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한국축구 냉엄한 현실과 마주하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15 06: 29

탐색은 끝났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한국축구의 냉엄한 현실과 처음 마주했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코스타리카와의 친선전에서 1-3으로 완패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첫 패배의 맛을 봤다. 추가시간 터진 이동국의 골로 전반전을 1-1로 비긴 한국은 후반전 수비실수로 두 골을 내주며 완패를 당했다.
▲ “관중숫자가 너무 적어 아쉬웠다”

경기 후 슈틸리케의 얼굴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한국선수들의 플레이에 썩 만족하지 못해 화가 난 눈치였다. 슈틸리케는 “코스타리카의 승리를 축하한다. 우선 오늘 공격적인 두 팀이 만나 기술적이고 화려한 축구를 했지만, 관중숫자가 너무 적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은 잘해줬다. 결과가 부정적이라 아쉽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3만 6210명이 입장했다. 경기가 평일 저녁 8시에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였다. 처음 경기가 시작됐을 때 경기장에는 일만여 명의 관중들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관중들이 전반전이 끝나갈 때쯤부터 계속 들어찼다. 일반 회사원들이 퇴근 교통지옥을 뚫고 8시 경기에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유럽무대서 활약하던 슈틸리케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숫자였다. 슈틸리케가 활약했던 독일 대표팀이나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항상 만원관중을 이룬다. 축구가 곧 삶인 유럽에서 대표팀 경기에 빈자리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슈틸리케는 지난 9월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우루과이전에서 한국대표팀을 처음 지켜봤다. 4만 408석의 경기장에 3만 8183명이 들어차 거의 만원을 이뤘다. 본인의 데뷔전이었던 10일 파라과이전에 천안종합운동장(2만 6000석)에는 2만 5156명이 왔다. 슈틸리케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있는 경기장도 당연히 가득찰 것으로 기대했던 것.
이제 한국축구에 대한 환상은 깨졌다. 슈틸리케는 K리그 클래식이나 챌린지 경기도 직접 챙기며 유망주들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슈틸리케는 한국축구의 냉엄한 현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 “대표팀에 많은 옵션이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에서 썼던 베스트11 중 기성용, 이청용, 남태희 단 3명만 코스타리카전에 선발로 썼다. 나머지 8명은 안 썼던 선수를 처음 기용했다. 슈틸리케를 통해 김민우, 남태희, 조영철 등 기존에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활약했다. 하지만 마냥 새 얼굴을 실험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한국은 전반 17분 왼쪽풀백 박주호가 오른쪽 발목을 다쳐 실려 나갔다. 그 때부터 슈틸리케의 게임플랜이 어그러졌다. 대타로 기용된 김민우가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정교한 크로스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중앙수비수 김영권은 잦은 실수로 오점을 남겼다. 한국은 안정된 2개 조의 포백을 교대로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대표팀 자원이 많지 않았다.
슈틸리케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운데다. 특히 미드필더나 수비에서 중앙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있었던 장현수가 가장 뛰어났다. 다만 박주호가 뛰다 부상을 당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옵션이 없었다. 김민우를 투입해서 뛰게 한 것도 약점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파라과이전에서 슈틸리케는 김민우를 공격으로 기용하는 다양한 실험을 했다. 하지만 수비에서 구멍이 나자 긴급하게 김민우로 메울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가용자원이 다양치 않은 셈이다.
이제 슈틸리케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봤다. 슈틸리케의 진정한 역량은 지금부터 발휘돼야 한다. 슈틸리케는 “분명히 한 가지 밝힐 것은 우리가 졌지만 패배자는 아니었다. 오늘의 결과가 부정적이지만, 우리는 항상 파워가 있고 의지가 있다. 더 노력할 수 있다. 결과에 승복하고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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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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