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조직위원회 미숙...프로야구하는 나라 맞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9.22 06: 09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이곳저곳에서 삐걱거리는 가운데 야구도 예외가 아니다. 공식 훈련 첫 날부터 이런저런 문제점을 드러내며 빈축을 사고 있다. 타국 선수들이 한국이 33년째 프로야구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가 맞는지 의심해도 할 말이 없다.
지난 20일부터 문학구장과 목동구장, 그리고 송도 LNG 파크에서 야구 종목에 참가한 8개국의 적응훈련이 시작됐다. 오전 9시부터 네 팀이 각각 2시간 이내의 훈련 시간을 배정받았고, 각국은 그라운드와 펜스 컨디션 등을 점검하며 22일부터 열리는 조별 예선에 대비했다. 문학구장과 목동구장의 그라운드 환경이 확연히 다른 만큼, 모든 팀이 신중하게 연습에 임했다.
문제는 목동구장에서 일어났다. 20일 태국이 오후 5시 30분부터 목동구장에서 연습에 들어갔다. 오후 6시를 전후해 하늘이 어두워져 훈련에 차질이 생겼다. 태국 측은 대회 운영위에 조명을 켜줄 것을 요청했으나, 운영위는 “서울시 공무원이 목동구장을 관리하는데, 주말이라 일찍 퇴근했다. 지금 조명탑을 켤 사람이 없으니 그냥 훈련을 하라”고 답했다. 결국 태국은 오후 6시 40분까지 어둠 속에서 배팅 연습을 했다.

이후 조명탑이 켜졌는데 운영위는 “사실은 인원이 상주하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태국은 훈련 시간을 연장할 수 없었고, 결국 운영위의 미숙함으로 인해 제대로 타격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목동구장을 떠났다. 야간 경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조명 아래서 훈련이 중요했는데, 조명탑 적응시간은 30분이 전부였다. 22일과 23일 이틀 연속 밤 경기를 치르는 태국은 실전을 통해 조명탑에 적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 대표팀은 자원봉사자들의 몰지각한 행동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훈련 중 이곳저곳에서 연습용으로 배치된 공인구를 가져와 사인을 요청했다. 훈련 장비를 마음대로 가져가 덕아웃과 락커룸 등에서 사인을 받으며 훈련을 방해했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21일 문학구장 훈련을 앞두고 “어제 목동구장에서 훈련하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어이없게 훈련용으로 배치된 공을 마음대로 몇 개씩 잡아서 사인해 달라고 하더라. 그 모습을 보고 혼 좀 냈다”고 말했다.
덧붙여 류 감독은 “사인은 개인적으로 요청하는 거다. 물론 자원봉사자로 뽑히고 주위 친구들이 사인을 부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훈련 중에, 그것도 훈련하는 데 사용하는 공인구를 마음대로 가져가서 사인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회 전반적으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유일하게 최정예 프로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5전 5승으로 금메달을 정조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고국에서 국민들에게 금메달의 감동을 선사하려고 한다. 그런데 운영위는 방만한 모습으로 대표팀과 정반대 행보다. 20일과 21일 각구장 미디어 담당자에게 훈련 일정도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학구장 미디어 담당자는 21일 “어제 어느 팀이 언제 문학구장에 와서 연습하는지 전혀 통보 받지 못했다. 오늘 아침부터 운영위에 일정을 알려달라고 해도 답변이 없다. 기자들을 통해 일정을 알아가고 있다”며 당황해했다.
이미 올림픽서 야구는 제외된 상태다. 2012 런던 올림픽은 야구 없이 진행됐다. 아시안게임도 앞으로 야구가 남아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를 보기 위해선 한국이 꾸준히 야구를 전파하고 선도해야만 한다. 하지만 미숙한 운영으로 인해 야구 유지를 주장해야 할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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