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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난 타이어로 80km를 더 달릴 수 있다면, ‘런플랫’ 의외의 부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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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인간이 통나무를 잘라 원판 형태의 바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5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2500년에는 수메르인들이 당나귀가 끄는 전쟁용 수레에 나무 바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자동차의 필수 부품인 타이어의 원형은 1888년 존 보이드 던롭에 의해 발명 된다. 던롭은 아들이 딱딱한 고무 타이어로 된 세발 자전거를 타고 나면 두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고 최초의 실용적인 자전거용 공기입 타이어를 개발했다.

자동차용 공기입 타이어는 1895년 E. 미쉐린에 의해 처음으로 출시 됐다. 미쉐린의 공기입 타이어는 파리-보르도 간을 달리는 자동차 경주에 등장했는데 무려 22차례나 펑크가 났지만 솔리드 고무 타이어 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면서 오늘날 자동차 타이어의 근간이 됐다.

타이어는 분명 자동차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공기입 타이어도 완전체는 아니었다. 미쉐린의 공기입 타이어가 자동차 경주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펑크’라는 불청객이 따라다녔고, 현대를 살아가는 운전자까지도 이 불청객으로부터 한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사들은 이 불청객을 떨쳐버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탄생한 제품이 런플랫(Run flat) 타이어다. 이름 그대로 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타이어다. 타이어 업계에서는 ‘타이어 내부 공기압이 제로(Zero Pressure) 상태에서 시속 80km의 속도로 8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야’ 런플랫 타이어라 부른다.

런플랫 타이어는 대체로 3가지 방식으로 펑크에 대처한다. 타이어의 사이드월에 고무를 보강해 펑크가 나도 차체의 하중을 버티게 하거나(Self supporting), 타이어 내부와 휠 외주에 경량 금속제로 만들어진 서포트 링을 부착해 차량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Support Ring), 그리고 타이어 내부에 들어 있는 특수 봉합제가 타이어 균열을 메우게 하는 방식(Self Sealing)이 그것이다.

각 방식들은 장단점이 있다. 셀프 서포팅 방식은 기존 훨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보강 고무로 인해 중량이 늘어나고 고강성 사이드월로 인해 승차감이 떨어지며 개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서포팅 링 방식은 승차감의 저하는 없지만 전용 휠이 필요하고 서포트 링으로 인해 중량이 늘어나며 장착 단가가 비싼 흠이 있다.

셀프 실링 방식은 기존 휠에 장착이 가능하고 승차감 저하가 없는 반면, 봉합제로 인해 중량이 증가하고 사이드월의 펑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한국타이어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에 공급을 시작한 런플랫 타이어는 ‘셀프 서포팅’ 방식이다.

런플랫 타이어는 안전성은 높아지지만 어떤 방식을 취하더라도 중량이 늘어나고 승차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어 제조사들이 런플랫 타이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주행 안정성의 향상이다. 타이어가 펑크가 나도 80km 거리를 시속 80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면 운전자는 펑크 상황에도 여유롭게 대처가 가능하다. 물론 펑크로 인해 타이어가 파열된다든지 하는 극한 상황도 방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차체 중량과 공간 활용성이다. 펑크를 대비해 예비 타이어를 싣고 다니면 대략 20kg 가량의 추가 하중이 생긴다. 정식 타이어가 아닌 예비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에도 12kg 가량의 추가 하중이 불가피하다. 예비 타이어가 없으면 차체 중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뿐더러 예비 타이어를 싣고 다니는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남은 숙제는 승차감 개선과 타이어 무게를 줄이는 일이다. 한국타이어의 설명에 의하면 4세대 런플랫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의 110% 수준까지 추가 중량을 줄였다. 2005년까지 생산 됐던 1세대 런플랫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에 비해 중량이 130%나 됐다. 승차감도 많이 개선 돼 일반 타이어에 근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타이어 금산 공장에는 주행 시험을 할 수 있는 트랙이 마련 돼 있다. 런플랫 타이어에 대한 주행 시험도 이곳에서 이뤄지는데, 정상적인 공기압 상태에서 차를 타보고, 4개 중 한 개만 공기를 뺀 상태에서 시승을 해 봤다. 마지막으로 앞뒤 타이어 4개 모두의 공기를 빼고 트랙을 돌아 봤다.

시승에서 타이어의 공기가 빠진 채 달린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은 경우는 타이어 4개의 공기를 다 빼고 달렸을 때였다. 타이어 한 개 정도 공기가 빠진 상태는 어느 쪽 타이어의 공기가 빠졌는지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타이어의 3세대 런플랫 타이어, ‘벤투스 S1 에보2 런플랫(Ventus S1 evo2 Runflat)’이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에 공급을 시작했다.

한국타이어는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E클래스, C클래스에 일반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C클래스에 런플랫 타이어를 추가로 공급하게 됐다.

BMW와의 협력관계도 이미 오래 된 이야기다. 한국타이어는 2011년 MINI와 1시리즈에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시작한 이래 매년 BMW의 신규 차종에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확대해왔다. 2012년에는 BMW의 인기 모델인 3시리즈 공급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5시리즈와 럭셔리 SUV X5까지 공급을 확장했다. 올해 BMW 4시리즈와 New MINI에 런플랫 타이어를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3세대 런플랫 타이어가 초고성능 타이어의 뛰어난 퍼포먼스를 살리며 승차감에 안전성까지 더했다. 기존 성능은 유지하면서 열 발생 제어 기능을 강화하여 회전저항과 연비를 크게 개선해 승차감에서도 일반타이어와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편안함을 구현했다”고 자부했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펑크 후 공기가 누출되지 않는 실란트 타이어(sealant tire)와 차량이 고성능화되고 규격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타이어 자체의 진동음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사일런트 타이어(silent tire)에 대한 기술 개발도 완료한 상태다.

스페어 타이어 장착이 필요 없어 연비효율을 높일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가 ‘안전성’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지 미래가 기대 된다.

100c@osen.co.kr
<사진>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내 주행성능시험장에서 런플랫 타이어의 시험 주행을 하고 있는 모습. 가운데 사진은 펑크 상황을 가정해 한국타이어 관계자가 뒷 타이어의 공기를 빼고 있는 모습과 공기를 뺀 후의 타이어 상태. 맨 아래 사진은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제작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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