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가드’ 임재현, 농구에 눈을 떴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20 07: 19

더이상 '임봉사'라는 오명은 없다. 노장 임재현(37, 오리온스)이 농구에 눈을 떴다.
임재현은 챔피언 모비스를 맞아 흔들리는 오리온스를 잡아주며 오리온스의 5연승에 기여했다. 고양 오리온스는 19일 오후 고양체육관에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 모비스를 81-74로 꺾었다.
일등공신은 25점을 넣은 트로이 길렌워터였다. 하지만 임재현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이길 수 없었던 경기였다. 3쿼터 중반 모비스는 전준범과 문태영이 18점을 합작하며 무섭게 터졌다. 추일승 감독은 벤치에 앉아있던 노장에게 콜을 보냈다. 14일 SK전 이후 시즌 두 번째 출전이었다.

비록 벤치에 앉아있었지만 임재현은 경기의 흐름을 한눈에 꿰었다. 그는 모비스의 추격이 거셀 때마다 흐름을 끊어주는 3점슛 두 방을 터트렸다.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리온스는 계속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이승현 등 긴장했던 선수들이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오리온스는 4쿼터 10점을 넣은 찰스 가르시아 등이 대활약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인터뷰장에 들어서는 임재현은 만감이 교차한 듯 보였다. 15년 어린 이승현과 동석하는 것이 쑥스러운 듯 “15살 어린 후배와 들어오니 영광이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생각했다. 오리온스에서 날 필요하다고 불러주셨다. 오늘 경기에 보탬이 돼서 개인적으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추일승 감독은 “어려울 때 풀어주는 역할로 재현이를 영입했다. 가드들이 잡혔을 때  어떤 공격을 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수다. 감독이 지시하는 것이 안 될 때 임기응변도 잘했다. 팀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해줬다”면서 노장을 치하했다.
임재현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KCC에서 은퇴를 권유받았다. 선수에서 물러나더라도 계속 구단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임재현은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그는 “KCC 단장님이나 감독님이 마지막까지 배려해주셨다. 은퇴를 해도 구단에서 날 챙겨주려고 했다. 감사했다. 단장님과 면담을 통해 30년 동안 있었던 이 판에 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와이프도 감격을 했다. 죽기 살기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오리온스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어느덧 37살이다. 한국선수 중 주희정과 함께 최고령이다. 하지만 아직 뛸 수 있다. 한 때 경기 보는 눈이 없어 ‘임봉사’라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하지만 지금의 임재현은 농구에 눈을 떴다. KCC에서 두 번의 우승을 이뤄낸 그의 경험이 오리온스에 필요하다.
임재현은 “체력적으로 힘들다. 연습을 해도 예년보다 ‘순발력이나 점프가 떨어지는 구나’라고 느낀다. 농구는 흐름의 경기다. 머리를 써서 미리 가 있고 그런 것이 잘 된다. 몸이 안 되니까 얍삽하게 하려고 한다. 아직 10분 정도는 충분하다. 힘들면 바꿔달라고 할 텐데 끝까지 힘이 남아있었다”고 강조했다.
노장의 연륜과 경험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신인 이승현은 대선배의 활약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깨달은 것이 많아 보였다. 임재현은 경험이 부족한 오리온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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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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