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대박 흥행의 좋은 점 나쁜 점[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9.19 07: 50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한국 극장가에서 대박 흥행은 바람을 타고 등장하기 십상이다. 여기서 '바람'이란 동네 사람들 다 하는데 나라고 빠질소냐는 한국민 특유의 지기 싫어하는 자존심과 승부근성 발동을 말한다. 남들 다하는 데 우리 아이 못시키는 걸 예전 부모들은 가장 안타까워 했다. 그러니 남녀노소 다 보는 영화라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TV만 주야장천 틀던 안방족들까지 극장문을 기웃거리는 게 우리네 심리다.
올 여름 역대 최다관객 신기록을 세운 '명량'도 그랬다. 성웅 이순신을 앞세운 애국 바람이 중 장년층은 물론이고 처음에 잠잠하던 젊은이들까지 '일단 한 번 보자'는 대열로 끌어들였다. 5천만 국민 가운데 무려 1700만명 넘는 인원이 '명량'을 봤다. 나중에 명절 특선으로 이곳저곳 TV에서 재탕 삼탕 틀어대면 결국 한국인의 절반 가량은 '명량'에 녹아들 게 분명하다.
이같은 영화 흥행에서의 바람 공식은 천만영화에 국한된 게 아니다. 규모가 작은 작가주의나 예술 작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워낭소리'로 시작돼 '인사이드 르윈' '비긴어게인' 등으로 이어지는 아트버스터들도 바람을 타고 성공했다. 단, 개봉일부터 '역대급 흥행' 등의 신기록 행진을 줄줄이 이어가는 상업영화들과 달리 아트버스터는 막을 올린 지 빠르면 2주, 늦게는 4~5주 뒤부터 입소문을 탄 바람이 불면서 뒷심을 내는 공식이다.

지난 8월 13일 개봉한 '비긴 어게인'이 18일 드디어 추석연휴 최고 흥행작 '타짜2'를 박스오피스에서 제쳤다. 통기타 하나 달랑 둘러맨 길거리 여가수가 도박판 타짜들을 누르고 인생 대역전을 했다. 이날 박스오피스 1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신작 '메이즈러너'(8만3355명)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2위 자리는 전날까지 선두였던 '타짜2'(4만8347)명에게 가지 않고 그대로 '비긴 어게인'(5만6472명)의 차지였다.
이로써 '비긴 어게인'의 누적 관객수는 208만명. 손익분기점이 30만명에 조금 못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명량'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당초 9월 안으로 스크린이 모두 빠질 것이란 게 영화관계자들 예상이었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적은 규모나마 10월에도 극장가에서 '비긴 어게인' 간판은 계속 걸릴 가능성이 높다. 원래 가늘고 길게 가는게 바로 아트버스터들이다.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하위권에 처져있다가 입소문을 타고 천천히 강을 거슬러올라온 '비긴 어게인'의 흥행 저력을 감안하면 300만 동원도 꿈이 아니다. '워낭소리'의 신화가 다시 한번 극장가에 울려퍼지는 것이다. 벌써 국내 수입사 관계자들은 발 빠르게 해외 필름마켓 시장에서 '비긴 어게인'처럼 인생 대역전의 꿈을 이뤄줄 아트 영화들을 찾느라 부산하다. 아마 내년 상반기부터는 아트영화 개봉 봇물이 터지지 않을까 싶다.
기자의 걱정은 여기서 출발한다. 국내 수입사들의 경쟁은 당연히 수입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해외 필름마켓에서 이같은 일은 다반사로 일어났고 현재진행형이다 미래에도 별로 달라질 것같지 않다.
'비긴 어게인'은 곧 한국에서 전세계 흥행 1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박스오피스 전문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비긴 어게인'이 한국에서 거둔 수익은 1452만 4154달러. 총 수익 1609만 7942달러를 기록한 북미에 이어 2위 성적이다. 개봉 3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어 북미 매출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 해외 제작사들이 한국 시장의 규모를 다시 보게 된다는 건 기쁜 한 편으로 걱정스런 양면성을 갖고 있다.
아트버스터의 잦은 출현은 국내 극장가 개봉작의 다양성 확보와 질적 향상이라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자칫 과당 경쟁에 따른 수입가 급상승과 무분별한 작품 선정으로 인해 관객들이 아트영화 자체를 외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피할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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