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연예인, 본인만 모르는 ‘협찬 골질’ 열폭 사례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0.31 16: 17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가수 겸 안무가 팝핀현준(본명 남현준)이 국내 한 항공사를 깎아내리고 원망하는 듯한 SNS 멘션으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 16일 미국 LA 한인축제 행사에 초대받아 출국하던 날, 기대했던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을 받은 데다 좌석 지정마저 안 돼 있어 불편을 겪자 실시간으로 SNS에 화풀이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접한 대중들의 반응은 아쉽게도 ‘어떡해’가 아니라 정반대의 ‘못났다’였다. 공짜표로 미국까지 가면서 비즈니스 운운한 것도 어이없지만 ‘하여간 해주고도 욕먹어요. 으이구, 자리 배정도 안 해놔서 2층 한 가운데, 아시아나 보고 있나? 담부턴 대한항공으로 간다’는 글이 보는 이들을 ‘열폭’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온라인에선 ‘국적기 태워주면 대우해준 건데 고맙다며 갈 것이지 어디서 클래스 운운이냐’는 글부터 ‘도 넘은 공짜 근성’ ‘이 정도면 협찬 거지’라는 원색적인 단어까지 쏟아졌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샴페인 따라주고 편하게 누워 잘 수 있는 비즈니스석을 선호하고, 장거리 노선의 경우 특히 창가나 복도자리부터 먼저 빠지기 마련인데 팝핀현준은 대체 뭘 잘못해 여론의 총알받이가 된 걸까.

 먼저 유료 소비자가 아닌데도 애꿎은 항공사를 험악하게 디스했다는 점이 대중들을 화나게 했다. 지불한 만큼 서비스를 요구하고 이에 만족 못 할 경우 컴플레인을 제기해야 함에도 팝핀현준은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했다. 무임승차 했으면서 요구 조건이 너무 터무니없었다는 지적이다. 돌이켜보면 라면 상무 역시 비싼 돈을 내고 상석에 앉았지만 통념을 넘어선 ‘갑질’ 때문에 그 비싼 욕을 한 사발이나 들이켠 것 아닌가.
물론 몸이 재산인 아티스트에게 10시간 넘는 미주 일반석 비행은 매우 고역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에 주최 측에 정중하게 비즈니스석을 요구하거나 이게 여의치 않았다면 불참하는 게 옳았다. 적어도 가기로 했다면 이코노미로 발권한 뒤 추가 비용이나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을 알아봤어야 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출국 당일 카운터에서 비즈니스석을 못 받자 화가 난다는 식의 글을 올려 비난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경쟁 항공사와 자리 배정을 언급한 것도 경솔했다. 항공사 선택이야 본인의 자유이지만 이는 평상시 때 얘기다. 이처럼 주최 측이 블록으로 항공권을 단체 구매해놓았을 경우엔 개인에게 선택권이 없다. 혹여 스카이패스 회원이라도 이럴 땐 잠자코 아시아나를 타야 하는 것이다. 국적기의 경우 대략 1마일 당 가치가 15원쯤 한다는데 팝핀현준이 이를 적립했는지도 궁금하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미국에서 대형 사고를 친 뒤 인천공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이 마일리지 적립이었다고 하지 않나.
또 사람들이 탑승 3시간 전부터 공항에 서둘러 나오는 이유도 남들보다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웹 체크인도 안 한 채 느긋하게 공항에 가놓고 ‘왜 가운데 자리를 주냐’고 따지면 ‘손님, 그러니까 좀 일찍 오셨어야죠’라는 말 밖에 듣지 못 한다.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진 항공사가 팝핀현준을 특별히 홀대했을 리 없고, 아마 업무를 대행한 여행사의 사소한 실수가 있었을 텐데, 미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무 잘못 없는 항공사를 옹졸한 회사로 깎아내린 게 부메랑의 화근이 됐다.
 사실 팝핀현준의 이런 공항 해프닝은 애교로 봐줄 만큼 연예계에는 훨씬 더 심각하고 노골적인 ‘협찬 골질’이 벌어진다. 문제는 업체나 브랜드에서 공들이는 A급 스타들은 이에 쉽게 응하지 않으며 애를 태우는 반면, 이제 막 듣보잡 꼬리표를 뗀 어설픈 연예인들이 협찬에 열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신인이나 무명 때 겪은 협찬 설움을 보상받겠다는 심정은 이해되지만 간혹 정도가 지나쳐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될 때도 있다.
 특히 패션과 주얼리 브랜드 행사장은 연예인 협찬의 민낯이자 결정판이다. 이곳에서 포즈를 취하는 셀럽들 대부분은 며칠 전 해당 브랜드에서 증정 형식으로 제공하는 가방과 의상, 보석을 착용하고 행사장을 찾는다. 그런데 업체에서 연예인의 레벨에 따라 증정품과 액수가 달라진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뒤늦게 ‘왜 누구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주고, 나는 보급품을 주냐’는 불만이 나오며 심할 경우 막말과 험한 모습이 동반된다.
 결혼식 또한 연예인 입장에서 협찬을 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A급 스타들은 연예인 DC가 거의 적용되지 않는 최고급 호텔에서 협찬 프리를 선언하며 자신의 부와 품격을 자랑하지만, 일부 연예인은 식장부터 신혼여행까지 협찬을 끌어들인다. 여기에 잡지와 주부 대상 프로그램이 가세해 이들의 신혼집 인테리어를 소개하며 또 한 번 떠들썩한 협찬 전쟁 2막이 벌어진다.
 ‘그쪽도 내 인지도를 활용해 마케팅하면 되지 않냐’며 윈윈 전략처럼 접근하다가 막상 홍보 단계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는 먹튀 연예인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 과정에서 서로 고성이 오가다 신혼집에 가 벽지를 뜯어내고 욕조와 세면대를 철거하는 인테리어 업자의 낙담한 얼굴도 본 적이 있다.
 소속사 사장과 결혼한 한 연예인은 이 방면의 신공으로 불리며 웨딩업계에서 악명 높아진 인물이다. 식장과 주얼리, 부케와 식대, 청첩장까지 수천만 원의 협찬을 당겨 남부럽지 않은 예식을 치렀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홍보 사진 한 장 못 쓰게 해 업체와 이들을 섭외한 직원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홍보 사진이 인터넷에 나갈 경우 위약금 2000만원을 직원에게 물리겠다는 대표의 엄포 때문에 사내에서 결혼 도우미로 불렸던 이 직원은 결국 회사까지 그만둬야 했다.
연예인 마케팅이 존재하는 한 연예인 협찬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유명인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활용한 마케팅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게 상식선에서 이뤄지고 서로에게 유익해야만 건전한 상거래로 인정받게 된다. 날아가는 새의 깃털을 뽑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인의 탐욕을 비꼬는 중국 속담이 있는데 혹시 일부 ‘협찬 진상’ 연예인에게 그 노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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