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무슨 고민인가요’, 타로마스터 한민경의 필살 상담기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4.12.04 07: 19

한해의 운세를 점쳐보는 대표적인 도참서로 ‘토정비결’이 있다. 새해가 되면 주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책력을 펴 놓고 그 해의 운세를 살펴보던 게 우리 선조들의 세시풍속이었다. 해가 바뀌어도 꾸준히 다시 찾게 되는 ‘토정비결’의 비결은 해가 바뀌면 늘 새로운 점괘가 나온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서양의 대표적인 점술인 타로카드에도 이 같은 기능이 있을까?
타로마스터 한민경의 신간 ‘무슨 고민인가요’를 보면 타로카드에도 숫자의 조합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결’이 있었다. 바로 ‘연도카드’다.
타로의 연도카드는 주역의 토정비결처럼 생일만 가지고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올해의 운세’다. 0번부터 21번까지 22장의 카드를 사용해 보는 것인데, 자신의 양력 생일 4자리 숫자와 그해의 연도 4자리 숫자를 합해 나온 숫자가 바로 나의 올해 넘버(year number)다. 그리고 각 숫자에 해당하는 타로카드와 숫자의 의미를 바탕으로 나의 올해 운세를 풀이하게 된다.

‘무슨 고민인가요’는 타로마스터 한민경이 20년간 상담해준 다양한 사연들을 연도카드라는 틀에 담아낸 리얼 상담기다. 각 숫자에 해당하는 카드의 의미를 흥미로운 우화를 곁들여 알기 쉽게 풀어주고, 실제 상담 사례들을 통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한 가지. ‘무슨 고민인가요’는 단순히 상담 사례만 모아 놓은 게 아니라 연도카드를 기반으로 그 연도카드 해당자가 공통적으로 겪을 만한 고민을 엮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생년월일과 당해년도의 숫자를 조합해 자신의 수를 뽑아내기 때문에 연도카드는 해마다 바뀌게 되고 이는 마치 주역의 사주 같은 구실을 한다. 이렇게 모아진 상담 사례를 통해 독자들은 타로카드의 상징체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할 수 있다. 물론, 연도카드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살 궁리’도 할 수 있다.
타로마스터 한민경은 신기 넘치는 점쟁이라기 보다는 명철한 상담가다. 상담자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게 만든다. 문제 해결에 대한 원인과 결과는 사실 당사자가 가장 많은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 된 사례를 보자. “이 남자, 사귀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란 질문을 들고 온 여성이 있다.(연도카드 6번 ‘연인들’의 해에 들어서면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작가의 말이다.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대개 만난 지 얼마 안 된 상대를 두고 간을 보다가 잘 모르겠으니까 물어보러 오는 경우다. 그 사람은 저를 좋아할까요?라니, 잘못된 질문이다. 우리는 이런 식의 한심한 질문을 평생 하며 산다. 이런 잘못된 질문을 계속하니까 점쟁이가 먹고산다. 혼자 생각하다 너무 답답해서 점쟁이를 찾아가 물어보면, 알려줄 것 같나? 듣고 나오면 대충 뭔가 알려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점쟁이가 확실하게 가르쳐준 적은 아마 없을 거다. 이유는? 몰라서. 내가 그 남자 마음을 어찌 알아요? 물어보시는 님 마음도 잘 모르겠는데….”
결국 결론은 이렇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질문이 뭔지 정확히 찾는 것이다. 질문이 명확해지는 순간 대부분은 답도 명확해진다. 그래서 나는 상담할 때 ‘질문’에 집중한다. 중요한 건 바로, ‘나’한테 마음 가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다. 거기서부터 풀면 된다”고 책에서 말한다.
저자의 상담은 뜬구름 잡는 점괘를 던져주고 거기에 애매모호한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다. 내담자의 고민이 무엇인지, 그 고민이 시작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고민을 어떻게 풀고 싶은지를 질문하고 답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질문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에 맞는 해법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와준다.
어떤 면에서는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에 가깝다. 저자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이 방식은 그녀의 상담술을 ‘용하기로 소문 난’ 수준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답을 잃게 만드는 헛된 질문들 속에서 헤매지 말고, 진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라.” 결국 타로마스터 한민경 상담술의 핵심은 ‘경청’이고 ‘커뮤니케이션’이며 ‘응원’이다. 그리고 내담자는 상담가와 긴 시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진짜 질문과 대면함으로써, 보다 지혜롭고 용감하게 삶의 문제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무슨 고민인가요’에는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른 49명의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아침잠이 너무 많아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평범한 직장인, 남편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인생이 무너진 중년 주부, 부모님이 보험사기로 전 재산을 날리고 이혼 위기에 몰린 중년 남성, 인터넷 쇼핑몰로 대박을 친 이십대 여사장,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못 받아 전전긍긍하는 사람, 잘못한 것도 없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사람까지, 크고 작은 고민거리들을 싸안고 저자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각자가 처한 상황과 사정, 그리고 그 해의 연도카드 넘버에 따라 이들에게 맞고 꼭 필요한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그 모든 해답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세상살이에서 가장 좋은 처세술은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며 “나 자신으로 사는 삶이 가장 안전하다”라고.
100c@osen.co.kr
‘무슨 고민인가요’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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