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강정호 변수, 김상수 존재감 커지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17 10: 07

대표팀 부동의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던 강정호(27, 넥센)가 아직까지는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플랜B’도 중요해졌다. 김상수(24, 삼성)에 대해 걸리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강정호는 이번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핵심 멤버다. 주전 유격수는 물론 중심타선 포진도 예상된다. 류중일 감독은 상황에 따라 강정호와 김현수(두산)를 5·6번 타순에 번갈아가며 배치한다는 심산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주전들의 뒤를 받치는 임무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대표팀의 명실상부한 핵심으로 나머지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올 시즌 성적에서 보듯이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손가락 상태가 딱 하나의 근심이다. 강정호는 지난 8월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홈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다쳤다. 당초 몇 경기만 쉬면 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큰 부상은 아니었다. 정밀검진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회복이 더뎌 9월 1경기도 뛰지 못한 채 대표팀에 왔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라며 강정호를 무리시키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도 강정호의 몸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강정호의 손가락 상태부터 확인했다. 류 감독은 “침을 맞은 자국도, 주사를 맞은 자국도 있더라”라면서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일단 대회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게 류 감독의 생각이다. 류 감독은 현재 페이스가 다소 더딤을 인정하면서도 “(출전은) 된다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강정호 스스로도 대회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강정호가 대회 전까지 최상의 몸 상태와 감을 찾아오는 것이다. 대표팀은 이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무리해서 뛰면 스스로에게나, 대표팀에나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강정호가 이상 징후를 보일 때, 혹은 휴식 시간을 대비해 대안 마련은 분명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류 감독이 주목하는 선수는 김상수다. 류 감독은 만약 강정호가 뛰지 못하거나 휴식을 취해야 할 상황을 가정하는 질문에 대해 “안 되면 김상수가 있다”라고 단언했다. 김상수가 강정호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목소리였다. 당초 내야 멀티 자원을 염두에 두고 선발한 김상수는 본 포지션이 유격수로 강정호의 자리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다.
장타력은 강정호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김상수 또한 태극마크를 단 대표 선수다. 기본적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는 의미다. 준수한 수비력에 올 시즌 도루왕을 향해 달려가는 빠른 발이 있다. 강정호처럼 중심타선에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다른 방면에서 대표팀에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2013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국제 대회 경험도 장점이다.
단기전은 마운드를 비롯한 수비력 등 세밀함의 싸움이다. 대만이나 일본도 우리를 상대로는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투수를 내보낼 것이 확실시된다. 방망이의 무차별 폭격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기본을 지켜야 하고 내야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포지션에 걸리는 부담은 커진다. 강정호가 라인업에서 빠져야 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김상수의 몫이 적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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