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ir KIM' 김판곤, 홍콩 축구의 로드맵 설계한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9.26 06: 29

결과만 놓고 본다면 완패였다. 하지만 모든 패를 보여주고 시작한 게임에서 치열하게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내가 가진 무기와 전술을 내놓았지만 상대는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2014 아시안게임 축구 8강 한국과 홍콩의 경기였다.
한국과 경기를 앞두고 홍콩 대표팀 김판곤 감독은 "지지않고 싶다"고 말했다. 승리는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만만하게 당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김판곤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소속팀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해 차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속팀에서 더 커야 한다는 이야기로 선수 내놓기를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훈련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김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키웠던 선수들이다. 비록 프로에 데뷔했지만 김 감독의 가르침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목표는 달성했다.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한국전을 앞두고는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물론 결과는 패배였다. 하지만 한국은 김 감독이 짜놓은 거미줄 같은 전술에 막혀 어려움이 따랐다.
경기를 지켜본 홍콩 축구 관계자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과 무승부, 한국과는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그렇게 홍콩 관계자들은 'Sir KIM' 김판곤 감독에게 고마운 인사를 전했다.
▲ 'Sir KIM'
2008년 홍콩에 진출해 사우스차이나를 최고의 팀으로 만들고 대표팀으로 옮겼다. 또 2010년에는 홍콩 체육 지도상을 받았다. 현재 김판곤 감독은 홍콩 축구협회가 아니라 국가에서 연봉을 받고 있다. 홍콩 축구의 대부 스티븐 로는 그에게 영국식으로 'Sir KIM'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는 말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홍콩 축구 뿐만 아니라 체육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김판곤 감독은 현재 홍콩 축구의 핵심이다. 회장 아래 사실상 홍콩 축구의 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급 대표팀 감독 뿐만 아니라 기술 위원장도 그의 역할이다. 행정적 업무가 아니라 홍콩 축구의 미래를 위해 10년 프로젝트를 만들고 시행중이다. '피닉스 프로젝트'는 홍콩의 18개 구에 언제든 누구든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엘리트 축구인도 늘려서 저변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로 선수로 그리고 지도자로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김 감독은 홍콩에서 자신의 꿈을 완벽하게 키우고 있다. 김판곤 감독은 "아시아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유럽처럼 상대를 기술로 제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10년 동안 계획을 한 것은 그런 선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교육하면 가능하다.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승우(FC 바르셀로나 후베닐)이 그 주인공이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10년간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출전하는 국제대회서 모두 16강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 목표가 홍콩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의 상황에서 아시아 16강이라면 웃음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인국 700만의 소국, 중국에 속한 자치구에서 16번째라면 쉬운일이 아니다.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북한 등의 동아시아와 중동세 또 동남 아시아 나라들까지 합치면 16강 진출은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축구도 비즈니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마치고 난 후 독일 대사관에서 홍콩 축구협회 회장에게 연락을 했다. 월드컵 제패를 통해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홍콩 축구협회 회장은 기술위원장인 김판곤 감독을 함께 데려갔다. 김 감독에 대해 기술위원장이라고 생각한 독일 대사관 관계자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바로 "독일 출신 감독과 선수를 파견해 주겠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제안이었다.
홍콩 축구협회 회장은 독일 대사의 제의를 거절했다. 김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세계 축구는 자신들의 축구를 위해 세일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유럽 국가들과 MOU를 체결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하지만 아직 한국 축구는 지도자를 세계에 적극적으로 파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동남 아시아는 이미 일본 지도자들이 대세가 됐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등은 일본 지도자들이 많다. 또 스페인과 독일 등 축구서 힘좀 쓴다는 나라들의 지도자들도 많다.
하지만 김판곤 감독은 홀로 지켜내고 있다. 독일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본토 지도자를 데려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감독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일본 및 유럽 지도자들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을 따라 잡겠다는 의지다. 그렇다면 한국 지도자들이 아시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워낙 많은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지도자 파견 및 선수 파견도 펼치고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한국 축구도 돌아봐야 한다.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잰 걸음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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