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백석 시집 낙찰 받은 장인제약 지경환 대표, “세계문학박물관 기증은 모든 걸 갖추어서 내놓는 일”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12.08 14: 22

지난 11월 20일 장인제약 지경환(49) 대표의 이름으로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코베이 제 179회 삶의 흔적 경매에서 백석 시집 을 낙찰 받은 장인제약 지경환 대표입니다. 저는 한국 근대문학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보존, 연구가 되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박물관을 세웠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이번 경매에서 낙찰 받은 을 포함, 개인 수집품 전부를 사회에 환원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 수집품으로서의 가치보다 한국 근대문학 자료 보존을 위하여 큰 금액을 지불하여 구입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언론 보도에서는 단지 수집가가 구입한 것처럼 보도가 되어, 본래 취지가 왜곡된 것 같아 정정 요청을 드립니다.

수집가들 중에 일부는 전문 지식이 없이 단순히 투자 가치로만 생각하고 구입하기 때문에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흥미를 잃어버리면 훼손되거나 방치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문에 아래와 같은 표현을 써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11월 19일 OSEN이 보도한 백석 시집 낙찰과 관련한 기사에서 경매업체인 코베이 쪽의 관례에 따라 낙찰자의 신원을 익명으로 처리한 데 대해 실명으로 밝혀 고쳐달라는 것이었다. 정중한 요청이었고, 기사는 수정됐다. 낙찰자 자신이 직접 신원을 밝힌 것을 외면할 까닭이 없었다.
그는 왜 거액을 들여 백석 시집을 손에 넣었을까. 그 직후 자연스레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인터뷰 요청을 했고, 그가 받아들였다.
그가 최근 화제의 인물이 된 것은 백석(1912~1995년) 시인의 시집 초판본을 한국 근, 현대문학 서적 경매 사상 최고가인 7000만 원에 낙찰 받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은 백석의 생전 유일한 시집이자 100부 한정판으로 출간된 것으로 근, 현대 한국문학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시집이다.
12월 2일 경기 파주시 지목로 29(신촌동 430) 장인제약 파주사옥에 들어 있는 세계문학박물관을 찾았다. 파주출판단지 인근에 위치한 세계문학박물관은 3층 건물의 지하 1층 363m2가량의 공간에 터전을 잡고 세계문학과 한국문학 전시관으로 나누어 꾸며놓았다.
세계문학박물관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중심으로 한 세계문학 관련 7000 여 점, 한국문학 관련 1만여 점을 포함 모두 1만 7000여 점의 방대한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있다. 현재 전시하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인 1000여점.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집과 좁쌀시집, 상장, 육성 LP, 친필 사인편지, 엽서, 기념메달, 기념우표, 기념화폐 같은 기념품 미술작품, 타자기 같은 관련 소품 등으로 다양하다. 희귀한 초일봉피(기념봉투엽서)를 모아서 액자로 만들어놓은 것도 있다.
지경환 대표의 부인이자 시인인 정경혜 세계문학박물관 부관장은 “박물관 초입에 노벨상 시상식장 메뉴판이나, 프로그램 노래 등을 재현해 놓은 것은 아이들의 학습과 성인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배치”라면서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사인본은 거의 소장하고 있다. 기념메달도 3가지 종류를 빼고 전부 모았다.”고 설명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먼저 노벨문학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수상 작가들의 명단을 볼 수 있고, 맨 앞 쪽에 헤르만 헤세 코너가 마련돼 있다. 잠깐 둘러봐도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집 초판본과 친필 엽서, 서명본, 기념품 등이 그득했다. 1901년 노벨문학상 첫 수상자인 쉴리 프리돔(프랑스)부터 2013년 앨리스 먼로(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총 수상자 110명 가운데 거의 모든 수상자의 작품과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헤르만 헤세를 비롯해 사르트르, 카뮈, 어니스트 헤밍웨이, 앙드레 지드, 윈스턴 처칠,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등은 따로 자리를 잡았고, 사르트르의 경우 파리의 유명한 카페 플로르의 확대사진을 배경으로 삼아 테이블과 커피 잔, 심지어 메뉴판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카페 플로르는 사르트르와 보봐르 부부는 물론 알베르 카뮈, 피카소 같은 예술인과 이브 몽땅, 에디뜨 비아프 같은 연예인도 애용했던 파리의 명소. 
