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향한’ 박경수, 무모한 도전 아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1.27 10: 10

내야수 박경수(30)가 FA 시장에 나섰다.  
LG 트윈스는 지난 26일 오후 박경수(30)와 전소속구단 우선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박경수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송구홍 운영팀장은 26일 오후 OSEN과 전화통화에서 “경수가 시장에 나가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제시한 계약과 경수가 원하는 계약규모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그래도 선수에게 FA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기회다. 경수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박경수는 2014시즌 87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2푼8리 2홈런 7도루 19타점 33득점을 기록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부진했으나, 스프링캠프 도중 부상을 당했고, 군복무에 의한 2년 공백까지 겹친 상태였다. 시즌 시작을 2군에서 끊었음에도 몇몇 구단에서 박경수의 수비력을 높게 평가, LG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트레이드를 거부했고, LG의 판단은 대적중했다. 박경수는 시즌 후반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LG는 7월초 조쉬벨이 퇴출당하면서 3루가 텅 비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주전 2루수였던 손주인이 핫코너를 맡고, 박경수가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당시 LG는 두터운 불펜진과 선발투수 우규민 류제국 리오단의 페이스가 올라오며 마운드가 안정을 찾은 상태였다. 덧붙여 박경수와 손주인이 각각 2루와 3루를 철통방어, LG는 최저실점 승리공식을 내세워 한 단계씩 올라갔다. 양상문 감독은 “박경수의 수비가 내야진 전체에 안정화를 가져왔다. 투수들도 내야진이 안정되니 더 편하게 던진다”며 박경수의 수비력을 높게 평가했다.
박경수의 진가는 타석에서도 발휘됐다. 2번 타순에서 높은 출루율로 공격 흐름을 이었다. 작전수행 능력 또한 뛰어났고, 번뜩이는 주루플레이로 결정적인 득점을 올렸다. 시즌 타율은 낮았지만 2번 타자로 꾸준히 출장하기 시작한 8월 이후부터는 타율 2할8푼9리 출루율 4할1푼3리를 찍었다. LG가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박경수의 공도 상당히 컸다.
하지만 박경수는 최악의 불운 속에서 시즌을 마쳤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전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에 다리를 맞아 부상을 당했다. 그러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 꿈에 그리던 가을야구 데뷔가 좌절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박경수는 포스트시즌 모든 경기를 지켜보며 동료들을 응원했고, LG 선수들 모두 헬멧의 박경수 등번호 ‘6’을 세기고 그라운드에 섰다. 
엄밀히 말하면 박경수는 LG에서 대체불가 선수는 아니다. LG는 정성훈 손주인 오지환이 내야진의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3루나 2루를 지켜줄 내야수를 구하면 된다. 앞으로 외국인야수 영입, 혹은 신예선수들의 성장에 따라 2015시즌 박경수 없이도 내야진을 꾸릴 수 있다.
박경수 입장도 비슷하다. LG에 남으면 주전경쟁을 피할 수 없다. 만일 LG가 외국인야수로 3루수를 선택하면, 박경수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박경수로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팀을 찾아가는 게 나을 수 있다. 내야진이 헐거운 팀이라면, 분명 박경수는 올 시즌 후반에 보여줬던 활약을 이어갈 것이다. 
송구홍 팀장은 “경수가 일주일 후 돌아온다면, 당연히 다시 맞이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박경수의 FA 시장 진출이 무모한 도전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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