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구혜선에 대한 편견? 없으면 허전하죠”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1.20 16: 37

인형 같은 미모의 동안 미녀. 배우 겸 감독 구혜선을 만나 보면 일단 현실감 없는 미모를 실감하게 된다. 그렇게 외모에 감탄하며 이야기를 하다보면, 새침할 것이란 편견과 다르게 자신만의 소신이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재밌는 젊은 감독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날 때쯤이 되면 소탈하고 친근한 친구를 만나고 돌아가는 것처럼 편안한 기분을 갖게 된다.
구혜선은 지난 6일 개봉한 세 번째 장편 연출작 ‘다우더’를 잘 마무리하고 싶어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약 2년 만에 잡은 인터뷰 스케줄. 흥행 성적은 많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감독 구혜선에 대한 편견이 이제 없으면 허하다”는 그는 영화도, 음악도, 연기도, 그림도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20대 때와 달리 한결 편안하고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다우더’라는 제목을 보게 되면 ‘이게 무슨 뜻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의 내용을 근거로 ‘도터(Daughter)'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구혜선은 영화의 제목에 대해 “사실은 그냥 만들어 낸 말이 안 되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누가 독일식이냐고 묻는데 그냥 생소한 단어를 만들어낸 거예요. 영화를 다 찍고 나서 뭘 해도 괜찮은 제목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시나리오를 주고받았던 파일명이 ‘다우더’였는데 이상하고 괜찮은 거 같다 싶어서 제목으로 하게 됐어요. 사실 이건 오타였어요.”
제목이 ‘딸’인 것보다 ‘다우더’인 것이 검색어 싸움에서 유리하지 않겠냐는, 농담을 덧붙였다. ‘요술’도 그렇고 ‘복숭아나무’도 그렇고 예쁜 단어들을 잘 골랐다는 소리에 “돈이 안 되는 영화의 느낌이죠?”라고 답하는 해맑은 웃음 뒤에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 부족한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어가며 겪었던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던 걸까? 구혜선은 영화 현장은 정말 즐거웠지만 굳이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돈이 없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돈과 시간으로 영화를 판단할 수 없지만 돈과 시간이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나오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풀숏(Full shot)을 찍는 것도 어려웠고요 커트의 한계도 있고. 다행히 우리 영화는 심리를 가져가는 거라 그림이 필요한 건 아니었어요. 제작비 때문에 빨리 찍어야 했죠. 하루에 몰아치고요, 그래도 절대로 밤은 안 샌다는 주의였어요. 사람이 잠을 자야죠. 남의 노동 시간을 갈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인건비를 많이 준 것도 아닌데 노동까지 갈취하면 도둑이지 싶어서요. 그래도 의미가 있으려면 촬영장이 즐거워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예산이 적어 ‘죄송하다’, ‘감사하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도 그는 “나를 너무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찍었다”며 스태프들을 비롯한 투자자, 제작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배우들의 존재감과 능력은 압도적이었다. 구혜선은 특히 주인공 엄마 역을 맡은 심혜진의 캐스팅에 대해 “심혜진 선배님 아니면 떠오르지 않았다”고 열렬한 애정을 드러냈다.
“선배님의 연기력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에요. 제가 컷을 못하겠더라고요. 연기를 하고 계실 때 컷 했다가는 왠지 혼날 것 같고요.(웃음) 그 정도로 몰입해 계시니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선배님이 다 하신 거 같아요. 선배님의 연기만 쫓아가다보니 영화가 어느새 완성돼 있던 걸요? 이래서 작품은 배우가 만드는가보다 싶었어요.”
현장에서 구혜선은 ‘디렉션’을 많이 하지 않는 감독이다. 그는 자신이 배우라 그런지 배우들을 믿고 따르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심혜진은 구혜선에 대해 “배우들의 마음을 잘 아는 감독”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제가 배우를 할 때 ‘이런 부분은 감독님이 이렇게 하시는 게 싫다’는 건 안 하는데 그것만 지켜도 배우들이 편해하는 것 같아요. 사실 배우들이 많은 걸 바라지는 않아요. 어떤 사안이 미리 전달되거나, 안 됐을 때 사과를 하거나 이런 부분만 잘 지켜주시면 진행이 잘 되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면 감정이 쌓이는 거죠. 실수는 누구나 해요. 그렇지만 실수를 했을 때 상황을 정리하느냐, 같은 건 그런 것만 잘해도 배우들과 문제는 없을 거예요.”
