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야큐이야기]아키야마의 눈물, 10번의 헹가래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11.01 07: 12

이대호가 뛰고 있는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지난 10월 30일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신에게 1차전을 내주었지만 내리 4경기를 쓸어담았다. 특히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5차전에서는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을 높이 들엇다.
우승이 확정되자 호크스의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몰려갔다. 아키야마 고지 감독의 헹가래를 위해서였다. 한 번~ 두 번~ 세어보니 10번이었다. 일본야구 역사상 이렇게 많은 헹가래를 받은 감독은 없었다. 아키야마 감독이 2군 감독을 포함해 10년간 재임을 마치고 팀을 떠난다. 헹가래는 선수들의 존경과 마음을 담은 작별식이었다.
아키야마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자신사퇴 의사를 밝혔다. 리그 우승을 했던 감독이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는 일은 이례적이다. 오 사다하루 구단 회장은 철회를 종용했다. 그러나 사퇴 이유를 듣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유는 병석에 있는 아내를 간호하기 위해서였다. 야구만 하느라 정작 아내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번에는 오로지 아내를 위해 살고 싶은 것이었다. 

그는 세이부 황금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던 인물이다. 은퇴후에도 코치와 감독으로 야구판에만 누비다보니 정작 가정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아내가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었다. 우승을 이룬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아내를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내렸다.
아키야마 감독은 전형적인 포커 페이스형 리더였다. 감정적이었고 격정적이었던 전임 오 사다하루와 달리 이론과 설득력으로 무장한 장수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에 말 수도 없었다.  처음에는 선수들과 거리감이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소통이 되지 않은 감독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마지막은 아니었다. 이번 일본시리즈는 소프트뱅크가 이길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감독을 위한 선수들의 마음이 한 곳으로 뭉쳤기 때문이었다. 사퇴를 결정한 아키야마는 일본시리즈를 앞두고 선수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술에 취한 아키야마는 진한 눈물을 흘리며 고별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승패의 책임은 내가 질테니  스스로 어필하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키야마의 눈물을 보았던 선수들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이번 일본시리즈를 임하는 자세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1차전에는 2-6으로 졌다.  그러나 이후 4경기에서 한신에게 단 4점만 내주는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떠나는 아키야마에게 평생 잊지못할 선물을 했다. 그리고 10번의 헹가래로 작별식을 했다. 소프트뱅크 우승의 이면에는 감독과 선수들의 한마음 감동이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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