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 '카트',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불편한 진실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10.23 08: 12

고개를 돌리면 그만이지만 영화는 보는 이들의 고개를 끝까지 스크린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만큼 영화 '카트'는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를 깊은 울림으로 변화하게끔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카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배우들의 열연과 이를 그려내는 감독의 묵묵한 응원의 시선이 결합돼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카트'는 더 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으로 시작된다.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를 외치며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컴플레인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의 직원들은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정규직 전환을 눈 앞에 둔 선희(염정아 분)를 비롯해 싱글맘 혜미(문정희 분), 청소원 순례(김영애 분),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분),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 분)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이들은 저마다의 삶을 위해 용기를 내 힘을 합치며 회사를 향한 싸움을 시작한다.
말 그대로 '카트'의 내용은 불편하다. 우리 삶 어딘가에선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우리가 늘상 지나쳤던, 사회의 불편한 한 구석을 '카트'는 들여다보고 있다. 불편하니까 외면하면 그만이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이 아니니까"라는 쉬운 말로 이들을 외면하고 영화 속 등장하는 마트의 고객들처럼 남 일 보듯 지나치면 그만이다.
투쟁을 하며 때로는 누군가에게 욕설을 듣고, 누군가에게 맞아가면서 투쟁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의 모습 역시 보기 힘들다. 고래고래 악을 쓰며 끌려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아파 스크린을 바로 쳐다보기가 힘들다.
이 점이 '카트'의 상업영화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상업영화는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불편함을 다루고 있는 영화인만큼 관객들이 이를 감수하고 '카트'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불편함이 깊은 울림으로 변하는 순간을 맛보고 싶다면 '카트'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카트'는 이러한 불편함들을 진정성 있는 연출력을 통해 울림으로 만들어냈다. 질질 끌려가면서도 "사람 대접 받고 싶다" 외치는 여성들의 모습과 힘든 삶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뭉클하다.
배우들의 열연도 한 몫 단단히 해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저 묵묵히 일만 하던 여성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는 여성으로 바꿔낸 염정아의 열연이 놀라우며 똑순이 혜미의 모습부터 아이 앞에선 한 없이 약해지는 엄마 혜미의 모습까지, 극에 가장 핵심이 되는 인물을 연기해낸 문정희의 열연 역시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고령 청소부 순례를 연기한 김영애의 연기도, 다같이 노동자가 된 황정민과 천우희의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염정아와 도경수가 형성하는 모자 관계 역시 매력적이다. 노동자들의 삶 속에 등장하는 이 모자 관계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주는 울림과는 또 다른 울림을 선사한다.
한편 영화 '니마'를 연출했던 부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카트'는 오는 11월 13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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