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손연재의 금메달, 3가지 오해 풀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03 08: 21

이제는 체조 ‘요정’이 아닌 ‘여왕’이다.
손연재(20, 연세대)가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아시안게임 첫 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손연재는 2일 오후 6시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전에서 곤봉(18.100), 리본(18.083), 후프(18.216), 볼(17.300) 총점 71.699점을 획득했다. 볼을 제외하면 모두 18점이 넘는 고득점을 획득한 손연재는 라이벌 덩썬웨(70.332)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손연재는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말끔하게 풀었다.

▲ 외모만 뛰어날 뿐 실력이 없다?
그간 손연재는 실력이 없는데 외모만 뛰어난 선수라는 오해를 받았다. 그다지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데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된다며 ‘소속사가 언론플레이를 펼친다’는 말까지 나왔다.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특정 소속사가 이렇게 많은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언론의 보도체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손연재는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흔치 않은 선수라는 점이 증명됐다. 대중이 많은 관심을 갖는 선수에게 언론의 보도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만큼 손연재가 스타라는 뜻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는 단순히 고득점을 얻었을 뿐 아니라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남동체육관에 모인 팬들 중 리듬체조를 처음 접하는 관중들도 많았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손연재의 몸동작과 기술이 아시아 정상급이라는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단순한 기술을 넘어 손연재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동작은 관중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손연재의 연기는 그러한 힘을 갖고 있었고, 심사위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 실력에 비해 점수가 잘 나온다?
손연재는 대회에 나올 때마다 ‘실력에 비해 점수가 잘 나온다’는 혹평을 들었다. 지난 주 끝난 터키 세계선수권에서 총점 70.933점(곤봉 17.800, 리본 17.833, 후프 17.950, 볼 17.350)을 기록해 최종 4위에 올랐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는 곤봉(18.100), 리본(18.083), 후프(18.216), 볼(17.300) 총점 71.699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서 손연재는 큰 실수가 나왔던 볼을 제외하면 나머지 종목에서 18점을 돌파하며 세계선수권 점수를 크게 웃돌았다. 손연재가 개최국 선수라는 점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손연재는 분명 세계선수권보다 더 완성도가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세계선수권 4위로 자신감을 얻은 손연재는 아시안게임서 실수가 거의 없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볼에서 막판 큰 실수만 없었다면 4종목 모두 18점대 연기도 가능했다. 볼은 아시안게임 점수가 더 낮게 나왔다. 손연재는 “볼에서 약간 실수가 있었다. 그 부분 빼고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자신의 연기에 합격점을 줬다.
손연재는 러시아 전지훈련의 성과를 톡톡히 봤다. 십대 소녀시절부터 타국에서 경험을 쌓아왔던 것이 큰 무대서 진가를 발휘했다. 손연재는 “아무래도 국내서 나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 같이 준비하는 것이 낫다. 세계적인 선수 야나 쿠드랍체바나 마르가리타 마문과 모의 시합같이 거의 매일 연습을 했었다. 점수도 매기고 했다. 아무래도 어떻게 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지 알고 경기에 임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가 체조강국이라 도움이 됐다”고 비결을 밝혔다.
▲ 손연재는 차갑다?
손연재는 어디를 가더라도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스타다. 행여 잘못된 말 한마디나 행동 때문에 한 번에 이미지가 깎일 수 있다. 사람이 항상 웃을 수는 없다. 또 바쁜 일정에 쫓기다보면 팬들의 사진촬영이나 사인 요구 등을 일일이 들어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여기저기서 뒷말도 무성하게 나올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손연재는 단연 돋보이는 스타였다. 어디를 가도 카메라가 따라다녔다. 보는 사람마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고, 곧바로 이를 SNS에 올렸다. 그를 보는 모두가 파파라치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히 금메달을 따리라는 주위의 시선도 부담스러울 법했다. 하지만 손연재는 보기보다 악바리였고, 강했다.
금메달을 딴 뒤 손연재는 “경기 전이라 표현을 안했지만 매트 뒤에서 너무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 것들을 하고자 하는 의지로 다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경기 중에는 한 마리 우아한 백조였지만, 무대 뒤에서 살아남기 위한 손짓발짓을 계속하고 있었던 셈이다.
경기 후 손연재의 소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수 십 명의 취재진이 오랫동안 그를 기다렸다. 여기저기 인터뷰에 끌려다니느라 지친 손연재는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한 뒤 “수고하셨습니다”를 빼먹지 않았다. 손연재는 차갑지 않았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길 줄 아는 따뜻한 감성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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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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