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비디오’ 차태현 “꼭 연기변신 해야 하나요”[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4.09.23 09: 27

배우 차태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친근함’이다. 우리 동네에 있을 법한 편안한 매력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이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웃음과 말투, 유부남인데도 소년 같이 순수한 면이 보이는 외모가 여전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데뷔 당시부터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보이는 연기를 선보였던 차태현은 최근 작품들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고 대중은 ‘역시 차태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전우치’ 등 처음 보는 캐릭터도 대중화시키는 배우, 바로 차태현이다.
차태현은 오는 10월 2일 개봉을 앞둔 ‘슬로우 비디오’(김영탁 감독)에서도 약간의 변화를 줬을 뿐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연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극 중 캐릭터가 독특하다.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영화에서는 처음 다루는 소재.

차태현은 동체시력을 가진 데다 20년 동안 집에서 드라마를 보고 세상을 배워 말투도 배우 말투를 사용하는 여장부 캐릭터를 연기했다. 캐릭터 설명만 봐도 독특함 그 자체다. 하지만 차태현이 이 ‘특이한’ 캐릭터를 ‘특이하지 않게’ 표현, 관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 지금까지 비슷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지?
▲ ‘다른 걸 보여야지’라는 생각은 안 한다. ‘바람과 사라지다’, ‘과속 스캔들’, ‘헬로 고스트’나 ‘챔프’ 등 그런 류의 영화를 하다 나 자신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가 아닌 ‘슬로우 비디오’를 만났다. 전략적으로 연기변신을 주기 위해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 차태현이 ‘슬로우 비디오’ 같은 장르의 연기를 잘 소화한다.
▲ 듣기 좋은 말 중에 하나가 ‘대체하기 힘든 배우’라는 것이다. 할 수만 있으면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게 좋은 건데 그분들이 지루해할 때마다 다른 걸 보여주긴 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나한테 기대하는 뭔가가 정확하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변신을 자칫 잘못했다가는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 독특함도 친근하게 표현하는 힘이 있는데?
▲ 어릴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줄리엣의 남자’ 할 때 오종록 감독님이 유치한 연기를 시켜도 싫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우치’나 ‘복면달호’를 아무도 안한다고 했는데 내가 했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연기를 하는 게 좋았다. 내가 처음으로 연기하면 되니까 좋은 점은 비교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다. 그나마 공감이 돼야 하니까 신경 많이 썼다. 전형적인 연기가 아니라 어색하지 않게 보여주기 위해 신경 썼다.
- ‘순수하다’, ‘순수하다’는 반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 좋거나 나쁘거나 큰 느낌은 없다. 다행히 그런 느낌이 영화에 보이면 다행이다. 악역 캐스팅 제안을 몇 번 받긴 했다.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반전이 있는 그런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도전하고 싶지 않다. 친형이 연출한 ‘끝까지 간다’를 봤는데 조진웅이 맡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영탁 감독과 ‘헬로우 고스트’에 이어 이번에도 같이 했는데?
▲ 김영탁 감독은 같이 하자고 하면서 언제 같이 하자는 말은 딱히 안하는 스타일이다. 한 번은 우리집 앞에서 술을 먹었는데 섭외하려고 온 거더라. 보통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하는데 ‘슬로우 비디오’에 대해 얘기했고 괜찮을 것 같으니 시나리오를 달라고 했다. 시나리오가 안 좋으면 안한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다. 잔잔한 감성을 지닌 영화를 하고 싶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전형적인 코미디를 했었는데 전략적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아니지만 그때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고 너무 코믹하지 않은 걸 하고 싶었다.
- 계속 선글라스를 쓰고 연기하는데?
▲ 표현할 수 있는 점이 줄고 상대도 리액션이 쉽지 않다. 오달수 형님이 나와 연기하는 게 어렵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겠더라. 상대 리액션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상대 연기자가 연기하는 게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경쟁작들이 많은데?
▲ 원래 ‘슬로우 비디오’가 6월에 개봉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친형이 만든 ‘끝까지 간다’와 붙을 수 있어서 걱정했는데 가을에 잘 어울리는 영화로 판단해서 이제 개봉하는 거다. 개인적으로 지금 개봉하는 게 좋은데 너무 많이 개봉하더라.
- ‘슬로우 비디오’가 잔잔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데?
▲ 김영탁 감독이 ‘헬로우 고스트’ 때는 타협을 잘 안했는데 ‘슬로우 비디오’ 때는 타협을 만힝 했다. 타협을 했을 때 나빠지거나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괜찮았던 것 같다. ‘슬로우 비디오’가 한 방이 있기 때문에 김영탁 감독 말로는 여기서 더 웃기게 만들어봤자 관객수는 50만 명차이라고 했다.
-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에 세 손가락에 드는 캐릭터로 첫 번째는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 두 번째는 ‘바보’의 승룡, 세 번째는 ‘슬로우 비디오’의 장부를 꼽았는데.
▶ 견우는 어쩔 수 없다. 승룡이는 내가 만화를 봤을 때 영상으로 이렇게 표현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부분이 그대로 잘 나왔고 결과적으로 영화가 흥행하지 않았지만 그 부분이 나한테 만족스러웠다. 정말 만화 속 승룡이가 나온 것 같았서 좋았고 마음이 짠했다. 그리고 장부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짠한 것도 있고 독특하고 내가 지금껏 하지 않았던 패턴의 연기이기도 해서 정이 간다라기 보다 정이 남는 캐릭터다.
- 최고의 여배우들과 많이 호흡을 맞추고 이번에는 남상미와 함께 연기했다.
▲ 남상미는 ‘슬로우 비디오’ 속 그 역할과 똑같은 사람인 것 같다.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우울하고 힘들어 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 시나리오를 보면서 굉장히 좋아하더라. 사실 결혼하고 나서 여배우들과 연기할 때 미안하다. 애를 한 명씩 낳을 때마다 여배우들에게 미안하다. ‘전우치’ 할 때 띠동갑 차이 나는 유이에게 정말 미안했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가 속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 개인적으로 시리즈물을 좋아한다. ‘종합병원’을 했을 때 미국드라마처럼 시즌제가 될 거로 생각해서 드라마는 ‘종합병원’만 하고 영화를 계속 하면 될 거로 생각했다. ‘종합병원’ 찍기 전에 ‘과속 스캔들’ 캐스팅 제안이 와서 빨리 찍고 ‘종합병원’에 올인했다. 그런데 ‘과속스캔들’이 잘되더라. 그래서 사람은 계획대로 안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시리즈물로 되는 게 좋다. ‘엽기적인 그녀’가 시리즈로 나올지 몰랐는데 결국 나오더라.
- ‘엽기적인 그녀2’ 촬영은?
▲ f(x)의 빅토리아와 호흡을 맞춘다. 전지현이 ‘엽기적인 그녀2’에 출연하지 않기 때문에 욕먹을 각오 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연기할 거라고 상상 못 했다. 이번에도 견우로 출연한다. 끝까지 출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제작사와의 인연도 있고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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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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