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 1년차, 최고 모범생은 누구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10.09 10: 16

시즌이 거의 마감돼 가는 가운데 FA 선수들의 계약 첫 해도 평가 시점에 왔다. 지난 겨울 FA 시장은 역대 최고 총액 523억원이 오가는 돈 잔치가 벌어졌는데 투자 대비 효율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첫 해 FA 모범생으로는 누가 있을까.
▲ 박한이, 투자 대비 효율 최고
박한이는 지난겨울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28억원에 삼성과 재계약했다. 첫 FA 계약에서 찬밥대우를 받았던 박한이는 50억원 이상 고액 FA 선수들이 넘쳤던 지난해 FA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값싼 계약'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계약 1년차부터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으로 투자 대비 효율 면에서 최고의 FA 모범생이라 할 만하다.

올해 팀의 121경기 중 119경기에 나와 타율 3할3푼5리 151안타 9홈런 76타점 75득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타율·타점 모두 커리어하이. 볼넷 55개, 몸에 맞는 볼 4개로 출루율도 4할대(.408)이며 장타율(.448) OPS(.856) 득점권 타율(.374) 같은 세부기록도 뛰어나다. 오히려 FA 계약 후 최고 시즌으로 존재 가치를 높였다. 삼성의 1위 수성도 꾸준하고 결정력이 뛰어난 박한이가 있어 가능하다. 이런 FA라면 투자가 아깝지 않다.
▲ 정근우, 고액 몸값 증명한 활약
정근우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롯데 포수 강민호와 최대어로 주목받았다. SK를 떠나 한화와 4년 총액 7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는 롯데와 재계약한 강민호의 75억원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고액. 최하위 한화는 강력한 돌파구가 필요했고, 정근우에게 돈다발을 마다하지 않았다. 첫 해 활약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법칙을 보여주고 있다.
정근우는 팀의 122경기 중 121경기 출장해 타율 2할9푼6리 134안타 6홈런 44타점 90득점 31도루를 기록 중이다. 도루성공률에서 리그 전체 1위(91.2%)에 오른 그는 출루율(.390) 장타율(.415) OPS(.805) 등 비율 기록도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수비가 리그 최고다. 수비범위를 나타내는 '레인지팩터(RF)'가 5.53으로 1루수를 제외한 리그 전체 수비수 중 1위. 압도적인 수비 범위로 수차례 팀을 구했다. 유일한 흠이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한화의 팀 성적이다.
▲ 이종욱+손시헌, 효율 투자의 좋은 예
지난 FA 시장에서 최고 화제는 롯데와 한화였다. 롯데는 강민호에게 역대 최고액 75억원에 눌러앉히며 최준석(35억원)까지 영입하며 110억원을 풀었다. 한화는 정근우(70억원)와 이용규(67억원)에게 137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 사이 NC는 이종욱과 손시헌을 각각 50억원·30억원에 영입해 총액 80억원을 썼다. NC도 적잖은 돈을 썼지만 롯데·한화보다는 적었다.
하지만 효율성은 NC가 최고다. 이종욱은 120경기 타율 2할8푼5리 121안타 6홈런 73타점 71득점 15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2번과 6번 타순을 오가며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썼다. 끝내기 2번 포함 결승타 9개로 승부처에 강했다. 손시헌도 95경기 타율 2할9푼8리 90안타 5홈런 39타점으로 하위 타선에서 쏠쏠히 활약하며 빈틈없는 유격수 수비로 내야진 안정을 이끌었다. 두 베테랑의 존재로 NC는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이종욱과 손시헌은 가을에 NC의 투자 효과를 확실히 증명할 것이다.
▲ 이대형, 비판 뒤엎은 반전 모범생
지난해 FA 시장에서 이용규를 잡지 못한 KIA는 그 대안으로 이대형을 데려왔다. 4년 총액 24억원의 조건. 그러나 이대형이 LG에서 지난 몇 년간 출장 기회를 잃고 계속 하락세를 보였기에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백업 선수를 24억원에 데려왔다'는 비판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다수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대형은 FA 반전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120경기에 나와 타율 3할9리 135안타 37타점 71득점 22도루를 기록하며 KIA의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308)에 이어 7년 만에 3할대 타율로 개인 커리어 하이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도루 숫자는 당초 기대보다 떨어지지만, 상대에 위협적인 주자인 건 변함없다. 다만 약한 어깨 등 수비력이 약점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KIA는 2년 연속 8위가 유력하지만 이대형마저 없었다면 최하위로 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 장원삼·최준석·박정진 쏠쏠한 활약
투수 역대 FA 최고액 60억원에 삼성과 재계약한 장원삼은 첫 해 10승을 달성했다. 23경기 10승5패 평균자책점 4.23. 허리 통증으로 3주 정도 빠져있었지만, 10차례 퀄리티 스타트와 10승으로 기본 역할을 했다. 60억원의 몸값에 어울리는 특급 성적은 아니지만 꾸준함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가을야구에 강한 빅게임 피처이기에 아직 가치 증명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4년 총액 35억원에 친정팀 롯데로 돌아온 최준석도 첫 해부터 4번타자로 연착륙했다. 시즌 초반에는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마음 고생했지만 중반 이후 특유의 장타력을 폭발시켰다. 115경기 타율 2할9푼2리 103안타 22홈런 87타점. 4년 만에 20홈런 80타점 이상 시즌을 보내며 팀 내 최다 홈런 및 타점 기록을 세웠다. 다만 4강에서 멀어진 롯데 팀 성적이 아쉽다.
한화 베테랑 불펜 요원 박정진도 FA 계약 첫 해 제 몫을 해냈다. 2년 총액 8억원에 계약했던 그는 팀 내 최다 57경기에 나와 46⅔이닝을 던지며 4승2패8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5.9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높지만 상황을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랐다. 계약 규모를 감안하면 더욱 만족스런 활약. 최하위 한화 불펜에서 분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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