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보는 2014시즌]역대급 타고투저가 남긴 상처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12.13 05: 54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화두는 ‘타고투저’였다. 타자들의 기술 향상, 공의 반발력 증가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린 가운데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하게 기록으로 남았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리그 평균 타율과 평균 자책점이다. 올 시즌 리그 평균 타율은 2할8푼9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1999년에 기록된 2할7푼6리였다.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이뤄낸 삼성의 팀 타율은 무려 3할1리(리그 1위), 역대 최고의 팀 타율을 기록한 팀 역시 삼성(1987년, 3할)이었다. 1987년 당시엔 108경기를 소화했고 지금은 경기수가 늘어났음에도 삼성 타자들은 괴력을 뽐내며 신기록을 세웠다.
반면 역대급 타고투저 현상은 프로야구 마운드에 큰 상처를 남겼다. 올 시즌 리그 평균 자책점은 5.21로 단연 역대 최고의 기록이었다. 만만치 않게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했던 1999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4.98로 종전까지 최고치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처음으로 리그 평균자책점이 5점 이상으로 치솟으며 투수들은 고생을 했다. NC가 팀 평균자책점 4.29로 1위를 마크했으나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은 없었다.

타자들이 힘을 내며 자연스럽게 리그 득점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생산된 점수는 모두 6477득점. 역대 처음으로 6000득점을 돌파했다. 리그 홈런이 1162개로 1999년의 1274홈런을 넘지 못했으나 전체적인 타율이 상승하면서 득점력은 훨씬 높아졌다. 리그 장타율 역시 4할4푼3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도별 3할 이상 타자를 살펴본다면 타고 현상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알 수 있다.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총 36명. 201안타 신기록의 사나이 서건창이 타율 3할7푼으로 최정상에 자리했고 김강민은 3할2리의 타율을 기록하고도 타격 36위에 머물렀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타율이 가장 낮았던 선수는 김재호로 2할5푼2리였다. 지난해 권희동이 2할3리로 최하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된다. 1999시즌과 비교해 봐도 3할 이상 타자들이 월등히 많다. 1999년엔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20명이었다. 타고투저 현상으로 20명이나 3할 타자가 등장했지만 올 시즌엔 36명으로 이 때의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올 시즌 타고투저의 원인으로는 좁은 스트라이크존, 투수들의 질적 저하, 타자들의 기술 향상, 공인구의 반발력 등이 꼽히고 있다. 이런 현상들로 인해 공격력이 다소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모든 기록 면에서 지나치게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특히 타격부문에선 신기록이 쏟아지며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썼지만 마운드에 남긴 상처를 생각한다면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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