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염정아 "민낯 걱정? 연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11.16 09: 26

뽀글거리는 파마머리에 얼굴에는 기미까지 잔뜩. 게다가 입고 나오는 옷은 마트 유니폼 혹은 노조 조합원 옷이 전부다. 가끔 비춰지는 일상의 옷들 역시 상태가 말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방송된 SBS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에서도, 2011년 방송된 MBC 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도 배우 염정아는 화려했다. 어디 극 중 모습 뿐만일까. 여배우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는 레드카펫, 시사회 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대중 앞에 선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 '카트'에선 평범하기 그지없는 엄마이자 여성으로 등장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뽀글머리와 관리라고는 모르고 산, 얼굴에 잔뜩 낀 기미까지. 화려한 삶을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여배우 염정아는 이런 분장에 만족함을 표했다. 여배우로서 꺼려질 법도 한 분장이었지만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예쁘게 나왔던데"라고 웃어보였다.

그랬다. 그는 캐릭터가 우선이었다. 추운 날씨에 물대포를 맞고 노조를 탄압하는 이들에게 몽둥이질을 당하는 장면을 촬영했으면서도 염정아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 내기 위해 겪었던 심리적 고통들을 더 이야기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자신이 매료됐던 이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눈물을 쏙 빼놓게 했던 이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어떻게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그것이 '카트'에서 염정아가 겪어야 했던 고통이었다.
- 힘들었던 촬영이라고 들었다.
▲ 그런 것들은 기억이 잘 안난다. 너무 괴롭고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연기적인 면들, 육체적인 것 말고 디테일한 것들 있지 않나. 정서적인 것들. 인물을 표현하는 성장과정이 쭉 있는데 그런 것에 중점을 두느라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 영화에 함께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 이야기에 매료가 됐고 읽으면서 되게 많이 울었다. 엄마의 문제도 그랬고 내 할 일만 하던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과정들이 많이 울컥했다.
 
-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선입견을 가지겠다는 걱정은 없었나.
▲ 전혀 안했다.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아예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비정규직이 많구나 하는 것은 촬영 하면서 느꼈다. 안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구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들이 되게 많구나 느꼈다.
- 마트 직원, 준비한 것이 따로 있나.
▲ 마트는 많이 접한 장소고 늘 뵙는 분들이다. 나는 마트에 매일 간다. 때문에 특별히 관찰할건 없었고 능숙함 같은 건 연습을 했다.
- 외모적으로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망설이지는 않았는지.
▲ 충분히 예쁘게 나왔다. 현장에서보다 예쁘게 나왔다(웃음). 완전히 내려놓은 상태에서 시작했고 그것이 당연한거다. 그 인물로 보이는게 중요하니까. 감독님이 앞머리를 잘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내가 이마가 보이면 영리해 보인다고 하더라. 감독님은 순종적인 이미지를 원하셨고 머리는 블랙으로 염색했고 거기에 아줌마 파마를 했다. 기미 분장까지 했다.
- 한선희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제일 심경 변화가 많은 인물이다. 그런데 그 선희의 변화나 성장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으면 공감 부분에 있어서 실패라고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거나 '갑자기 왜 저래' 이러면 안 된다. 보시는 분들은 잘 모르실지 모르지만 매 장면마다 그 감정을 고민했다. 그리고 의젓한 선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을 먹여살리는것만 생각하는 캐릭터라 부당한 대우도 참고 넘어간다 선희는. 기미 설정도 나를 돌아볼 틈 없는 생활인이라는 설정 때문이었다. 그게 우리 주위에 있는 보통의 엄마인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강한 사람. 그런 사람이 마지막에 목소리를 내야 더 와닿을 것 같았다.
- 여자들과의 작업 어땠는지.
▲ 나는 처음이다. 거의 없지 않나. 되게 편했다. 여자들이 신경전이라던가 서로를 견제하는 그런 것들을 모두 다 내려놓은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동지애가 끈끈했다. 생활 자체가 편했다. 남자분들이 있으면 앉아있는 자세 신경쓰이고 먹을 때 신경쓰이지 않나(웃음).
 
- 언니라고 말해주는 문정희하고 특히 사이가 남달랐을 것 같다.
▲ 문정희야 워낙 연기를 잘하니까 연기적으로 자기 역할 열심히 하고 개인적으로 문정희라는 사람에 대해 매력을 느꼈고 굉장히 많이 친해졌다. 거의 매일 연락한다.
- 관객들이 '카트'를 어떻게 봤으면 좋겠는가.
▲ 우리가 선동하는 영화도 아니고 뭘 주장하려 하는 것도 없고 소재가 그렇다보니 그런 쪽으로 생각하시는데 우리들의 이야기다. 너무 그런 선입견을 갖지 않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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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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