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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감독이별, 야구에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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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우찬 기자] “감독직은 그래요.”

프로야구 감독직,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하다.

지난 23일 SK 와이번스의 감독 이취임식은 아름다운 이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용희(59)신임 감독의 취임식과 이만수(56) 전 감독의 이임식까지. 떠나는 감독에 대한 예우와 새 감독에 대한 환영이 공존했다.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이별하는 ‘독이 든 성배’가 프로야구 감독직이다. SK의 이날 모습이 프로야구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 “왜 한국에는 아름다운 이별이 없느냐”

올 시즌 프로야구의 한 축은 ‘감독 수난시대’다.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의 자진사퇴, 송일수 전 두산 감독의 경질 등 감독들이 줄줄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룡 한화 감독도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최근 대전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아름다운 이별의 부재다. 특히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의 경우 김 감독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롯데 프런트가 그라운드서 보인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스포츠조선> 보도에 따르면 배재후 롯데 단장은 “경질 아니다. 사임이 맞다. 내년 연봉을 주지 않는다”고 못 박으며 언론을 통해 김 감독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별에 대한 예우는 아니었다. 

야구인 A씨는 최근 통화에서 “왜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이별이 없는지, 그게 너무 안타깝다”고 감독직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김응룡(73) 한화 감독 얘기가 나왔다. A씨는 “확률적으로 김응룡 감독은 유니폼을 다시 입을 가능성이 적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시킨 노(老)감독이다”며 “멋있게 떠나보내야 하는데”라며 혀를 찼다.

▲ “감독직은 그래요”

현직 감독 B씨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기태 전 LG 감독이 올 시즌 도중 사퇴하며 LG를 떠날 당시 “감독도 열심히 하다 떠나는건데. 이제는 헤어질 때도 아름다운 헤어짐이 되면 좋겠다”고 아쉬운 마음을 에둘러 드러냈다.

B씨는 최근 잇따르는 감독 교체에 대해서는 “감독직은 그래요”라고 한숨을 내쉬웠다. 그러면서 “사람이 끝맺을 때 다 서글프다”라고 했다. 김응룡 감독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깰 수 없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분이신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호시노와 바비 콕스

지난 7일 일본프로야구 호시노 센이치(67) 라쿠텐 감독은 오릭스와의 최종전을 끝내고 17년 동안의 감독 생활을 정리했다. 라쿠텐은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이미 좌절된 상황.

하지만 최종전이었던 이날 코보스타 미야기구장에는 2만 6,236명의 관중이 찾아와 노감독의 은퇴를 지켜봤다. 라쿠텐은 17년 동안 2,277경기를 지휘한 호시노 감독의 은퇴식을 거행했다. 호시노 감독은 시즌 막판 사퇴의사를 구단에 전달했고 라쿠텐은 노감독의 퇴장을 위해 아름다운 이별식을 준비했다.

지난 2010년 10월 3일(한국시간) 터너필드에서 열리는 애틀랜타와 필라델피아 경기를 앞두고 바비 콕스(73) 애틀랜타 감독의 은퇴식이 펼쳐졌다. 프로야구 30년 감독직을 끝맺음하기 위해 이날 터너필드에는 시즌 최다인 54,296명의 관중이 찾았다.

콕스 감독은 애틀랜타서 25년 동안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 한 차례뿐만 아니라 14차례 지구 우승, 5차례 내셔널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에는 토니 라루사, 조 토리 감독과 함께 명예의 전당 헌액된 명장이었다.

일본과 미국은 노감독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김응룡 감독은 통산 2935경기 1567승 1300패68무 승률 5할4푼6리를 기록했다. 한화는 역대 최다경기-최다승-최다우승을 달성한 김응룡 감독과 어떤 이별을 택할까.



▲ 떠나보낸 롯데, 떠나보낼 한화

회자정리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는 게 순리. 헤어지면 또 만나게 된다. 김시진 전 감독을 떠나보낸 롯데는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선택했다. 아직 신임 감독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 신임 감독도 언젠가는 팀을 떠난다. 그 때는 롯데가 아름다운 감독이별을 할 수 있을까.

한화는 김응룡 감독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새 감독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한화는 노감독을 떠나보내기 전 시즌 전부터 그에 대한 은퇴식을 논의했다면 어땠을까.

“선수만 은퇴식이 있습니까. 감독도 마지막 은퇴 경기도 있는데”라고 A씨는 말한다. 이어 “한화 팬들께서도 막상 은퇴식(경기)을 했다면 ‘노감독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박수쳐줄 것이다. 왜 그런 멋있는 이별을 못 하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희망은 있다. 23일 SK의 이만수 감독 이임식이 아름다운 이별의 작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rainshin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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