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담비, 어머나? 의외다..이 배우[인터뷰]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4.11.24 16: 17

‘미쳤어’, ‘토요일 밤에’ 등의 곡을 연속 히트 시키며 가요계 복고 열풍을 이끌던 솔로 여가수 손담비(31). 그는 수많은 아이돌그룹 가운데서 꿋꿋하게 솔로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카리스마 있는 당찬 섹시미로 각인시켰다. 길쭉한 새다리로 추던 의자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있을 정도. 그런 그가 현재 코맹맹이 소리로 ‘어머나’를 외친다. 서러울 때 축 늘어지는 팔자 눈썹. 하지만 결코 기죽지 않고 눈치 없는 말을 쏟아내는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의 차씨네 며느리 권효진으로 분하고 있는 손담비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귀여움으로 반전 매력을 마구 발산한다.  
“제 가수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이 센 것 같아요. 제가 효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보고 ‘너, 의외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제가 가수를 오래했으니까 선입견이 있는 건 당연하고, 그건 제가 잘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효진이는 마마걸에 공주병도 있고, 순수하게 자란 캐릭터인데요, 저와 매치가 안 되긴 했죠. 그래서 오히려 더 잘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마마걸’ 효진 역은 손담비에게도 도전, 그 자체였다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활동으로 인해 전작 MBC ‘빛과 그림자’에서도 당시의 이미지를 일면 끌어온 화려한 디바 유채영 역을 연기했던 손담비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빛과 그림자’의 뜨거웠던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 바 있지만, 새로운 면을 다양하게 보일 수 있는 현재의 효진 캐릭터가 조금 더 재밌다는 소감을 전했다. 

“‘빛그림’을 할 때 생각해보면 제가 좀 더 대차지 않았던 거 같아요. 캐릭터를 표현할 때 나 자신을 다 내려놓지는 않았었죠. 그런데 효진 캐릭터는 재밌어서 그런지 나를 내려놓게 되고, 연기 하는 게 재밌으니까 당차져요. 캐릭터에 많이 빠져있어요. 실제로는 효진 캐릭터와 정반대 성격인데, 평상시에도 그 말투가 나와요.”
“효진 캐릭터는 한정적인 게 없어요. 재밌게 풀어갈 수 있어서 좋아요. 사실 애교 많은 효진이가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는데, 생각나는 대로 거르지 않고 말하는 효진이를 아이처럼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연기하고 있어요. 주변에서는 효진이를 철딱서니 없게도 보고, 또 색다르게도 봐주시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효진이가 손담비인 줄 잘 모르시더라고요. 효진이라고 불러주시는 게 좋아요. 솔로 가수의 센 이미지 말고 푼수기 있고 쾌활한, 반대의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효진 캐릭터가 딱이었어요.”
손담비는 극중 효진이가 차씨네 집에 3개월 동안 들어가서 생활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부쩍 대사량이 늘었다. 초반 엄마 양금(견미리 분)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던 효진이의 첫 반항이자 그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 막무가내로 차씨네 집에서 버티는 효진이의 고군분투가 사랑스럽게 그려지면서, 기대를 높이는 중이다.
“극에서 재밌는 부분을 담당을 하고 있어서요, 아무래도 대사 때문에 긴장돼요. 선생님들과 다함께 한 번에 가야하는데, 한 번 꼬이면 힘들어서 철저히 준비하고 있어요. 솔로 활동을 오래해서 그런지, 완벽한 무대를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지금도 NG가 나면 힘들어요. 연기하다보면 NG가 날 수도 있는 건데, 저는 제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이에요. 준비가 안 돼있으면 불안해요.”
특히 손담비는 극 초중반, 강재(윤박 분)와 결혼하겠다며 술에 취해 무작정 차씨네 집안에 쳐들어간 에피소드에서 끝없이 망가지는 주사 연기로 폭풍 웃음을 선사한 바 있다. 차씨네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던 이야기 흐름 속에 등장한 손담비의 물오른 코믹 연기 한방이 시청자의 시선을 모두 그에게 쏠리게 했다. 손담비도 당시의 술취한 연기가 가장 재밌었다고 전했다.
“그 정도로 취해본 적은 없어서요. 또 그렇게 울지도 않고요. 하하.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도 했는데 막상 연기하니 재밌었어요. 연기 하다보니까 마스카라도 더 심하게 번졌고요. 망가지는 연기를 할 때 덜 망가지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확실하게 망가졌으면 좋겠어요.”
손담비는 마마걸 캐릭터지만 한눈에 반한 강재 때문에 엄마에게 반항을 시작하고 있는 인물. 하지만 손담비가 강재에게 반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바쁘고 나쁜 남자 강재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효진이는 워낙 부모님 울타리 안에서만 자라다보니까, 남자를 못 만나봤을 것 같아요. 모든 남자들이 효진이에게 잘해줬는데 강재는 시크하니까, 효진이가 더 좋아했던 거 같고요. 저는 강재도 효진이를 좋아해서 해피엔딩이 됐으면 좋겠는데 아직 작가님 마음은 모르겠어요. 강재와 진짜 사랑을 했으면 좋겠어요. 실제 연애 스타일이요? 한눈에 반하지는 않아요. 좋아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에요. 어릴 때는 멋있으면 딱 반했는데, 이제는 많이 봐야 더 좋고, 알아야 더 좋아요.”
마마걸과 시크남의 조합은 김현주-김상경, 박형준-남지현 커플과 함께 극을 팽팽하게 이끌어가는 중. 손담비는 상대역인 윤박에 대해 “진짜 착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엉뚱한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뭐지, 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에요. 강재 캐릭터를 연기 하기 힘들겠다, 싶을 정도였죠. 윤박을 보면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순수했나, 그런 생각도 하게 돼요.”
‘가족끼리 왜이래’는 시청률 40%대를 향해 쭉쭉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 본격적으로 불효 소송이 진행되면서 3개월이라는 의미심장한 시간이 펼쳐지고 있어 매회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차씨네를 중심으로 뻗어져나가는 이야기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어느 가지 하나 소홀함 없이 재밌고 탄탄하게 다뤄져 시청자의 시선을 고정하게 한다.
“솔직히 잘 안 되는 거 보다 잘 되는 게 좋죠. 촬영 현장에서도 모두 으쌰으쌰 하고 있어요. (김)현주 언니와는 서로 재밌는 장면에 대해 응원도 해주고요.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가요. 벌써 시작한지 3개월이 넘었어요. 이제 촬영은 2개월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자식들이 부모한테 잘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저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연기하면서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저는 두 가지를 한 번에 못 해요. 가수는 8년 동안 했는데, 연기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서 연기를 준비하는 게 많이 바빠요. 당분간은 효진이의 순수함, 또 성장을 그려내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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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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