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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의 조선시대 우화소설 <서옥설(鼠獄說)>, 현 시대상황과 다를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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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홍윤표 기자]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紅顔)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盞)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이 시조는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년)가 서도병마사로 임명 돼 임지로 가는 길에 황진이(黃眞伊)의 무덤을 지나며 읊은 것이다. 임제는 이 시조로 인해 파직까지 당했다.

당대 명문장가인 임제는 1576년(선조 9년) 생원시(生員試), 진사시(進士試)에 급제했고, 1577년 알성문과(謁聖文科)에 급제한 뒤 예조정랑(禮曹正郞)을 지냈으나 당파싸움을 개탄, 온 나라의 명산대찰을 찾아 팔도강산을 주유하며 떠돌다가 39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임제는 조선이 중국의 속국 형태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 자신이 죽은 뒤 후손들이 곡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임제가 조선시대의 우화소설 가운데 가장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는 <서옥설(鼠獄說)>의 지은이라는 사실은 정작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서옥설>은 간사한 늙은 쥐가 족속을 거느리고 나라의 창고 벽을 뚫고 들어가 쌀을 훔쳐 먹다가 발각돼 붙잡혀 재판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교활한 늙은 쥐가 재판관인 창고신의 무능함을 조롱하듯이 80여종의 동식물에 자기의 죄과를 덮어씌우고, 재판관은 무고한 사람들을 문초, 고통을 받게 한다.

임제는 이 소설을 통해 위정자들의 무능한 행태를 고발하고 나아가 조선중기 관료사회의 만연한 부패상을 폭로했다. 시대가 시대니만큼 임제는 우화소설의 기법을 활용, 의인화 기법과 풍자로 어지러운 세상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 소설은 세월로 참사로 상징되는 현 시대 상황과도 맞물려 눈길을 끈다.

<서옥설>은 그동안 작자미상으로 내려왔으나 백호 문중이 2012년 가을 ‘백호 임제 문학관’ 개관에 즈음한 기념 심포지엄의 논제로 삼아 공식적으로 학자들의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에 따라 나주 임 씨 절도공파 백호 문중이 <서옥설>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서옥설>은 김관웅 연변대학교 조선-한국학학원 교수가 번역, 미래문화사가 펴냈다.

그와 아울러 나주 임 씨 백호문중 임채준 도유사가 지난 9월 13일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 백호문학관에서 열린 <서옥설> 출판 기념회장에서 석림정사 현판과 건사통문, 서간문 등 진품 3점의 진품 기증행사도 가졌다. 임채준 씨는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주치의를 지낸 이다.

백호 문중 14대손인 임채준 씨는  <서옥설> 발간에 즈음해 작자 논란과 관련, “현존 문헌을 보면 맨 처음 서옥설을 임제의 작품으로 기술한 것은 1939년에 발간한 조선소설사를 지은 김태준”이라고 여러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백호 임제와 서옥설에 대해 학자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부탁했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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