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명량’ 투자 지분율 11%밖에 안 되는 까닭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1.19 07: 36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내일 주가 등락을 알아맞히는 건 신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를 예측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며, 저평가된 우량주를 분할해 사들인 뒤 제값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자만이 높은 수익률의 과실을 맛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증시에선 명석한 두뇌가 아닌 아둔한 엉덩이가 돈을 번다는 우스개가 있다.
영화 흥행을 예측하는 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감히 신의 영역까진 아니라 해도 날고 긴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불과 몇 주 만에 민망한 결과로 이어질 때가 종종 벌어진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모니터 시사와 블라인드 반응이 그나마 정확도가 높다고 알려졌지만 초대박이 난 ‘명량’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올 여름 블록버스터 ‘명량’이 1760만 명을 동원하며 광풍이 불자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상반기 기대작 ‘우는 남자’를 비롯해 거의 모든 영화가 풍비박산 났는데 ‘명량’ 한 편으로 우울한 실적을 우상향으로 바꿀 수 있게 됐으니 그럴 만 했다. 특히 ‘명량’을 담당한 이들은 가라앉던 침울한 회사를 하루아침에 기사회생시킨 거북선 대접을 받았다.

당시 CJ의 ‘명량’ 투자 지분율을 둘러싸고 돌았던 루머도 이런 분위기에 묻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게 말이 되느냐’는 비아냥부터 괜한 ‘명량 트집 잡기’로 치부됐었다. 당시 창투사를 통해 알음알음 퍼진 소문의 요지는 CJ의 투자 지분율이 평균 수준의 절반도 안 되는 10%대 초반이라는 이야기였다. 개봉 전 ‘명량’의 흥행 전망을 어둡게 본 CJ가 자신들의 지분을 떠넘기듯 간접 투자사에 양도했다는 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루머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서 영화인들 사이에서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정산 과정에서 나타난 CJ의 투자지분율은 11%선. ‘명량’으로 1000억의 이익이 났다면 110억이 CJ의 몫이라는 얘기다. 보통 투자사의 편당 지분율이 25~30%선임을 감안하면 낮은 비율인 셈이다.
그렇다면 CJ는 왜 ‘명량’의 지분율을 스스로 낮춘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흥행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가장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편집부가 ‘명량’ 작업을 완료하기 전, 각종 모니터 시사 반응에서 흡족한 점수를 받지 못 하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양도했을 것이란 목소리다.
 물론 100억이 넘는 대작의 경우 투자사가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줄이는 사례가 아주 없진 않았다. 아무리 기대작이라도 흥행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위험 요소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전액 손실이 난 쇼박스의 ‘미스터고’와 ‘마이웨이’ ‘7광구’를 경험한 CJ로선 적게 먹더라도 ‘몰빵’은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싼 수업료를 여러 번 지불한 바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CJ가 ‘명량’의 지분율을 11%밖에 갖지 않았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만큼 자사 여름 텐트폴 라인업에 대한 흥행을 자신하지 못 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혹여 ‘명량’이 조기 강판될 경우를 대비해 9월 ‘마담 뺑덕’을 릴리프로 준비시킨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다.
 설령 지분율이 낮았다 해도 CJ가 ‘명량’으로 거둬들인 수입은 동종업계의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영화 수익 뿐 아니라 계열사 CGV의 매출이 급증해 이 회사를 흑자로 돌아서게 했고, 10%인 배급수수료 수입만 해도 50억이 훌쩍 넘는다. 투자2팀의 공로가 지대했지만 상반기 우울한 실적과 자신들의 판단력에 대한 자존감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더 큰 수익을 확보해 주주들에게 기여했을 텐데 지나치게 스스로 위축됐던 게 아닐까 싶다.
CJ는 비판도 많이 받지만 문화 사업을 리드하는 회사로서 모범을 보일 때도 많다. 단적으로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을 보장하는 영화 산업 표준계약서를 100% 이행하는 곳은 현재 투자배급사 중 CJ밖에 없다. 제작비가 5% 가량 오르지만 이 부담을 떠안으며 스태프들의 8시간 근로와 4대 보험, 시간외 수당, 완전 월급제 등을 준수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힘없는 제작사와 작가들을 수평적인 파트너로 인정해줄 때 CJ는 지금보다 더 좋은 평판을 얻게 될 것이다. 투자팀이 갑질하지 않고 오너나 회사 리스크 관리 만큼 영화사와 주주를 위해 헌신할 때 회사 가치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다.
[칼럼니스트] bskim0129@gmail.com
'명량'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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