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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투자팀장은 차를 받는데 CJ엔 왜 사직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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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어느 해 못지않게 경쟁이 뜨거웠던 올 여름을 보낸 빅4 투자사는 요즘 정산 작업을 준비하느라 여전히 바쁩니다. ‘명량’으로 가장 크게 웃은 CJ는 길었던 상영 기간만큼 그에 비례한 광고 마케팅비를 합산하느라 바쁘고, ‘해적’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박을 맛본 롯데엔터테인먼트도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습니다.

이에 비해 쇼박스는 개봉 전 내부적으로 천만을 목표로 했던 ‘군도’가 울돌목과 해적선에 너무 빨리 발목이 잡히며 다소 침울한 늦여름을 보내야 했습니다. 작년 내부 시사 직후 오너에게 “2000만도 가능하다”며 애드벌룬을 띄웠던 문제작 ‘미스터 고’에 이어 2년 내리 여름 시장에서 물을 먹었으니 양재동 에어컨 실외기가 무척 뜨거웠을 겁니다.

 여기에 상장사로 한 단계 도약을 준비중인 NEW도 올 여름 진땀과 식은땀을 번갈아 흘려야 했습니다. 봉준호와 김윤석의 만남으로 이목을 끈 ‘해무’가 예상보다 빨리 좌초됐기 때문입니다. 타율과 가성비가 높았던 NEW이기에 김우택 대표부터 신입까지 실망감이 꽤 컸다는 전언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흥행 비즈니스의 속성이 강한 업종인 만큼, 여름 시즌에서 엇갈렸던 희비가 계속 이어질 리는 없습니다. ‘명량’으로 자축 모드였던 CJ는 곧바로 이어진 추석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과 송혜교 탈세 논란으로 다시 야근과 철야를 반복해야 했고, 롯데 역시 기대작 ‘타짜2’가 생각보다 뒷심이 약해져 원인을 파악하느라 비상이 걸렸습니다.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이 정도 벌자고 영화에 수십억을 담그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즘 영화사 사람들을 만나면 둘 중 하나는 쇼박스 투자팀장 얘기를 꺼냅니다. 임원이 아님에도 전례가 없던 자동차를 회사가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중형차 수준의 렌트카 성격이지만 동종업계 팀장들에겐 그 배경과 원인을 놓고 이런저런 부러움 섞인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1976년생 용띠인 쇼박스 투자팀장은 태원과 청어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쇼박스의 브레인으로 통합니다. 멀티플렉스가 없는 회사 특성상 감독과 배우들 관리에도 능하고 시나리오 보는 눈도 정확하다는 평입니다. 모든 임직원이 ‘관상’에 보수적일 때 오너 앞에서 “흥행성이 있다”고 소신을 밝혀 투자가 집행된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아이 엄마이기도 한 이 팀장은 퇴근 후 집에 있다가도 배우나 감독에게 전화가 오면 만사 제쳐놓고 나가 일을 처리하는 알아주는 워커홀릭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차를 지급하는 건 어쩌면 회사의 늦은 대접일지도 모릅니다. 똘똘한 감독과 시나리오를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얼마나 교감신경을 켜놓고 살 것이며, 스트레스는 또 말해 뭘 하겠습니까. 격무에 시달리는 중간 간부에게 차를 지급해 사기를 올려주면 이를 본 위 아래에서 자극받아 더 업무에 매진하는 윈윈 분위기가 형성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에 비해 CJ가 있는 상암동은 곧 단행될 조직 개편 때문에 일손이 안 잡히는 분위기입니다. 두 개 팀으로 구성된 투자팀에서 팀장을 포함해 팀원까지 부장 직함을 가진 이만 네 명이나 되기 때문에 다른 회사보다 다소 무거운 조직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다들 실력을 갖춘 베테랑이라 직관과 솔루션은 뛰어나지만 10년차 넘는 중년들이 많다보니 은근한 내부 경쟁이 오히려 조직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최근 투자2팀 직원이 쇼박스로 이직한 것도 사내에서 뒷말이 나옵니다. 경쟁사에 사람을 뺏긴 원인이 단순한 연봉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원인 파악에 나선 것이겠죠. 문화를 제일 잘 안다고 자부하는 기업 CJ가 석연찮은 일로 직원이 자꾸 사직서를 낸다면 그건 시스템 어딘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어두운 사인일지 모릅니다.

기본적으로 영화쪽 사람들을 만나보면 대개 사고가 유연하고 합리적이며,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개중엔 경쟁 논리에 매몰돼 ‘나만 잘 되면 장땡’이라며 업계 물을 흐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제작사를 제치고 감독과 직거래하고, 제작비가 오버됐다는 이유로 제작자의 지분을 탐하는 ‘수퍼 갑질’ 투자사가 여전히 존재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들에게 상도의와 공정거래란 과연 공허한 구호에 불과한 것일까요. 세상은 엄청난 힘을 가진 골리앗이 아니라 숱하게 얻어터지며 상처받은 다윗 덕분에 발전하는 것이라는 맬컴 글래드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투자사가 깨끗하고 함께 일하고 싶은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선 도덕적 우월주의에도 신경 써야 할 때입니다. 변하지 않으려면 먼저 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bskim0129@gmail.com
<사진>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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