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수영] 계영 800m 銅-한국新보다 더...'행복한 박태환'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9.23 06: 15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어깨를 떨궜던 박태환(25, 인천시청)이 다음날 활짝 웃었다. 메달의 색깔은 같았다. 같은 동메달이지만, 같은 동메달이 아니었다.
박태환(25, 인천시청)은 22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경영 둘째날 남자 계영 800m 결승에 남기웅(동아대), 양준혁(서울대), 정정수(서귀포시청)와 함께 출전해 7분21초37을 기록해 일본(7분06초74) 중국(7분16초51)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메달의 색은 금빛이 아니었지만 이날 한국이 기록한 7분21초37은 한국 신기록으로, 박태환이 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의 기록을 2초24 줄인 것이다. 전광판을 확인한 박태환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다같이 호흡을 맞춘 계영 대표팀이 이뤄낸 성과에 미소가 절로 나온 것이다.

'한국 수영의 전설'이 된 '마린보이'와 함께 물살을 가른 대표팀 선수들도 기쁨에 마음이 벅차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기쁨은 더했다. 박태환을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은 모두 생애 처음 경험하는 아시안게임 무대였고, 박태환과 함께 경기에 나서는 경험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만했다.
정정수는 "긴장이 많이 되었지만 마지막 주자인 박태환에게 부담 안 주려 노력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 무척 기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박태환 다음으로 기록이 빠르다는 이유로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남기웅도 "승패와 상관없이 무척 좋다. 지구 최고의 선수와 함께해서 영광이었다"며 기쁨을 먼저 전했다. 신기록의 기쁨도 기쁨이지만, 레이스 자체를 즐긴 선수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릴 수 있었던 까닭이다.
박태환도 웃었다. 박태환은 "동메달에 굉장히 만족한다.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개인 종목에서 받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린 듯 했다. 박태환은 "(4명이서) 같이 대회를 나간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을 했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다. 신기록까지 경신해서 매우 기분이 좋다"며 함께 뛴 선수들과 미소를 공유했다.
말 그대로, 메달의 색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들은 아쉽게 입상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웃으며 서로를 격려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단체전이기에 더욱 부담스러운 단점도 있지만, 반대로 단체전이기에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홀로 너무 많은 짐을 지고 물살을 갈랐던 박태환의 입에서 나온 "행복하다"는 한 마디가 마음을 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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