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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는 어떻게 서태지 컴백 태풍을 잠재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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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서태지 VS 개코? 예전 같았으면 가요계에서 어디 비교가 가능할 상대인가. 1990년대를 휩쓴 서태지와 아이들의 리더 서태지는 한 마디로 당대의 아이콘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다. 그래서 '응답하라 1994'의 오프닝도 서태지로 시작됐고 시청자들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2014년 가을, 확실히 시대는 바뀌었다. 8년만에 컴백 앨범을 발표한 서태지에 그 시절 팬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요즘 10, 20대의 반응은 시큰퉁한 모양이다. 서태지가 지난 18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 무려 2만5천명 관객을 모아놓고 멋진 콘서트를 성황리에 개최한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크리스말로윈' 콘서트는 세월의 흐름에도 변치않는 열광적인 '태지 신도'들을 위한 잔치였으니까.

이에 비해 음원차트의 순위는 냉정하고 현실적이다. 서태지 전성기 때 중학교에서 껌이나 씹었을 개코가 현재 상황에서는 저 멀리 앞서 달리고 있다. 가요관계자들의 예상이나 고정관념으로 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개코는 어떻게 서태지를 누르고 음원차트 1위에 올랐을까.

그 시대의 인기 음악은 유행에 가장 민감한 세대가 결정한다. 힙합붐을 선도중인 다이나믹듀오 개코의 솔로 데뷔곡들은 불금의 클럽 문화 속에서 성장하는 지금 젊은이들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멜로디다. 그런 그가 계급장 떼고 붙는 음원차트 대결에서는 서태지에게 꿀릴 게 있을리 없다.

또 하나, 곡이 좋지 않으면 요즘 음원 소비자들은 명성이나 지명도와 상관없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요즘 애들은 돈 아까운 줄 몰라'하는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음원 한 개 고르면서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클릭하는 게 10, 20대 가요팬이다. 개코의 첫 솔로 앨범 ‘레딘그레이REDINGRAY)’는 갖출 것을 다 갖췄기에 발표하자마자 주요 음원차트 올킬에 성공했다.
 

불공정과 편파 심사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가요프로, 가요상 순위 선정과 달리 음원시장의 승부는 깨끗하고 깔끔하게 갈린다. 한 마디로 개코의 이번 솔로 데뷔곡들은 소비자 판단에서 다른 가수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더블타이틀곡 ‘장미꽃’과 ‘화장 지웠어’는 분위가 완전히 다른 곡들이다. ‘장미꽃’이 감미로운 멜로디 속에 잔잔한 랩핑으로 가을 감성을 자극하고, ‘화장 지웠어’는 개코 특유의 강렬한 랩으로 가슴을 팍팍 파고 드는 파워 랩을 과시한다.

둘중에서도 '화장지웠어'가 3일 연속으로 주요 음원차트 1위를 달리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개코가 프로듀싱과 작사, 작곡 등 전방위적으로 참가한 곡이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노래는 개코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랩핑이 더 실감나게 마음에 와닿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였구나.

오랫동안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던 ‘밀당’ 남녀의 이야기다. 마음이 식어버린 여자가 ‘나오라’는 남자의 문자에 ‘화장 지웠다’고 우회적으로 거절하는 가사들이 신선하고 독특하다. 개코만의 똑 부러지는 랩이 자이언티와 핫펠트의 여린 듯 안정적인 보컬과 맛깔지게 어우러지면서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곡은 전체적으로 비트감이 있고 중독성도 있다. 노래가 전하는 스토리는 안타깝지만 가사의 ‘센스’가 돋보인다. ‘아직 체크 안 한 듯해 숫자 1은 아직이야’, ‘넌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라 소유했다 기고만장 할 수는 없잖아’ 등의 가사는 물론 이 외에도 재치 있는 라임과 공감을 부르는 스토리가 돋보인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사진> ‘화장 지웠어’ M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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