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알프스 산기슭에 울려 퍼진 씨름 찬가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10.10 11: 56

스위스에 가면, 알프스 산록에서 ‘쉬빙겐(Schwingen)’이라는 씨름 구경을 할 수 있다. 쉬빙겐은 한국의 씨름과 여러모로 엇비슷하다.
한국 씨름이 쉬빙겐의 고장에서 한바탕 시범을 보이고 돌아왔다. 스위스 관중들은 섭씨 15도 가량의 쌀쌀한 날씨 속에 우리 선수들이 옷을 훌훌 벗고 팬티 바람으로 나서자 놀라는 눈치였다. 근육미를 자랑하는 건장한 씨름선수들이 쉬빙겐과는 달리 팬티 차림의 알몸으로 재간을 보이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에 대해 환호성을 내지르며 대단한 흥미를 보였다.
쉬빙겐은 바지와 윗도리를 입은 위에 샅바 같은 것을 잡고 경기를 한다. 씨름이 야성적이라면, 쉬빙겐은 점잖다고 할까.

지난 9월 13, 14일, 스위스 알프스의 명산 마테호른을 배경으로 한 체르마트 산록에서 스위스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대 코끼리 씨름단(감독 김은수)의 장사 출신 김기태(34. 한라급), 이준우(34. 한라급), 박병훈(25. 한라급), 임태혁(25. 금강급) 등 4명이 씨름의 멋들어진 묘기를 마음껏 뽐냈다. 선수단 일행을 이끌고 체르마트의 쉬빙겐 대회에 다녀온 대한씨름협회 김병현 부회장(미주씨름협회장)은 “이번 시범경기는 씨름과 쉬빙겐이 본격적인 교류의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면서 “오는 11월에 열리는 천하장사대축제에 쉬빙겐 선수들을 정식으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체르마트 시에서 마테호른에 이르는 길은 스위스의 등산열차를 타고 오르는 유명한 트레킹 관광 코스. ‘알프스 레슬링’으로 부르는 쉬빙겐 대회가 열린 곳은 표고 2500m의 산악동네 리펠베르크의 산등성이 전망대가 있는 고르너그라트 일대. 
9월 1일부터 17일까지 열렸던 쉬빙겐 대회 도중 스위스쉬빙겐협회는 씨름선수들이 13, 14일 이틀간 시범을 보일 수 있도록 특별배려, 시간을 내주었다. 마테호른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고르너그라트는 시야가 탁 트인 산등성이 개활지로 관중들은 일부러 트레킹 삼아 오르거나 등산열차를 타고 모여들었던 터. 수천 명의 많은 관중들은 씨름 선수들이 전통적인 재간인 들배지기나 뒤집기를 구사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씨름 시범을 보이는 동안 관중들의 뒤에선 스위스 전통악기 ‘알프호른’ 연주대가 연주를 하고 관중들은 자연을 만끽하며 쉬빙겐과 씨름 시범을 구경했다.
산등성이에 설치된 쉬빙겐 경기장은 씨름과 마찬가지로 원형으로 두 곳을 마련했고, 경기장 안에는 톱밥을 깔아 놓았다. 대회 진행자가 틈틈이 물을 뿌려 경기장이 건조해 지는 것을 방비했고, 고무래 같은 도구로 울퉁불퉁해진 톱밥을 고르는 광경도 눈에 띄었다. 
 
쉬빙겐은 지역 예선대회를 거쳐 3년마다 전국대회를 연다. 쉬빙겐 지역협회 가 5곳이고, 통합쉬빙겐협회가 전국대회를 관리한다. 이번에 열린 리펠베르크 지역의 쉬빙겐 대회는 철도회사가 스폰서를 맡아 기차역에 쉬빙겐 홍보사진이 크게 내걸려 있었다고 김병현 부회장이 전했다. 
씨름 시범은 대회 주최측에 요청, 원래 스케줄에 없었지만 13일에는 맛 뵈기로 5분간 뒤집기 등을 선보였고, 14일 쉬빙겐 토너먼트 결승 전 전에 다시 다양한 씨름 기술을 시연해 보였다.
김병현 부회장은 “씨름을 홍보하기 위해 쉬빙겐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 가운데 아무나 지목해 샅바를 잡고 5초만 버티면 상금 1000유로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창피 당할 것을 꺼려해서인지 나오지 않았다”면서 “대신 일반인들이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6번째로 등장했던 여성 팬에게는 일부러 져줘 관중들이 환호했다”고 말했다.
씨름 선수들은 시범경기를 마친 뒤 샅바 4짝(청, 홍 8개)을 관중들에게 선물로 던져줬다. 기념 샅바를 잡은 관중들이 선수들에게 찾아와 사인을 요청하는 장면도 있었다.
김병현 부회장은 “쉬빙겐은 전국대회 우승자에게 황소를 부상으로 주는 관행 등 모든 면에서 씨름과 비슷한데 상대를 넘어뜨려 양 어깨가 바닥에 닿아야 결판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쉬빙겐은 알프스 레슬링으로도 부른다.
김 부회장은 “9월 12일 행사장에 쉬빙겐 전, 현 챔피언이 나타나 스위스 전역에서 뽑은 남녀 어린이 60명과 흥겹게 쉬빙겐 놀이를 하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계속하는데도 챔피언이 싫은 내색조차 하지 않고 어린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학부형들이 챔피언의 사인을 받으려고 몰려드는 것도 인상적이었다”면서 “우리가 참고삼을 만한 행사였다”고 전했다.
쉬빙겐 선수들은 오는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천하장사씨름대축제 때 대한씨름협회 박승한 회장의 공식 초청으로 쉬빙겐협회장의 인솔로 참가한다. 씨름과 쉬빙겐의 교류는 박승한 대한씨름협회 회장이 그동안 사신을 주고받으며 꾸준히 소식을 교환해온 결실로 이루어졌다.
올해 천하장사대축제에는 쉬빙겐 선수들 외에 몽골 부흐 선수들과 미국의 장신(키 233cm, 몸무게 190kg) 씨름선수로 어느덧 단골손님이 된 커티스 존슨도 출전한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대한씨름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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