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AG金 후 한 달, 농구인들은 무슨 노력을 했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1.03 06: 35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과 감동은 벌써 과거지사가 된 것일까.
지난 10월 3일 유재학 감독이 이끌었던 남자농구 대표팀은 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을 79-77로 꺾었다. 12년 만의 금메달은 개막을 앞둔 프로농구 전체 흥행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프로농구연맹은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금메달을 따낸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된 포상도 돌아가지 않고 있다.
▲ 아시안게임의 감동은 신기루였나

전자랜드는 2일 삼산체육관에서 모비스를 상대로 홈 개막전을 치렀다.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의 여파로 개막 3주 만에 치른 첫 홈경기였다. 이날 무려 시즌 최다인 9094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75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 규모를 훨씬 초과한 것이었다. 입석티켓을 구매한 관중들은 복도에 쭈그려 앉거나 서서 경기를 관전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일찍부터 예매가 폭주했다. 우리 팀이 늦게 홈경기를 개최한 탓도 있다. 하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시안게임의 감동을 기억하는 인천 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은 경우가 많았던 것. 금메달이 프로농구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KBL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마케팅에 적극 이용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시즌 개막 각오를 밝히는 미디어 데이에 KBL은 차기 시즌 외국선수 2명 출전을 발표했다. 또 개막 후 3주가 지나도록 중계권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농구팬들은 아직도 질이 떨어지는 인터넷 중계를 전전하고 있다. 하지만 KBL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남자프로농구의 경우 수년 전부터 시청률 부진으로 중계를 포기하자는 말이 나왔다. 배구 등 대체 콘텐츠를 확보한 방송사는 아쉬울 것이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고생은 20명이 다같이 하고 포상은 15명만   
프로농구 현장에서도 아시안게임의 감동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모비스와 LG의 공식개막전에서 KBL은 포상금 3억 원과 아시안게임 우승기념 반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포상대상에서 통역,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등 대표팀 지원스태프 5명은 빠져 있었다. 포상금 3억 원은 선수 12명과 유재학 감독, 이상범 코치, 이훈재 코치에게만 배분된다.
유재학 감독은 “포상금 나온 것을 안을 달라고 했는데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보상을 받지 못한) 나머지 스태프에 대해 외적으로 해달라고 했다. (KBL이) 알아보겠다고 해놓고 답이 없다. KBL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대표팀 스태프에게 우승반지조차 주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끝나고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면 어떡하나”라고 한탄했다.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양동근은 “몇 개월간 같이 고생했는데 해줘야죠. 우리는 운동하고 밥 먹고 쉬었지만, 성준모 코치 및 트레이너들은 더 고생을 했다. 몇 개월 같이 동고동락했는데 그걸 뺀다면 좀 아닌 것 같다”고 호소했다.
과연 KBL이 정말 돈이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팀은 연습경기 상대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대한농구협회는 A매치를 잡을 능력이 없었다. 당시 KBL의 지원으로 외국선수 6명을 단기 알바로 데려와서 썼다. 오합지졸의 상대들로 제대로 된 연습이 될 리 없었다. 당시 이들에게 일당 500달러씩을 줬다. 결과적으로 KBL은 쓸데없이 수  백만 원의 돈을 낭비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영기 KBL 총재는 “대표팀의 연습 상대로 외국선수를 지원했다”며 생색을 냈다. 
지원스태프들은 박봉을 받고 나라를 위해 일했다. 오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자부심 하나였다. 포상금은 고사하고 우승반지도 없었다. 포상의 크고 작음을 떠나 자신들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생각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양동근은 “사람이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는데 그런 거 하나하나 챙겨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런 부분이 아쉽다. 난 그러지 말자고 한다. 우리 선수들에게 숙소에서 고생하는 식당아줌마한테도 잘하라고 한다”며 아쉬워했다.
농구협회도 무능하기는 매한가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도금을 한 것으로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다. 2002년 농구협회는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남자대표팀에게 순금으로 된 금메달을 만들어서 기증했다. 관례대로라면 이번에도 남녀대표팀에게 응당 같은 포상을 하는 것이 맞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관리와 포상은 KBL이 아닌 농구협회 소관이다. 하지만 농구협회는 모든 포상을 KBL로 미룬 채 손을 놓고 있다.
과연 이렇게 대우하려고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그토록 금메달을 따라고 했던 것일까. 농구인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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