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선발’ 함덕주의 꿈은 현재 진행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20 06: 47

새해가 밝을 때까지만 해도 알아주는 이가 별로 없는 선수였다. 팀의 1군 전지훈련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상 2군 전력이었다. 그러나 한 시즌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제는 두산 불펜의 신성이 됐다. 그런 함덕주(19)가 가슴 속에 깊은 꿈을 품고 확실한 눈도장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두산은 그다지 얻은 것이 많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함덕주는 위안거리였다. 2013년 신인지명회의에서 두산의 5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함덕주는 지난해 3경기 출전에 이어 올해에는 31경기에 나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과시했다. 특히 후반기에는 22경기에서 20⅓이닝을 던졌다. 최근 몇 년간 확실한 왼손 불펜 및 투수가 부족해 애를 먹었던 두산 마운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스스로도 얼떨떨한 시즌이었다. 올해 1군 전지훈련에 가지 못해 험난한 한 해를 예상됐던 함덕주는 “이렇게까지 잘 될지 몰랐다”고 시즌을 돌아봤다.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성과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냥 된 것은 아니었다. 그 바탕에는 노력과 전략이 있었다. 현실을 인식하고 한 가지를 파고들었다. 함덕주는 “2군에서 원포인트 몫을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다. 왼손타자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도 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이는 1군 진입 및 정착의 밑거름이 됐다. 함덕주의 왼손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1푼5리였다. 전체 피안타율(.253)보다 낮았다. 한 번, 두 번 사례가 쌓이자 두산이 함덕주를 왼손타자에 맞춘 스페셜리스트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요령도 붙은 9월 이후의 평균자책점은 2.79로 수준급이었다. 철저한 준비가 만들어낸 성과였던 셈이다.
아직 스무 살의 선수가 이뤄낸 성과다. 만족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함덕주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내년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산은 진야곱 이현호 등 왼손 자원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함덕주와 포지션이 겹칠 공산이 크다. “내년 목표는 1군에 계속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 함덕주의 앞에는 선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함덕주도 “신경을 안 쓴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쓰인다”고 가볍게 웃어보였다.
노력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함덕주는 “감독님도 바뀌셨다. 처음부터 모두가 똑같이 출발하는 상황이다. 안 다치고, 꾸준하게 활약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면서 “마무리훈련에서 KIA와 연습경기를 했는데 구속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타자와 상대하는 요령에 있어서는 좀 더 보이는 게 많은 것 같다”고 성과를 짚었다. 올해 성과를 내년에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수확이 있었던 마무리훈련이었다.
그런 함덕주의 최종 목표는 ‘선발진 진입’. 그 목표를 말하는 얼굴에는 수줍음이 떠올랐다. 스스로도 아직은 논하기 어려운 이야기임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곧바로 “지금은 보직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 번에 크는 것보다 1군에서 꾸준하게 활약하며 언젠가는 꿈을 이루고 싶다”라는 말에서 포부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앞에 놓인 숙제를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다면, 이뤄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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