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의 노림수 적중, 태극전사 '내가 더 배고프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12.18 06: 00

슈틸리케 감독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태극전사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며 제주도의 겨울 추위를 녹였다.
울리 슈틸리케(60, 독일)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아시안컵을 대비한 국내 최종 전지훈련지로 제주도를 선택했다. 대표팀은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옥석가리기와 담금질에 박차를 가한 뒤 22일 호주행 티켓을 잡을 23명의 주인공을 발표한다.
수장 슈틸리케 감독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울림을 안겼다. 그는 지난 10일 전훈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관심있게 훈련을 지켜보겠다. 열정이 있고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 이들이 있다면 경험, 나이와 상관없이 깜짝 발탁도 있을 수 있다"며 경쟁을 부추겼다.

전훈 첫 날이었던 지난 15일엔 "차두리도 이번 전훈에 참가했다고 해서 호주행의 보증수표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일주일 동안 대표팀을 위해 뛰어줄 수 있다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대표팀 문은 모든 선수에게 열려있다. 최종명단 발표 직전까지 일주일간 지켜볼 것"이라는 말로 태극전사들의 의지를 불태웠다.
이번 대표팀엔 슈틸리케호의 주축인 유럽파와 중동파가 없다. 시즌이 한창인 이들을 제외하고 K리그,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서 뛰는 이들로만 28인 명단을 꾸렸다. 이듬해 1월 호주서 열리는 아시안컵뿐만 아니라 8월 중국 우한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을 대비한 포석이다.
제주 전훈에 참가한 이들 중 아시안컵에 승선할 주인공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 최전방 공격수, 골키퍼, 중앙 수비수 등은 끝까지 경합이 치열한 포지션이다. 자연스레 바늘귀 경쟁을 통과하려는 태극전사들의 의지도 남다르다.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수장이 강조했던 '배고픔', '절실함', '기회' 등의 단어들을 앞세웠다.
최전방 공격수 대안으로 떠오른 강수일(포항)은 "나에겐 의지와 배고픔, 절심함 밖에 없다. 그걸로 승부하겠다"고 어필했다. 경쟁자인 이종호(전남)도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고 놓치기 싫은 기회다. 기회를 꼭 잡겠다"고 맞받아쳤다.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한교원(전북)은 "어떤 선수들보다 배고프고 간절하다"며 아시안컵 승선을 기원했다. 골키퍼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김진현(세레소 오사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쟁에서 앞서 있지 않고 뒤에 있지만 좋은 기회를 꼭 잡고 싶다"며 No.1 수문장 자리에 욕심을 내비쳤다. 이에 질세라 정성룡(수원)도 "골키퍼가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라며 장갑을 움켜쥐었다.
비단 말 뿐이 아니었다. 언행이 일치했다. 전훈이 펼쳐진 서귀포 시민축구장엔 3일 내내 굵은 빗방울과 눈보라도 모자라 강풍까지 쉴 새 없이 몰아쳤지만 태극전사들의 굳은 의지까지 꺾지는 못했다. 이들은 8대8 미니게임과 전술 훈련서 거친 태클과 몸싸움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움직임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특히 강수일이 헤딩 골을 터트리며 날 선 골감각을 과시하자 경쟁자 이종호도 오버헤드킥 골로 응수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흡족케 했다. 의도한 시나리오대로 100%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슈틸리케호에 선의의 경쟁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다.
dolyng@osen.co.kr
이종호-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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