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날아가는 공인구’ 홈런 군단 한국에 유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17 06: 12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야구 대표팀이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아시안게임 공인구 적응은 그 첫 걸음이다. 그런데 공인구가 한국에 결코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홈런의 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 미즈노사의 공인구를 사용한다. 각 업체의 공인구마다 실밥, 야구공 크기, 그리고 반발력이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공인구 적응은 매우 중요하다. 그간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대회마다 다른 공인구에 비교적 쉽게 적응했다는 게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이번 대표팀도 16일 공식 훈련부터 미즈노사의 공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며 적응에 애를 쓰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미즈노사의 공인구를 쓰지 않은 만큼 선수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법하다. 특히 공을 직접 던져야 하는 투수들이 그렇다. 하지만 적응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는 것이 선수들의 이야기다. 양현종(KIA)은 “익히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류중일 감독도 16일 훈련이 끝난 뒤 “예전에 쓰던 것과 비슷하다”라면서 일단 큰 이질감은 없음을 드러냈다.

투수들이 적응에 애를 먹지 않는다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처음으로 미즈노사의 공인구를 쳐 본 타자들은 대부분 “국내 공인구보다 조금 더 멀리 날아가는 느낌”이라며 첫 소감을 밝혔다. 반발력이 상대적으로 좀 더 좋다는 의미다. 기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류 감독 또한 “미즈노가 조금 더 잘 날아가는 것 같다”라며 선수들의 감상을 거들었다.
그렇다면 타선으로서는 득이 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타자들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번 대표팀에는 언제든지 담장 밖으로 공을 넘길 수 있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현재 대표팀에는 올 시즌 홈런 1·2위인 박병호와 강정호(이상 넥센)이 포진하고 있다. 박병호는 확실한 4번 타자고, 강정호는 손가락 상태만 괜찮다면 역시 중심타선에 들어갈 것이 유력한 선수다. 홈런 5위인 나성범(NC) 또한 주전 가능성이 높아 홈런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전형적인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전형적인 중·장거리 타자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인 시각이다. 반발력이 좋다면 평소 펜스 앞에 떨어질 것도 좀 더 날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표팀 구성원 대부분은 올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선수들의 일발장타력이 발휘된다면 좀 더 편하게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
구장 상황도 ‘홈런쇼’를 기대하게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문학구장과 목동구장에서 나눠 열린다. 목동구장은 국내 경기장 중 대표적인 ‘홈런 구장’이다. 여기에 우리가 주로 사용하게 될 문학구장 역시 경기장 규격이 그리 큰 경기장은 아니다. 좌우 폭이 짧아 역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으로 이름이 높다. 구장 상황에 공인구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대만과 일본에 비해 전체적인 타선의 힘이 강한 우리에게 실이 될 것은 없을 전망이다. 이처럼 환경이 나쁘지 않다고 가정할 때, 결국 우리의 준비 자세에 모든 것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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