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대만 전력 살핀 대표팀, 경계령 발동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19 10: 14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이하 아시안게임)에 나설 야구 대표팀이 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복병이 될 대만에 대한 ‘현미경 해부’를 시작했다. 대만의 전력을 살핀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감보다 신중함을 먼저 내세우고 있다.
대표팀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이 시작되기 전 모든 선수들이 숙소에서 약 1시간가량 대만 대표팀의 영상을 지켜봤다. 이 영상에는 대만의 골격을 이루는 선수들의 특징이 빠짐없이 담겨져 있었다. 특히 대표팀과의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세 명의 투수들은 집중적인 분석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아무래도 타선보다는 우리가 공략해야 할 투수들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경계의 뜻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투수들은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운을 뗀 뒤 “대부분의 선수들이 미국에서 뛰거나 나갔다 들어온 선수들이라고 들었다. 유망주니까 미국에 나가지 않았겠는가. 검증된 선수들이라고 봐야 한다”고 냉철하게 바라봤다. 과거 대만 투수들이 힘으로만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일본 투수들과 비슷하게 변화구 구사 능력과 볼끝이 좋아졌다는 게 대표팀의 자체 분석이다.

이번 대회 대만 대표팀은 최정예 전력이 아니다.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부분 빠졌다. 가장 지명도 높은 선수인 천웨인(볼티모어), 그리고 올 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유망주 왕웨이중(밀워키) 등이 대표적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구단의 동의가 없어 명단에 들지 못한 이들이 몇몇 있다. 하지만 그래도 경계해야 할 선수들은 있다는 평가다. 돌다리도 두들겨봐야 한다.
현재 대표팀이 주목하는 투수는 미네소타 산하 싱글A에서 활약 중인 후즈웨이와 클리블랜드 산하 루키팀에서 뛰고 있는 장샤오칭이다. 두 선수 모두 150㎞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변화구 구사 능력 등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은 후즈웨이가 준결승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24일 예선 두 번째 경기에 나설 공산이 큰 장샤오칭 역시 낯선 투수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
이 선수들의 공을 영상을 통해 본 대표팀 타자들도 경계감을 숨기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이 150㎞에 이르는 빠른 공 자체는 높게 평가했다. 여기에 변화구 구사 능력도 괜찮다는 것이 대체적인 감상이었다. 이번 선발 선수 중 대표팀 경력이 풍부한 축에 속하는 김현수(두산)는 “공이 빠르고 구질이 조금 지저분하더라”라고 했고 손아섭(롯데) 또한 “빠르고 제구도 된다. 확실히 치기 쉬운 투수들은 아니었다”고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기본적으로 최정예 명단은 아니기 때문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올림픽 등 지난 맞대결보다는 낫다는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 2012년 아시아선수권 당시 대만과 맞붙은 경험이 있는 이재원(SK)은 이번 대회에 나설 대만 몇몇 투수들의 기량은 높게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 대회 때는 우리가 0-6으로 졌다. WBC 멤버들이 대거 나서 선수들의 기량이 좋았다”라면서 “이번 대표팀은 전반적으로 2012년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수준으로 본다”라고 솔직하게 비교했다.
한편 타자들의 경우는 해볼만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격적인 성향에 힘이 좋은 선수들이 더러 포진해 있는 것은 위협적이지만 변화구 대처 능력에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낯선 투수들이 어렵듯 대만도 우리 투수들이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손해를 보는 쪽은 대만일 수도 있다. 이에 대표팀은 경기가 없는 23일 대만의 경기를 관전할 계획을 세우며 마지막까지 상대 전력을 분석하기로 했다. 물론 결승전 상대가 될 일본의 전력도 자체 분석팀에서 파헤치고 있다. 더 이상 방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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