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파라과이] '같은 첫 승 다른 느낌' 슈틸리케, 日 아기레와 다른 점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10.10 22: 07

가깝지만 먼 나라, 한국과 일본의 신임 사령탑들이 나란히 데뷔 첫 승을 챙겼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전혀 달랐다.
슈틸리케호가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완파하며 데뷔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울리 슈틸리케(60) 신임 사령탑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3위)은 10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60위)와 평가전서 전반 중반 김민우의 선제골과 남태희의 연속 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첫 단추를 아주 잘 끼웠다. 지난 7일 첫 소집 후 사흘 동안의 호흡을 맞춘 뒤 거둔 귀중한 첫 승이다. 아직은 완벽한 조직력을 뽐내지 못했지만 무실점 수비와 함께 다양한 조합의 공격진이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사실상의 1.5군 선발 명단으로 파라과이를 완벽히 제압했다는 것도 긍정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첫 승리는 비슷한 시기에 대표팀 사령탑을 교체한 이웃나라 일본의 행보와 정반대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탈락의 아픔을 겪으며 한국과 함께 나란히 고배를 마신 일본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과 계약을 마무리한 후 곧바로 멕시코 출신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선임해 외국인 감독 체제를 이어가며 '사무라이 재팬'의 포석 다지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출범한 아기레호는 9월 열린 두 차례 평가전에서 혼다 게이스케, 오카자키 신지, 나가토모 유토 등 해외파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고도 루이스 수아레스가 빠진 우루과이에 패했고 베테랑 가와시마 에이지 골키퍼의 실수 속에 베네수엘라와 2-2 무승부를 거두며 데뷔 첫 승에 실패했다.
슈틸리케호가 정식 출범하던 10일 아기레 감독은 자메이카를 홈으로 불러들여 1-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결승골은 상대 자책골이었고, 일본이 원하던 화끈한 축구는 없었다. 더구나 부진한 성적에 지난 2011년 레알 사라고사 감독 시절 승부조작을 했다는 혐의까지 받으면서 초반부터 꼬인 판국이다.
아기레호에 비하면, 실험과 장기적인 설계를 겸비한 슈틸리케호의 첫 출항은 매우 성공적이다. 이날 파격적인 베스트 라인업을 꺼내 든 슈틸리케 감독은 누구나 주전으로 예상한 선수들을 벤치에 앉히고도 남미의 복병 파라과이를 무너뜨리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활발한 움직임과 간격의 유지, 득점 기회의 창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얻은 것이 많은 승리였다. 똑같은 데뷔 첫 승이지만 두 감독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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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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