헤세의 코너에는 그가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던 의 1919년 초판본과 1921년 이후 여러 판본 초판본, 서명본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집은 대개 친필 서명본이었고, 기념품이나 그림, 영화화 된 작품 포스터 등 다양한 수집품이 눈에 들어왔다. 
사뮈엘 베케트와 최초 여류 수상자인 셀마 라게를뢰프의 명함친필편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좁쌀시집 같은 희귀본도 눈길을 붙들어 맸다. 수집품의 수준이 눈을 휘둥그레 만들 정도로 격조 있는 것들이었다. 헤세는 전시관 미니 2층에 ‘헤르만 헤세의 방’으로 아예 서재를 꾸며놓았다.
‘닥타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좁쌀 시집은 세계 문학계에서 공인된 가장 작은 것이다. 시각적 효과 극대화하기 위해 현미경으로도 볼 수 있게 해놓았다. 
한국문학 서적도 좀체 보기 어려웠던 귀중본, 희귀본이 수두룩했다. 시집, 소설집, 수필집, 일제 때와 해방 이후 잡지 창간호는 물론 작가들의 육필원고와 초상화 등도 배치 돼 있다. 그 가운데 최남선이 만든 한국최초 문학잡지 창간호(1908년), 최남선 개인잡지인 창간호(1929년), 조지훈 시인이 19살 때 만든 시전문지 창간호(1939년), 김동환이 발간한 (1928년)를 비롯해 (1929년), (1932년) 등 문예지 창간호, 황석우가 주재한 시전문지 (1928년) 창간호 등이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청록파 시인’의 과 , 정지용의 초판본도 전시돼 있다. 이효석 문학관에도 없는 초판본도 있다. 해방공간의 종합문예지 을 으로 개제하기 위한 시인 김광섭이 발행인으로 된 1950년 정기간행물허가증이 자못 이색적이다.   방인근 등의 대중작가의 대중소설, 탐정소설은 ‘길거리의 책’이라는 코너로 정리, 전시해 놓았다. 작가들의 엽서전만 따로 해도 될 정도로 사신(私信)의 양도 많다.
그야말로 눈 호강을 한껏 누렸다. 세계문학박물관은 지난 10월 임시 개관했고, 등록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의 허가가 나오는 대로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지경환 대표는 영문학자인 초등학교 친구의 숙부에게서 을 기증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했다. 그는 ‘수집가’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애초부터 ‘사회 환원, 기증’을 머릿속에 그리며 시작했던 수집이었기에 단순한 수집이 아닌, 박물관을 세워 귀중한 문학작품 실물을 다 함께 향유하고 후대에도 길이 남기려는 뜻을 세웠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희귀본, 귀중본 책 수집가들은 폐쇄적이어서 공개를 꺼린다. 훼손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물관을 통한 유명 세계, 국내 작가들 작품의 사회 환원, 기증 무슨 의미인가.
“사슴 초판본이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기증을 하지 않을 거라면  경매에서 사지 않았다. 책은 내 소유가 아니다. 박물관을 지어 온전한 컨텐츠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누리고 싶다.”
-데미안 초판본을 보게 된 것을 계기로 수집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초판본 보면서 문학서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7, 8년 전 초등학교 친구의 숙부(영문학자)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본격적으로 수집에 나선 것은 4, 5년 전부터이다.”
-얼핏 둘러보니 질과 량 모든 규모면 놀랍다. 외국 작가들의 작품집을 수집하는 데 든 비용도 만만찮았겠다.
“(웃으면서) 제약회사에서 번 돈을 이쪽에 쓰고 있는 셈이다.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 것이다. 집사람이 시를 쓰고 있고 문학관을 만들어서 기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문학관은 많이 있지만 문제점들이 많다. 국내에 있는 문학관거의 돌아봤다. 문학관은 ‘생존’을 위한 이익 발생이 돼야 한다. 그저 이벤트로 꾸리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꾸준하게 유입되는 흐름이 돼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왜 그런가 물음표를 달게 됐다. 그래서 ‘만약 박물관을 만든다면 이렇게 운영, 자생해봐야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세계문학, 한국문학 관련 작품집 등은일부는 구매했고, 일부는 기증받았다. 기증이라는 전제하에 움직였다. 이 짧은 기간에 모을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어렵지만 좋은 의도를 갖고 계신 분 의외로 많아 수집했다. 다만 재활용 부분이 어려워 그 매개가 되는 세계문학관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그냥 수장하면, 그 가치를 알릴 방법이 별로 없다. 기증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증은, 남에게 완전히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왜 기증을 하려고 하는가. 한다면, 어떤 방식인가.
