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난세 영웅' 오재영 의지와 준비 있었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10.31 06: 02

넥센 히어로즈 좌완 오재영(29)은 종종 중년의 선수로 오해받는다.
2004년 신인왕, 2004년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투수. 어언 10년 전의 영예가 여전히 그의 곁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오재영이나 팀이 더 좋은 커리어를 찍었다면 묻혔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고 그의 야구 인생은 계속 2004년에 남아있는 듯 했다.
그 뒤로 팀은 기업이 바뀌었고 그는 군문제를 해결했으며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그는 2011년 20홀드를 기록하며 홀드 3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팀의 창단 첫 최하위에 묻혔다. 지난해와 올해는 선발로 나섰으나 시즌 중 많은 기복을 겪기도 했다.

그는 "중간투수 하고 있을 때도 저 나름대로는 괜찮게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선발로 나와 잘 하는 게 커보이는 것 같다"며 중간투수가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어쨌든 오재영에게 명예 회복의 시간은 꼭 필요했다. 그리고 30일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그날이었다. 오재영은 이날 부진할 것이라던 다수의 예상을 보란 듯이 깨고 6이닝 3피안타 2탈삼진 2사사구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고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사실 큰 경기를 앞두면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땀을 많이 흘려서 머리에 헤어밴드를 할 정도.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도 긴장을 했던 오재영은 5이닝 3실점으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날은 경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 절친한 후배 장시환에게 "자극이 되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오재영은 "2004년에도 1승2무1패의 5차전에서 나가 승리투수가 됐고 이번에도 1승1패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 이를 악물고 던졌다. 올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 한 경기로 제게 위로가 된 것 같다"며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야 팀에 도움이 됐다는 안도감도 묻어나왔다.
넥센은 그의 말대로 중요한 고비에서 3차전을 맞았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오늘은 마운드 운용 면에서 가장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오재영이 혜성처럼 나타나 호투로 팀을 구했다. '난세 영웅'이 된 오재영. 그러나 그는 불쑥 나타난 것이 아니라 계속 마운드 위에 있었다. 그리고 이날을 준비해오고 있었다.
autumnbb@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