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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선우,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귀환파’, 마지막 불꽃을 태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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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 마지막 연

LG 트윈스의 김선우(37), KIA 타이거즈의 서재응(37), 김병현(35), 최희섭(35)은 한 때 메이저리거로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한국 프로야구 무대로 돌아와 선수생활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김선우와 서재응은 어느덧 마흔 고개를 저만치 앞두고 있다. 야구팬들에게 ‘잊혀 지지 않는’ 존재로 남길 바랐건만, 이제 이들은 시나브로 ‘잊혀 져 가는’ 인물로 그 영상이 흐려지고 있다.

개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네 선수 모두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다. 심지어 최희섭은 단 한 게임도 1군 무대에 서지도 못하고 팬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2009년에 33홈런, 2010년에 21홈런을 기록했던 그의 위용은 오간 데가 없다. 굴욕적인 시즌이라 해야겠다.  

올해 서재응은 경기 출장이 들쭉날쭉해 16게임에서 2패 2홀드만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6.40이다. 2008년 KIA 유니폼을 입은 뒤 선발 투수로 그런대로 자리를 잡았던 서재응은 2012년에 9승 8패, 평균자책점 2.59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 미끄럼을 타고 있다. 서재응의 승수는 2008년 이후 5→5(2009년)→9(2010년)→8(2011년)→9(2012년)→5(2013년)→0(2014년)으로 귀국 이후 한번도 10승 대에 올라서보지 못했다.

서재응과 같은 해에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김선우는 6(2008년)→11(2009년)→13(2010년)→16(2011년)→6(2012년)→5(2013년)→0(2014년)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김선우는 예전의 기량을 전혀 찾지 못하고 3게임에 나가 1패, 평균자책점 17.47로 참담하다.

김병현은 공백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 첫해  3승 8패, 2013년 5승 4패를 거두었고 올해 KIA로 말을 갈아탔으나 18게임에서 3승 4패, 평균자책점 8.08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메이저리거로 야구팬들의 굄을 아낌없이 받았던 명선수들이었지만, 영광은 어느덧 스러지고 굴욕을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을 인내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나름대로 기로에 서 있다. 뜻 깊은 선수생활의 연장이냐, 아니면 하릴없이 종착역으로 향하느냐.

저마다 까닭은 있을 것이다. 자기 관리가 부실했거나 부상에 발목이 잡혀 어려움에 처했을 수도 있다. 올 시즌 현장에서 이들을 지켜봤던 손혁(41)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김재현(39) SBS 스포츠 해설위원의 눈을 통해 이들의 현재를 짚어봤다.

손혁 해설위원은 “우리나라 야구가 많이 성장했다”고 전제하고, 이른바 귀환파들의 부진은  “이들이 처음부터 못 한 게 아니라 귀국한지 세월이 흘렀고,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져 전성기 때만큼 못 던지고 있다. 게다가 (배트 스피드가) 빠른 타자가 많아진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 개인별로는, 우선 김선우는 귀국해서 잘했지만 무릎 부상 이후 예전의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몇 년간 좋은 성적을 내다가 부상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꼬였다는 것이다.

서재응은 2012년에는 43이닝 무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좋았는데 그 탄력으로 10승을 한두 번이라도 했더라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자리 보장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그 벽을 못 넘어 주춤했다.

손 위원은 “김병현의 경우는 평가가 애매하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는 치기 어려운 공을 던졌지만 그 동안 공백을 겪은 데다 나이도 있고, 체력 문제도 있어 그 때 같은 공을 던지지 못 하고 있다. 다만 김병현은 지난해보다 올해가  공이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최희섭의 경우는 “계속 아프다고 하니, 부상에는 장사가 없다. 미국과 우리는 훈련 스케줄이 달라 본인이 몸 관리를 잘 해야 하고 거기에 맞춰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2011년에 ‘예고 은퇴’를 실천하고 2013시즌부터 2년째 야구해설로 활동 중인 김재현 해설위원은 “나이를 무시할 수 없다. 체력 면이 문제다. 기량이야 예전 그대로라고 할지라도 체력이 뒷받침 안 돼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뭉뚱그려 표현했다. 제구력과 회전력이 좋아 통했던 서재응은 공 스피드가 떨어져 젊은 선수들에게 힘에서 눌렸다는 것이다.

최근 ‘파워 피칭’ 훈련으로 구위 회복을 꾀하고 있는 김선우에 대해선 “튜빙이나 짧은 거리 전력 질주 훈련 등으로 근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체력 바탕이 안 되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볼 스피드가 떨어진다면 거기에 맞춰서 바꿔나가야 한다. 근력이 없는데 파워피칭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예전에 힘으로 상대를 했다면, 이젠 상대 타자들을 심층 분석 하고 변화구 가짓수로 맞춰 잡는 피칭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겠다”고 조언했다.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소속 팀에서 겉돌게 된 것은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선수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제10구단, kt 위즈다. 남은 열정,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할 팀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kt 구단이 NC 다이노스처럼 소외됐던 선수들, 노장들의 재활무대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Youth is not a time of life-it is a state of mind).’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집 <청춘>에 나오는 시구이다.

귀환파,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릴 것인가. 사무엘 울만의 시구처럼 마음가짐이 문제다. 그들의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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