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야구 방향성 제시한 김기태 실전 야구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11.22 06: 06

"국가대표 1번까지 상대했어요".
지난 21일 KIA 미야자키 휴가시의 오쿠라가하마구장에서 KIA와 두산의 연습경기가 벌어졌다. 앞선 17일 두산의 캠프지 사이토구장에서 펼친 첫 대결에서는 KIA가 11-4로 크게 이겼다. 두산이 방문팀으로 격돌한 일종의 리턴매치였다. 결과는 6-6 무승부였다.
양팀의 1,5과 2군 선수들이 격돌하는데 거창한 의미는 부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그라운드에서 양팀의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한 수 아래로 내려본 KIA에게 첫 경기 대패를 당하자 김태형 감독은 '이기면 야간훈련 취소'를 걸고 필승의지를 보였다.

경기는 시종일관 흥미와 재미 만점이었다. KIA가 1회말 두산 선발 박종기를 상대로 9명의 타자가 등장해 먼저 5점을 뽑았다. 그러나 두산은 진야곱(3이닝 무실점), 이용호(2이닝 무실점)에 변진수(1이닝 무실점)을 내보내 KIA 추가 득점을 막았다.
그 사이 공격진은 3회 최주환의 1타점 내야땅볼, 4회 김재환의 좌중월 솔로홈런으로 추격전을 벌였다. 7회에서는 병역을 마치고 복귀한 홍건희를 상대로 2안타와 최주환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두 점을 추격했다. 백미는 8회였다. 2사후 정진호가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대타 민병현이 방망이를 들고 나타났다.
그 순간 KIA 더그아웃쪽에서 "너무하네 너무해"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민병헌은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1번타자였다. 민병헌은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침착하게 방망이를 돌려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이어 정수빈이 또 다시 대타로 등장했고 이를 지켜본 취재진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야간훈련을 반드시 취소시키겠다는 두산선수들의 의지가 뜨거웠다.
연습경기지만 이겨야 하고 역시 1군 주전들은 달랐다.  민병헌에 이어 정수빈은 선수들의 간절한 바램을 외면하지 않고 배꼽타법으로 좌중간에 가르는 2타점 역전 2루타를 날렸다. 그런데 여기에서 조그마한 반전이 일어났다. 3루까지 폭풍질주하던 정수빈을 외야진의 정확한 중계플레이로 3루에서 잡아낸 것이다.
이 플레이는 결국 동점의 발판이 됐다. KIA 8회말 반격에서 선두 오두철의 우중간 2루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서용주가 착실하게 으로 뜬공을 날려 주자를 진루시키자 동국대 출신의 10순위 신인 김호령이 유격수 키를 넘기는 깨끗한 안타를 날려 동점을 만들었다. 9회말 1사 1,2루 끝내기 기회까지 있었으나 역전타를 만들지 못해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내내 KIA 더그아웃은 시끄러웠다.  시종일관 함성을 지르며 동료들의 플레이 혹은 투구를 격려했다. 경기를 관전하던 비출전 선수들은 파도타기 응원으로 동료들을 응원했다. 프로보다는 고교팀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두산도 이에 질세라 뜨거운 더그아웃 응원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날 지지 않았던 두산 선수들도 야간훈련을 면제받았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팀을 위한 플레이였다. 물론 2군 선수다운 실수는 더러 있었다. 그러나 상대 주자의 추가 진루를 막으려는 외·내야수들의 재빠른 중계플레이, 빈틈없는 커버플레이가 돋보였다. 1회 우중간에 타구를 보내고 3루까지 달렸던 백용환 처럼 주자들은 1루를 더 가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주자가 있으면 진루타를 치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수비수들은  사리지 않고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모두 선수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이었다.
2군은 이래야 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아주 생기와 에너지가 넘치는 경기였다. 물론 1군의 베테랑들까지 이닝교대시 전력질주를 시키지는 않겠지만 1군 선수들이 배울만한 대목은 많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악착같은 자세였다. 경기후 김기태 감독은 "1군도 이렇게 야구해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좋았다"며 박수를 쳤다. 1군 야구의 방향성을 보여준 김기태 감독의 야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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