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데뷔 20여년을 맞은 배우 정우성이 벗었다. 그리고 달라졌다. '나쁜 남자'로의 스크린 귀환은 새롭지 않지만 '마담 뺑덕'의 나쁜 남자 캐릭터는 정우성이기에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영화 '마담 뺑덕'(임필성 감독, 10월 2일 개봉)은 고전 '심청전'을 뒤집고 재해석한 설정과 두 남녀의 지독한 사랑을 그려낸 치정 멜로. 극 중 정우성은 순진한 처녀 덕이(이솜)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대학교수 학규 역을 맡아 연기했다.
정우성 특유의 신경쓰지 않아도 우아한 수컷의 느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학규의 찌질함과 만나 야릇한 향기를 낸다. 타임머신을 타고 2014년으로 온 심학규. 정우성은 효에 대한 판타지라는 이 '심청전' 속 학규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을까.
◇ 다음은 정우성과의 일문일답
-결과물에 만족하나?
▲반응들을 보니,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은 것 같다. 작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믿고 표현했다. 사실은 개인
적으로 말하자면 할 만큼 했다. 이제부터는 놓아야 할 거 같다. 놓아야 하는 순간인 것 같다. 이제 관객들의 선
택의 몫이다.
- '마담 뺑덕'이란 제목이 특이하다. 첫 인상이 어땠나?
▲제목이 너무 좋았다. 궁금하더라.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지 않나 '이게 뭘까' 하고. 제작진이 가제로 두고 더 좋은 제목을 고민했는데, 절대 바꾸지 말라고 했다.
-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시나리오 자체에 굉장한 매력이 있다. 시나리오에는 덕이와 청이에 대한 동성적 감정도 표현돼 있었고, 작은 디테일이 위험하고 스릴 있엇다.결과물 최종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전체를 위해 그 부분이 가슴 아프게 도려내졌다. 그 중에서 학규는 제일 찌질했다. 재미있는 영화인데 찌질한 학규에 수컷 본능을 기생하게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이랑 그런 얘기를 많이 했고, 감독님 역시 그런 것에 동의를 했다. 그렇게 그런 학규를 만들게 됐다.
- 학규는 술, 여자, 도박, 금기시 되는 세 개에 다 빠진다. 어떤 인물인가?
▲에고가 강하고 자기가 원하고 자기를 만족시키는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는 엄청난 집착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아티스트라는 사람들이 원래 엄청난 집착이 있지 않나. 그 집착에서 오는 짜릿함을 포기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시력을 잃고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서도 섹스에 대해 묻는 것은 정면으로 반항하는 모습이다. 극한에 다다를 수록 더 치열하게 부딪히는 그런 디테일을 그리고 싶었다. (실제로는?)술은 좀 먹을 때도 있는데 도박에는 개인적으로 재미를 못 느낀다.
- 그런 극한으로 치닫는 학규에게서 제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심정적으로 동의가 안되는 부분은, 덕이를 여관방에 홀로 놓고 나오는 모습 같은 것이었다. 덕이가 측은하고 안 됐다. 여관방에 놓고 나오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너무 힘들더라. 그래도 학규가 스스로 지금까지 형성해 놓은 백그라운드가 있으니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전달하고자 했다.
-영화에 사랑의 여러 감정, 그 형태들이 다 나오는 것 같다. 정우성에게 사랑이란?
▲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임. '사랑은 이해'라는 말이 예전에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 말을 받아들인다.
- 영화 속에서 학규는 덕이를 사랑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욕망인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부정을 했겠지. 가정이 있으니까.
- 정사신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나?
▲ 학규가 방탕한 생활을 할 때 그런 몸짓을 정사로 표현해야 하는데, 그게 잘못하면 보여주기 위한 작업으로 끝날 수 있다. 오히려 덕이와 사랑을 나눌 때는 서로를 원하는 간절함이 있었는데, 지은과의 정사는 없어도 되고 있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만약 잘못해서 비주얼로만 찍힌다면 안 되는 것이였다. 지은과 섹스할 때는 본능에 대한 몸짓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더 과감하고 거리낌 없이 해야했다. 단순히 '베드신이 지나갔구나'가 아니라 캐릭터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감정들이 그대로 전달돼야 했다. 감정이 재미있으면 노출도 재미있다.
- 맹인 연기를 어떻게 연구했나?
▲맹인 협회에 가서 관계자들이 인터뷰한 걸 보고, 주의깊게 들었고 시선의 초점 같은 것도 관찰했다. 하지만 그걸 흉내내려고 하지 않고, 학규의 감정에 따라갔다. 나중에 내가 연기한 것을 보고 '어, 내 눈빛이 이랬나?'하고 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 학규의 심리 상태와 감정을 따라가야 했다. 이솜과 정사신에서 눈이 뒤집혀서 흰자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감독님이 괜찮겠냐고 묻기도 했다. 하하.
