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심인터뷰] ① 박기량, “치어리더, 최대한 오래하고 싶어요”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2.09 06: 32

산적 같은 남자들의 인터뷰는 가라. 가뜩이나 연말에 솔로라서 외로운데 기분까지 꿀꿀한 남성들이 많을 것이다. 기자도 그렇다. 그래서 100% 사심을 담아 여신들만 찾아가는 인터뷰를 기획했다. 첫 번째 사심인터뷰의 주인공 치어리더 박기량(23)을 만나기 위해 울산으로 향했다.
OSEN: 한국에 치어리더가 생긴 후 가장 유명한 분인 것 같은데요. 인기비결은 뭐에요?
박기량: 원래 저 전에 정말 상당했던 언니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제가 처음 치어리더를 했을 때 ‘저 언니처럼 유명해지고 싶다’고 했던 선배님도 계셨죠. 그 선배님이 관두시고 인터넷 매체가 활성화되면서 저 때부터 기사가 많이 나왔어요. 매년 시즌이 바뀌어도 제 얼굴이 보이다보니까 팬들이 알아봐주셨죠.

야구, 농구를 이 일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어요. 3년차부터 정말 팬이 돼서 열심히 응원하다보니 팬들 시선에 예뻐 보였던 것 같아요. 제가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OSEN: 그런 말하면 여자들이 욕해요. 객관적으로 예쁘십니다. 하하.
박기량: 전 예쁘다기보다 개성 있게 생겼죠. 이름도 특이하다보니 많이들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OSEN: 요즘 보니까 치킨, 김치냉장고, 다이어트 식품, 소주까지 광고를 찍으셨더라고요? 치어리더 최초 아닌가요?
박기량: 원래 치어리더는 광고 자체를 찍을 기회가 없었죠. 방송출연도 여러 번 하고 알려지다 보니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려서부터 이 일을 해오다보니 얻은 기회죠. 다른 분야에서 사진 찍고 하는 일들이 너무 재밌어요. 방송에서도 배울 점이 많죠. 치어리더 일도 열심히 하면서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OSEN: 웨딩촬영도 하셨던데?
박기량: 제가 한복을 좋아해요. 웨딩욕심보다 한복촬영을 더 하고 싶었어요. 
OSEN: 경력에 비해 나이가 너무 어려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팀원들은 더 어리더라고요?
박기량: 고등학교 때부터 한 친구들도 많아요. 요즘은 보통 20대 초반에 많이 들어오죠. 저는 멋모르고 일찍 시작했죠. 지금은 제가 팀장이니까 동갑 밑으로 다 있어요. 솔직히 제가 화를 잘 못내는 성격이라 잡아주는 큰 언니가 필요하긴 하죠. 제가 팀장이라 저를 따르려면 어린 친구들이 낫죠.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들어온 적이 없어요.
OSEN: 예전에는 추태부리는 진상 팬들도 많았잖아요? 지금은 어떤가요?
박기량: 지금은 응원문화가 완전 좋아졌죠. 치어리더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죠. 포토타임 때 제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단상 밑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으면 팬들이 먼저 나서서 찍지 말라고 하세요. 경호원보다 팬들이 먼저 제지를 해주셔서 좋더라고요. 감사하고 뿌듯하죠. 
OSEN: 치어리더들이 소속사 따라 응원팀이 자주 바뀌는데 팬들이 ‘우리 팀을 왜 떠났냐?’면서 잘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박기량: 저희는 이벤트대행사 소속이에요. 저희가 ‘이 구단에서 10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하다못해 올해 구단에서 같이 못하겠다고 하면 저는 바로 잘리는 거예요.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죠. 다른 팀에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물론 회사를 옮겨 이적을 하는 치어리더도 있죠. 
OSEN: 방송에서 화장실에서 식사하고 옷 갈아입고 하는 걸 봤어요. 치어리더들 처우개선은 됐나요?
박기량: 화장실 식사는 좀 와전됐어요. 원래 밑에서 식사하는데 팬들이 먹을 것을 많이 선물로 주세요. 비오는 날에 우동도 주시고, 더운 날에 팥빙수도 주세요. 원정팀은 화장실서 대기하는데 그런데서 먹을 수밖에 없었어요.
OSEN: 어쨌든 화장실에서 대기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요?
박기량: 어떻게 보면 우리 구단에 다른 (치어리더)팀이 와도 대기실을 줄 수 없어요. 잠실은 모든 구단이 다 가니까 (원정팀 치어리더용) 대기실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홈팀과 원정팀) 공용으로 써도 문제가 생길 거거든요. 잠실, 목동, 인천 다 원정팀 대기실은 없죠. 
OSEN: 사실 치어리더가 오래할 수 없는 직업이잖아요. 은퇴 후 계획은 있나요?
박기량: 원래 언니들은 30대 후반쯤에 관두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30대 초반이나 그 전에 빨리 관두는 추세에요. 저도 오래 뛰고 싶지만 자리도 물려줘야 하고 관절도 안 좋으니 30대 초반쯤 할 수 있는데 까지 하고 밑에 애들을 키우고 싶어요.
OSEN: 아! 후배 치어리더를 키우고 싶다는 말이군요?
박기량: 제가 어려서부터 모든 환경에서 일을 다 해봤어요. 치어리더 페이가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어요.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고 알리면서 우리 애들 페이도 올리고 좋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만들고 싶어요. (치어리더를) 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안정적인 직업으로 만들고, 후배들도 양성하고 싶어요. 좋은 환경이 됐을 때 애들 월급을 제가 딱 줄 수 있게 만들고 싶죠.
직접 만나 본 박기량은 단순히 얼굴 예쁘고 춤만 잘 추는 치어리더가 아니었다. 업계의 일인자로서 산업의 문제점을 짚고, 후배들의 발전가능성까지 고민하는 내면이 더 아름다웠다. 그런 의미에서 박기량은 ‘치어리더계의 유재석’이 아닌가 싶다. 물론 못생긴 유재석과 여신의 외모는 비교불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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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울산 동천체육관 여성전용 파우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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