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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달러’ 김광현, 왜 포스팅서 냉대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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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꿈을 좇기 위한 김광현(26, SK)의 도전이 큰 장애물을 만났다. 첫 걸음이었던 포스팅 금액부터 꼬이며 모든 절차가 조기에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공존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대세로 작용한 모양새다.

지난 1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공시를 신청했던 SK와 김광현은 11일(한국시간) 포스팅 최고액 입찰 금액을 전달받았다. 그러나 이 액수는 SK와 김광현이 기대했던 액수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낮았다. SK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금액이다. 김광현도 이 금액을 전달받고 다소간 실망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와 김광현은 일단 시간을 갖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미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은 12일(이하 한국시간) "김광현에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팀은 샌디에이고이며 200만 달러다. 이는 분명 SK가 원하는 수준의 금액은 아니다"라고 보도하며 신빙성을 더했다. 복수의 SK 관계자도 이 정도 금액에서 포스팅이 형성됐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당초 김광현을 보는 MLB 스카우트의 시선은 두 가지였다. ‘4~5선발로 뛸 가능성이 있는 잠재력 있는 왼손 투수’와 ‘MLB에서 선발로 뛰기는 어려운 불펜 요원’이 그것이었다. SK도 이런 평가를 알고 있었지만 선발로 보는 팀이 입찰에 뛰어들 경우 그들이 잠재적으로 설정한 포스팅 금액은 가능하다는 계산 하에 이번 절차를 진행했다. SK가 당초 예상한 금액은 500~1000만 달러 사이로 그 정도 금액이면 좋은 모양새를 갖춰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스몰마켓 팀인 샌디에이고의 사정을 고려해야 겠지만 복수의 팀들이 선발로 봤다고 생각하기에는 포스팅 금액이 낮았다.

▲ 부상 전력-제구력, 우려 못 뒤집었다

MLB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OSEN과의 인터뷰(10일 보도)에서 “입찰을 할 팀은 충분히 있는 분위기다. 물론 김광현을 불펜 투수로 보는 팀들도 있다. 이 경우 포스팅 금액이 그리 높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포스팅시스템의 특성상 김광현의 선발 가능성을 높게 보는 팀이 딱 하나만 있으면 된다”라면서 “마에다 겐타(히로시마), 가네코 지히로(오릭스)의 포스팅 선언에 많은 MLB 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광현 포스팅을 전초전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포스팅 금액은 김광현을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본 MLB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었으며 상황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MLB는 한국프로야구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뛴 김광현을 불펜 요원으로 평가절하했던 것일까. 두 리그의 수준 차이가 기저에 깔려 있는 가운데 김광현이 가진 변수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 해설위원은 “부상전력, 내구성 문제, 그리고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부정적 평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올해 동양인 투수들의 잦은 고장을 본 MLB가 이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김광현은 투수에게 가장 민감한 부위인 어깨에 문제가 있었던 전력이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어깨 부상으로 터널 속에 있었다. 올해 어깨 통증에서 회복하며 28경기에서 13승을 거두는 등 선전했고 시즌 뒤 받은 정밀검사에서도 ‘이상무’ 판정을 받았으나 한 번 다친 어깨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했다. 이는 이닝소화능력, 그리고 체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김광현은 류현진(27, LA 다저스)과는 달리 200이닝 소화 경력이 없으며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는 MLB에서 선발투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제구도 문제였다. 왼손으로 빠른 공을 던지며 이와 짝을 이루는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갖춘 김광현은 분명 위력적인 구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구가 흔들리는 문제, 그리고 높은 볼넷 비율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이어진 가운데 시선이 엇갈렸다. 실제 김광현은 올해도 9이닝당 볼넷 개수가 4.20에 이르렀다. 이는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 리그 22위의 성적이었다. 7.51의 비교적 높은 9이닝당 탈삼진에도 불구하고 탈삼진/볼넷(1.79)이 리그 17위에 머문 이유였다.

이에 대해 한 스카우트는 “K/BB 비율은 투수의 순수한 능력을 측정한다는 측면에서 MLB에서도 눈여겨보는 지표다. 김광현은 수치상으로도 약점이 있다.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도 높다. 구종이 다양한 것도 아니다. 커브와 체인지업은 트리플A에서 보완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며 선발로 뛰기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에서 만 26세면 결코 많은 나이는 아니다. 투수 코칭스태프의 조련에 따라 좀 더 나아질 가능성은 가지고 있다”고 옹호한 관계자도 있었지만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 상황도, 시점도 좋지 않았다

상황도 시점도 좋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를 비롯, 내년까지 메이저리그(MLB)에는 좋은 선발 투수들이 대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풀린다. 당장 올해는 ‘최대어’로 평가받는 맥스 슈어저를 비롯, 존 레스터, 제임스 쉴즈라는 특급 선발들이 줄줄이 풀린다. 내년에는 데이빗 프라이스(디트로이트), 조니 쿠에토(신시내티) 등이 대기하며 콜 해멀스(필라델피아)와 잭 그레인키(LA 다저스)는 트레이드 및 옵트아웃 선언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보통 이런 선수들은 소위 ‘빅마켓’으로 불리는 재정이 좋은 팀의 주요 목표다. 몇몇 빅마켓 팀들의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을 시즌 내내 꾸준히 지켜봤지만 어디까지나 차선이었다는 것이다. 한 MLB 해설위원은 “그래서 중소 규모 팀들의 대거 입찰을 점칠 수도 있었지만 이런 팀들은 보통 고만고만한 4~5선발급 투수들이 많다. 김광현이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아쉬워했다. 샌디에이고도 그런 팀이며 이는 낮은 포스팅 금액의 원인이 됐다. 대다수 야구계 관계자들은 “금액도 그렇지만 입찰 팀들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보고 있다.

포스팅 시점도 아쉬웠다는 평가다. 김광현은 가장 빨리 시장에 나온 포스팅 선수로 손꼽힌다. 이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먼저 관심을 받을 수 있어 좋다는 의견, 그리고 가네코와 마에다가 잠재적 대기자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몸풀기’ 혹은 ‘탐색전’의 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결과적으로 가네코와 마에다는 미·일 시리즈 뒤로 포스팅 결정을 미뤘고 이들에 대한 시장상황을 확신하지 못한 팀들이 김광현 영입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어쨌든 포스팅 금액이 저조한 수준에서 형성됨에 따라 김광현의 MLB 진출도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이후 SK의 판단, 그리고 양자의 합의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도 있으나 대개 낮은 포스팅 금액은 연봉협상 및 MLB 보장 계약 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김광현은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누차 밝히고 있지만 구단 및 한국프로야구의 자존심, 그리고 선수의 향후 거취 여부에도 밀접한 영향을 줄 만한 포스팅 금액이 나온 만큼 심사숙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고 입찰팀으로 알려진 샌디에이고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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