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은 왜 한국에서 인기가 없을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1.28 14: 08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한미 온도차가 극명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헝거게임' 시리즈 얘기다.
북미에서는 개봉 전부터 '헝거게임'의 3편 '헝거게임:모킹제이 파트1'(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 '인터스텔라'를 비롯한 모든 외화들을 제압할 것이라 예측했고, 이는 맞아떨어졌다. 
북미 박스오피스 전문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28일(한국시간) '헝거게임:모킹제이 파트1'은 전일 대비 35%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며 북미에서 누적 수익 1억 4550만 달러를 달성했다. 그야멀로 폭풍적인 기세. '인터스텔라'를 넘어섰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 6' 등 신작들도 가뿐히 눌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인터스텔라'의 적수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같은 날 개봉한 '퓨리'에도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개봉해 27일까지 63만여명(영진위)의 관객을 모았다.
'헝거게임' 시리즈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현지와 한국의 반응 온도차가 큰 작품으로 꼽힌다.
'헝거게임:모킹제이 파트1' 같은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1조 5000억원의 수익을 거두는 등 원작의 힘을 입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영화로 북미에서는 '인터스텔라'는 크게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한국에서는 예측부터 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타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에 비해 인기가 없는 시리즈인 것.
지난 7월 개봉한 마블의 야심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국내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는데 실패했는데, 그래도 당시에는 신드롬급 영화 '명량'의 영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였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헝거게임'은 다른 변명이 잘 통하지 않는다.
더욱이 2012년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은 60만 7956명, 2013년 '헝거게임:캣칭 파이어'는 112만 5739명의 관객을 모았기에 이번 3편의 흥행에 기대를 걸었으나, 높아진 여주인공 제니퍼 로렌스의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스코어가 기대 이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영화 자체의 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1편보다 증가한 2편 관객수 등으로 이번 3편에 대한 흥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콘텐츠 자체가 이를 받쳐주지 않는 모습. 액션신이 전편들보다 약하다는 입소문이 돌고,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처럼 3편 역시 마지막 편을 위한 브릿지 같아 다소 지루하다는 반응이 많다.
수잔 콜린스가 쓴 영 어덜트 SF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정치적 담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무거운 블록버스터에 대한 거부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어두운'과 '블록버스터'란 말은 마치 대칭어처럼 흥행의 약점으로 꼽히는 바다. 암울한 슈퍼히어로물 '다크나이트 라이즈' 역시 개봉 당시,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도둑들'의 흥행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주연 배우 제니퍼 로렌스의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말은 더 이상 이유가 안 된다. '헝거게임' 시리즈 외에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어느새 많은 팬을 보유한 여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을 이끌기에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는 중론이다.
영화 자체가 한국 대중의 정서를 공략하는 지점이 적다는 것도 제기된다. '인터스텔라' 같은 경우는 눈물과 가족이 있다. '어벤져스'는 액션과 유머가 있다. 또 두 영화의 공통 분모는 '남자'다.
여자 영웅 이야기가 거의 전무하고, 그렇기에 친숙하지 않은 한국 영화계에서 과연 '헝거게임'같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도 관계자들의 꿈 같은 관심사였다. 그 만큼 '헝거게임'은 유명 소설 원작, 흥미로운 액션물에도 한국 정서적으로 맞닿는 부분이 비좁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 대중이 여배우의 역할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이 무의식적으로 한정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는 이의 관점에서, 배트맨 옆의 캣우먼은 되지만, 캣우먼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를 그 만큼 보고 싶어할 지는 미지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헝거게임'의 흥행이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둔다면, 국경을 넘어 어쩌면 충무로에도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될 수도 있었을 것도 같지만, 아직 마지막 편을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nyc@osen.co.kr
'헝거게임:모킹제이 파트1' 포스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