“오해도 받고 많이 속상해했던 부분이다. 수집 과정에서 수집가 몇 분을 만나봤는데, 저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고심했다. 수집은 욕심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저 같은 사람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것은 언론밖에 없다고 생각해 차라리 공개해 기사화시키기로 마음먹었다. 파주로 들어온 이유가 있다. 사업 핵심은 고양시인데 ,거기서 돈을 벌어서 기증하는 게 맞겠지만 (협의가) 잘 안됐다. 장인제약은 여러 나라에 지사가 있다. 특히 중국은 사업이 연계돼 있다. 중국 사람들 의 관광 수요를 감안, 뿌리를 파주에 내린다면 일종의 ‘투어’ 효과를 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규모가 커진다면 국가를 상대로 기증할 생각도 갖고 문화부에도 가봤는데 관심이 없었다. 관심을 가져주는 지자체 있다면 일반인을 상대로 기증하는 게 맞다. 앞으로 박물관은 4~10만 평 부지를 마련해 3000평 규모로 꾸며 자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다. 
-파주는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는가.
“파주는 판문점으로 가는 길목이다. 굳이 파주 쪽에서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행사를 통해 ‘관광객 투어’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방송과 관계 연계돼 있는 여행사와 연결, 관광 코스로 개발하고 싶다. 해외여행 때 그 나라 박물관에 가보면 자국민은 거의 비용을 안 받고 외국인들에게 많이 받는다. 답답한 노릇이 우리는 거꾸로 돼 있다. 우리국민은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고, 외국인들은 투어로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문학에 관심을 갖겠는가.
“파주에는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통일전망대 등 (남북분단의 현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문학만이라면 걱정이겠지만, 세계 문호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은 중국인들도 많다. 그들이 잘 볼 수 있게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저희 몫이다.”
-백석 시집 낙찰 후 어떤 변화가 있는가.
“귀한 책들을 수집가들이 공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장삿속이다. 저 안의 의 작품들을 보거나 만져보면 그 감각이 묘하다. 데미안도 그랬지만, 책마다 감각이 있다. 만지는 순간 내 자식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돈으로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라도 유심히 보거나 집으로 가져가면 소유욕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우선이다. 기증은, 처음부터 끝가지 다 만들어서 온전히 내놓아야 (제대로 된)기증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박물관에 가보면 정체돼 있고, 전시돼 있는 책을 보면 기증을 할 정도의 작품인가 의문이 든다. 볼품이 없다.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것은 기증이 아니다.  문학관이라고 만든 것은 환경은 모르겠지만 관람객이 박물관에 머무는 시간은  10, 20분이 고작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래 머물면서 컨텐츠도 충분히 보면서 익혀야, 그래야 문학박물관의 명분이 서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백석 시집으로 인해 ‘세계문학박물관의 문이 열렸다.’
“이 처음 경매에 나왔을 때 (우리나라에) 네다섯 권 밖에 없다고 했는데,  7000만 원에 팔렸다고 하니까, 이런저런 경로로 9권이 나왔다. 나 자신도 (책을 값으로 환산하는 풍조가) 두려웠던 부분이다.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돈에 대한 생각, 책 값어치에 대한 생각은 안 한다.”
-장롱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휘귀본을 환금성으로 따지는 것은 슬픈 노릇이다. 김소월의 시집 은 두 가지 판본이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소장자가 그 책을 근대서지학회의 연구자들을 위해 그 책을 공개해 의미 있는 연구서가 나오게 됐고, 학계에서도 재평가하게 됐다. 수집가와 연구자들을 연결하는 바람직한 흐름일 것이다. 책의 가치를 사장시키지 않고 되살리는 재평가를 위해 혹시 소장품을 연구자들에게 공개할 용의가 있는가.
