 류 감독은 2014 아시안게임을 통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WBC보다 상대팀 수준은 떨어지지만,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하는 만큼,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승부에 절대란 없기에, 류 감독은 모든 경기서 최정예 멤버를 가동시킬 계획이다.
가장 경계해야할 상대는 대만이다. 대표팀은 오는 24일 문학구장에서 대만과 B조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대만이 최정예 멤버를 구상한 것은 아니지만, 현역 메이저리거 왕웨이청과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었다. 2013 WBC서 대표팀에 일격을 가했던 네덜란드와 흡사하다.
류 감독은 지난 14일 잠실 LG전에 앞서 2013 WBC를 회상하며 “과거에는 미국 일본 대만 쿠바 정도만 신경 쓰면 됐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승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당시 네덜란드를 상대하기 전에 비디오로 전력분석을 했었다. 경험 있는 선수가 많지 않았고, 어설퍼 보이는 선수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붙어보니 충격 그 자체였다. 선수들의 기량이 정말 대단했다. 특히 2·3루간은 절대 공이 빠지지 않았다. 이때 네덜란드 유격수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골드글러브를 탔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덜란드에는 메이저리그 특급 유망주들이 많았다. 안드렐톤 시몬스를 비롯해 젠더 보가츠, 조나선 스쿠프 내야수 3인방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고 있다. 특히 시몬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수비를 자랑하며 지난해 풀타임 주전으로 올라섰고,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처음에는 외야수 앤드루 존스, 블라디미르 발렌틴 정도가 주목받았으나 네덜란드 전력의 핵심은 내야진이었다. 한국 타자들이 강한 타구를 날려도, 네덜란드 내야수들이 이를 가볍게 처리했고, 한국은 무득점에 그쳤다.
대만도 그렇다. 150km를 던지는 좌완 왕웨이천 외에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많다. 류 감독은 “대만 타자들이 미국에서 야구를 배워서 그런지 굉장히 공격적인 스윙을 한다고 하더라. 투수도 연구해야 하지만 타자들도 집중분석할 계획이다”며 “타자들의 스윙 궤적을 면밀하게 관찰해 최고의 선발투수 카드를 선택하겠다. 타자의 스윙과 투수의 팔 스윙만 어느 정도 맞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다짐했다. 류 감독은 대만전 선발투수로 김광현 양현종 원투펀치를 놓고 고려하는 물론, 의외의 카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류 감독은 지난 15일 대표팀 출범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은 항상 감격스럽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입었지만 감독으로서는 두 번째다. 첫 번째였던 WBC는 예선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야구팬 여러분께 죄송했었다. 이번에 두 번째로 입게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은 16일 잠실구장 훈련을 통해 본격적인 금메달 사냥 준비에 들어간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