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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현의 ML 통신]논란 일으킨 곤살레스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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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LA 다저스가 내야수 아드리안 곤살레스로 인해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물론 다저스는 물론 곤살레스도 의도하지 않았던 바다. 지난 5일 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국가체육위원회(La Comision Nacional de Cultura Fisica y Deporte -CONADE)로부터 2014 올해의 체육인상(Premio Nacional de Deportes)을 수상한 곤살레스는 9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곤살레스는 니에토 대통령에게 자신의 등번호 #23과 페냐 니에토라는 이름이 새겨진 다저스 저지를 선물했다. 곤살레스로부터 저지를 받아든 니에토 대통령이 저지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이 정도면 통상 있을 수 있는 의전이다. 곤살레스로서도  자신에게 두 번 째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멕시코 대통령에게 이 정도 선물은 과하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다저스 역시 수상식에 스탠 카스텐 CEO가 참석할 정도로 성의를 표했다.

하지만 사진이 공개 된 후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었다. 다저스가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선수가 정치적인 퍼포먼스에 이용되는 것을 방치했다는 의견들이 속속 올라왔다. 이 때문에 지역지인 LA 데일리뉴스가 관련 기사를 게재하는 일까지 생겼다.

니에토 대통령은 현재 곤혹스런 처지에 있다. 지난 9월 멕시코 게레로주  이괄라시에서 발생한 교육 대학생 총격 사망과 43명 집단 실종사건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지원삭감 철회와 당국의 비리 척결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던 대학생들을 향해 무장 괴한들이 나타나 총격을 가했다. 이 자리에서 6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것도 모자라 58명이 괴한들에게 납치 됐다. 이 중 15명은 살아 돌아왔지만 43명은 실종상태였다. (최근 시신 한 구가 발견 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사건의 배후에 시장 부부가 있었고 총격과 납치 역시 경찰이 멀거니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다는 점이다. 후에 괴한들은 멕시코 마피아(멕시코에서도 마약 카르텔을 마피아라고 부른다)단원들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이 경찰, 시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는 점도 드러나고 있다.

니에토 대통령 역시 사건 발생 후 진상조사와 실종학생 수색을 지시했지만 이후 범인 색출과 실종자 구조 상황은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다.

이 때문에 멕시코 정부의 무능과 부패(수사를 방해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왜 방해하는지는 뻔 하므로)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았다.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도 일어났다. 여론의 심각성을 의식한 니에토 대통령 자신도 사건 발생 두 달이 다 돼서야 현장을 방문하는 했지만 아직도 정부를 향한 비난은 식지 않고 있다. 니에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내려갔다.

LA 지역의 멕시코 이민자 커뮤니티 역시 멕시코 국내 여론과 마찬가지다. 이민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수 차례 촛불모임, 시위 등을 전개하면서 멕시코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다저스가 곤살레스의 저지 선물을 승인하고 사진까지 구단계정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것은 지역 멕시코 이민자 커뮤니티의 여론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다. 
 
이런 비난에 대해 일개 이민자 커뮤니티의 여론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지만 다저스로선 영 그렇지도 않다. 누구라도 정규시즌 중에 다저스타디움을 한 번만 방문한 사람이면 쉽게 알 수 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멕시코 이민자가 대다수인 라티노들이 30% 이상의 좌석을 점유하는 것이 다저스타디움이다. 낙천적인 성격답게 소비에서도 시원시원한 이들의 구매력 역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류현진 때문에 늘어났다고 하는 한인들의 구매력은 이들에 비하면 아직 한 참 멀었다)
 
다저스 경기가 스페인어로 중계되는 것도 이 지역에 백인 다음으로 라티노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곤살레스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다저스 선수다. 곤살레스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올 해 초 다저스가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를 하루 앞두고 훈련을 공개했을 때 찾아온 팬들을 위해 곤살레스는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 정도로 이날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라티노 팬들이 많기도 했다)

선의로 했던 일이 거기다 스포츠와 관련된 퍼포먼스가 갑자기 정치적인 이슈로 둔갑했다. 다저스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나라를 잊지 않는 곤살레스의 선의가 ‘찌질한’ 정치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nangapa@osen.co.kr
<사진> 멕시코 니에토 대통령을 방문해 자신의 등번호가 새겨진 LA 다저스 내야수 아드리안 곤살레스(우측). 멕시코 정치상황과 관련해 LA 지역 멕시코 이민자 사회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LA 다저스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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