“충분히 있다. 문을 닫지 않는다. 공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장인제약이 궁금하다.
“12년 된 제약회사이다. 구강 케어 관련 약품을 제조, 수출한다. 각 나라에 지사가 있다. 장인제약 경영진, 직원들은 책 박물관에 돈을 들이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싫어한다. 고생해서 이익을 내면 대표가 박물관 일에 돈을 들이니까, ‘처우개선’ 불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정경혜 부관장이 옆에서 보충설명을 했다. “수익금을 거의 투입한다고 해도 과언 아니고 기증할 마인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한국문학 서적 수장고를 잠깐 살펴봤지만, 대단하다.
“저기에 있는 것 외에 수장고 두 곳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 수집에 연결된 분들이 연락이 온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고교를 나왔는데 (사업으로)중국과 교류 한지 오래됐다. 앞으로 해금된 월북 작가들의 작품을 입수하는 것이 과제다.   좋은 작품집이 외국에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찾아오는 것은 중요하다. 빨리 하고 싶은데, 박물관 정식 설립을 서두르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수집 과정에서 소장가들 찾아오지 않을까. 소장가들의 기증 내막 들여다보면, 기증을 명분 삼아 돈을 받는 사례가 많다. 작품 값어치를 따지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인지 모른다. 잠정가치를 돈으로 따질 일인가.”
-수집에 들이는 공, 시간과 비용, 노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돈으로 만든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몇 권있는지 누구도 모른다. 책 소장가들이 10년이나 20년 뒤 고민하다가 나중에 처분할 때 돈으로 환산해 처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추해 보인다.
-정리하자면, 기증을 지자체에 전적으로, 무상으로, 일반인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목표를 세워 시작한 이후 여러 작품들을 접하면서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훨씬 많은 도움을 받았고 생각한다. 마인드도 좋아졌고, 비즈니스 활력을 받았다. 그동안 개인으론 굉장히 많이 좌절했고, 사업을 망치기도 했다. 돈이 없어 사업이 힘든 적도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사업을 잘 꾸려가고 이렇게 좋은 박물관을 기증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나이 일흔이 됐을 때, 만약 몇 백억 원이 있다면 그것 어떻게 하나. 돈을 기부하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좋겠지만 돈은 소멸되는 것이다. 박물관을 만들어서 기부를 하면 불살라 없어지지 않는 한 영원히 남을 것이 아닌가. 모으기는 많이 모으는데 이걸 어떻게 꽃을 피우는 줄 모른다. 내가 욕심을 부리게 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내 소유가 아니다.”
 
(정경혜 부관장) “전문 소장가는 청춘을 다 바쳐 책에 미쳐서 수집하는 것인데, 저희는 그것보다는 어려운, 힘든 시기, 불우한 시기에 책으로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열도록 하겠다. 책으로 인해 떨림이나 흥분, 마음의 안정,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소장가들의 가치만큼이나 저희가 기증한 책을 통해서 희망을 찾고, 삶의 꿈을 가질 수 있다면, 작은 기업의 수익금으로 운영한 것을 그런 분들이 뭔가 느낀다면, 더 큰 가치가 있을 것이다.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평생 모은 책을 내놓는 일로 삶에 희망을 돋울 수 있다면, 꿈을 되찾고 삶의 전환이 된다면, 소장가분들의 가치 그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지경환 기부’ 그 글자 하나면 족하다.”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는 지경환 대표는 “기증한 걸로 우리 아이들이 ‘아빠 멋지다!’고 했다면,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닌가. 막내딸이 카톡으로 엄지를 그려보였다. 치과의사 출신인 영화배우 신영균이 제주도에 영화박물관을 기증한 뒤 자녀들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얘기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봤다”면서 “그 마음을 알겠다.”고 말했다.
설립 당시부터 유물을 기증,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박물관이지만 보통의 박물관은 지자체의 도움 없이는 자생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지경환 대표는 지자체의 도움 없이도 유지, 관리, 발전할 수 있는 박물관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글. 사진 /홍윤표 OSEN 선임기자
백석 시집 을 들고 있는 지경환 장인제약 대표.
세계문학박물관 소장 한국 최초 문학지 창간호
정경혜 시인이 세계문학박물관 헤밍웨이 코너에 앉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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