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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연봉’ 이명기, 멈춤 신호 없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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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시대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억대연봉’은 여전히 상징적인 단어다. 그런데 이명기(27, SK)는 그 고지를 밟고도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럴까. 들뜬 기색이 없다.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오로지 내년만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다. 더 큰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이유다.

SK는 17일 소속 선수들의 연봉 협상 중간 현황을 발표했다. 많은 선수들이 화제를 모았지만 역시 처음으로 억대연봉을 받은 06학번 동기들이 큰 이슈였다. 이명기도 그 중 하나였다. 올해 4000만 원의 연봉을 받은 이명기는 6000만 원이 오른 1억 원에 2015년도 연봉 재계약을 완료했다. 이명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흘린 땀을 확실하게 보상받은 셈이다.

지난해부터 SK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이명기는 2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5월 8일 문학 두산전에서 펜스 플레이를 하다 발목 부상을 당해 2013년 시즌을 모두 날리는 불운을 겪었다. 3할4푼의 타율로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시점이라 아쉬웠다. 출전 경기수(26경기)가 적어 연봉도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도 발목 부상 여파로 초반에는 고전했다. 하지만 모두가 공인하는 타격 재능은 어디 가지 않았다.

시즌 중반부터 감이 잡은 이명기는 28경기 연속 안타로 대변되는 화려한 안타 행진을 이어간 끝에 83경기에서 타율 3할6푼8리를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키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데뷔 후 첫 세 자릿수 안타(105안타)도 기록했다. 그런 이명기에게 구단도 ‘억대연봉’으로 확실한 대우를 해줬다. 이명기는 계약을 마친 뒤 “억대연봉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 준 것 같다”며 얼떨결한 반응을 내놨다.

이명기는 아직 1군 풀타임 경력이 없다. 그럼에도 2년 만에 억대연봉 고지에 올라선 것이나 다름없다. 후자를 본다면 쉽게 이룰 수 없는 업적이다. 그러나 이명기는 전자에 주목한다.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다고,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년이 중요하다. 발목 부상을 털어낸 만큼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확실한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이명기의 당찬 각오다. 머리를 바짝 자르고 간 마무리훈련에서 그 단단한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성과는 있었다. 부족하다고 평가됐던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조원우 코치와 하루 종일 땀을 흘렸다. 이명기는 “조원우 코치님이랑 오전, 오후로 수비만 훈련했다”라고 떠올릴 정도다.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르기에 부담이 컸던 수비지만 이제는 서서히 자신감도 찾고 있다. 이명기는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라며 성과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올해 아쉬웠던 도루에서도 ‘최소 20도루’를 목표로 두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프로 경력을 놓고 보면 이제 1루를 돌아 2루를 향해 가는 이명기다. 발걸음을 떼는 것이 조금 늦었지만 어쨌든 올해 성과로 탄력이 붙어있다. 다행히 타구는 날카롭다. 내년에는 멈추지 않고 2루까지 달려간다는 게 이명기의 목표다. 1루 코치의 멈춤 사인은 없다. 2루에 갈 수 있느냐는 오로지 이명기의 능력에 달렸다. 연봉이 발표되는 그 순간에도 개인훈련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던 이명기가 또 다른 힘찬 출발을 선언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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