얼마 전 구혜선은 “방은 세 평, 신발은 세 켤레”라는 발언으로 네티즌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바 있다.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이 갖고 있는 신발에 세 켤레라니, 어떻게 보면 믿지 못할 만도 했다. 구혜선 역시 부정적이었던 여론을 접했던 듯 다소 억울한 목소리로 “집이 아닌 방을 세평이라 말했고, 신발은 정말 세 켤레가 맞다”고 말하며 웃었다. 
“집이 세 평이 아니라 방이란 걸 정확히 아셨으면 좋겠고요. (웃음) 저희 집은 부모님 한 식구, 언니 부부 한 식구, 저와 제 강아지들까지 이렇게 세 식구가 모여 살아요. 대가족이다 보니 집은 큰데 부모님이나 언니네 가족에 비해 작은 방을 써요. 저는 저만 건사하면 되니까요. 짐도 별로 없어요. 최근에 소파를 하나 샀고요. 책상이 하나있고 그 다음엔 뭐가 없어요. 침대가 아니라 이불 위에서 자고요. 짐 많은 걸 안 좋아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고는 해요. 하루에 하나씩 뭘 버릴까 고민해요. 애인이 없어서 그런지 할 일이 없고요. 애인이 있어야 옷도 구두도 살 텐데.”
구혜선은 이렇게 소규모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자신의 ‘취향’이라 말했다. 흔히 연예인들이 집 안에 갖추고 있는 옷 방도 없다. 20대 때는 신발이고 옷이고 이것저것 사 모으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쓰지 않는 것들을 버리고 규모를 줄이는 데 신경을 쓰게 됐다.
“욕심을 버리는 게 제일 힘들어요. 버리는 작업을 하는 게 제일 힘들죠. 혹시 필요할 거 같아서 두는 것들, 한 달만 더 지켜보자, 하고 지켜보지만 결국 한 달을 안 써요. 그런 게 집에 무수히 많아요. 그런 것들은 필요한 친구에게 주고, 빼고 버려요. 대신 전 먹는 걸 잘 먹어요. 저장이 되는 거 말고 배설되는 게 좋아요. 토해내거나 에너지로 소모되는 걸 좋아해요.”
벌써 세 번째 장편영화를 찍은 어엿한 감독이지만, 감독 구혜선에 대한 대중이 평가는 여전히 냉정하다. 여기엔 배우 구혜선에 대한 편견이 들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괜찮아 질 줄 알았는데 투자자들한테 미안해요. 저로 마케팅을 하는데 전 ‘저로 해봤자 손해 보신다’고 말씀 드렸어요. 곧이곧대로 잘 안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편견과 싸우지는 않을 거예요. 있는 대로도 괜찮아요. 없으면 심히 허할 거 같고요. 부정적인 면에서 오는 긍정의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편견을 굳이 이기고 싶지 않아요. 안 되면 안 되는대로, 편견이 있어서 덜 창피하게 만들었잖아요? 누구나 박수 치는 사람은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저는 이렇게 ‘편견’ 핑계를 댈 수 있어서 좋잖아요?(웃음)”
당분간 구혜선은 배우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물론 인생은 늘 마음대로 되지 않아 장담할 수 없지만 젊음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배우로서의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남기고 싶단다.
“일단은 ‘엔젤아이즈’를 하면서 배우 일에 집중 하겠다고 했는데 항상 마음먹은 대로는 안 되는 거 같아요. 감독을 안 하려고 해도 할 일이 생기고 연기를 안 하려 해도 할 일이 생겨요 항상. 다른 분들이 보기엔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것 같지만 그 때 그 때 달라요. 그 때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하려고 해요. 일단은 연기를 하고 싶은데 이렇게 말하면 꼭 감독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감독을 하고 싶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지금 바라는 건 연기에요. 젊음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 이건 딱 지금 아니면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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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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