- 선배 연기자로서 이솜을 평가한다면?
▲본인이 선택을 했기 때문에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극복하고 받아들이고 이행해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가지 깊은 감정의 사랑을 연기하다 보다면, 배우가 내가 느끼는 건지 캐릭터가 느끼는 건지 헷갈린다. 베드
신을 찍을 때는 스태프들도 있고 스스로도 창피한 것도 있고 잡다한 감정들이 있는데, 그런 스트레스가 표출될 수 밖에 없다. 그걸 자기 스스로가 감내해 낸다. 선 안에서의 작은 표출들만 있었다. 그것이 근성이다. 그런 근성을 잘 갖고 있으니까 먼저 했던 경험자로서 잘 보듬어주고 싶고 조언도 해 주고 싶다.
- 노출 장면에서 몸이 굉장히 좋다. 특별한 운동을 했나?
▲운동을 평소 꾸준히 하는데 오히려 '마담 뺑덕'을 위해서는 하지 않았다.
- 본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 영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데뷔 20주년이 됐는데 이제야 준비된 신인인 것 같다. 뭔가 표현할 줄 아는 신인으로서 작품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이 그 서막이 아닌가 싶다. 학규를 하면서 여러 가지 표정과 감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쾌감이 있더라. 아무리 영화하는 사람들이라도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아는 정우성이 다가 아니였구나,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지난 해 '감시자들', 올해 '신의 한 수'. 최근작들이 줄줄이 성공했는데
▲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매 작품마다 잘 될거라는 확신은 갖고 있다.
- '감시자들'도 그렇고 이번 영화에서도 일종의 악역이다. 악역을 연기하는 것은 어떤가?
▲악역이, 뭔가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작업적 쾌감은 있는 것 같다. 선이라는 건 확고하지 않나. 그런 확고함에는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함이 있고, 보여지기에는 제한적이고 단면적일 수 있는데 악은 자기 합리화를 시키기 위해 다양한 표현들이 나올 수 있지 않나.
- 지은과의 정사신 후 대화 장면이 웃기다
▲학규가 지은을 받아들이고 있는 마음이 제한적이다. 지은과의 시간도 즐길 수 있지만. 선을 넘어오면 안 만난다. 학규는 자기 중심적 데이트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 모습이 담겨져 있다.
- 임필성 감독('헨젤과 그레텔', '인류멸망보고서')과의 작업은 어땠나?
▲방배동에 잠깐 살 때 서래마을에서 만난 적이 있다. 풍겨지는 느낌이 좋더라. 코드가 맞을 것 같고. 그 때 '감독님은 꼭 나랑 한 작품은 할 것 같다'란 말을 했다. 그러고나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 그런데 왜 심학규를 갖고 와서 날 시험에 빠뜨리냐고 했다(웃음). 현장에서도 작업에 임하는 스타일이 까탈스럽다는 말도 있지만, 난 그런 까탈스러움이 좋다. 또 현장에서는 늘 옆에서 지켜봐주고 걱정해준다. 편집에서 너무 망가진다 싶은 건 본인 스스로의 판단으로 가려주기도 하고. 정사신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행위를 할 때 되게 외롭다. 그 때 감독님이 방에 들어와서 조그만 모니터를 들고 내 옆에 같이 있어줄 때 그 행위가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좋더라. 날 지켜주려고 하고 있구나, 란 느낌.
- 학규처럼 정우성이 집착하는 게 있다면?
▲배우로서 영화에 집착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연기를 할 때 과감하게 캐릭터의 옷을 입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럴 때 배우로서 빛나지 않나.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척 하는 연기만 하는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 온전히 배우로서 빛날 때 그 크기가 더 커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런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하는 것 같다.
- 배우 활동을 넘어 영화 제작도 하는데?
▲'나를 잊지 말아요'도 신인 감독이 연출을 맡는데, 제작 경험이 있는 기성 제작자들은 아무래도 새로운 것도 좋지만 안정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멜로라인 수정 요구 같은. 그러면 안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교류는 선배가 먼저 다가가야 이뤄지는 것이다. 나도 많이 배웠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잊지 말아요'도 새롭다. 초반에는 멜로를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은데 가족, 동일한 아픔을 갖고그것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방식을 보여주는 영화다. 장편 시나리오는 3고를 작업하고 있다.
-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없나?
▲ 할리우드 진출이 배우로서 궁긍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 각자의 선택인데 할리우드는 아무래도 백인 위주의 사회이다 보니까 아시아 배우들은 주로 단역 악역이다. 나는 주인공이고 싶다. 그렇기에 할리우드 진출하는 건 내 목표 지향점이 아니다. 분명한 건 이건 개인의 생각 차이지, 좋고 나쁘고가 아니다.
nyc@osen.co.kr<사진> 민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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