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황정민을 보면 왜 소름이 돋지 [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2.18 08: 03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황정민은 대한민국에서 관객들이 믿고 보는 몇 안되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윤제균은 '두사부일체'부터 '해운대'까지 온갖 장르의 흥행작을 쏟아낸 충무로 명장이다. 두 사람이 뭉쳤다. 올 겨울 한국형 감동 블록버스터 '국제시장'이다. 당연히 볼만하다. 여 주인공으로 톱 클래스 김윤진이 가세했고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으로 이어지는 조연진도 탄탄하다. 이 영화, 뭐 하나 흠잡을 구석이 없다. 관객 반응은?
'국제시장'은 개봉 첫 날인 17일 하루 동안 18만 4972명을 끌어모으는 돌풍을 일으켰다. 누적관객은 벌써 22만여명. 극장 성수기에 돌입하는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100만 명 돌파를 예상케할 수준의 산뜻한 출발이다.
같은 날 막을 올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호빗:다섯 군대 전투'에 선두 자리는 내줬지만 격차는 크지 않다. '호빗'은 18만 8,78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오차 범위 이내의 접전이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에서부터 시작된 피터 잭슨 중간계 시리즈의 최종회로 관객 대기 수요가 많았다. 또 플랜차이즈 외화의 특성상 초반 열기가 다른 신작들보다 더 뜨겁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사항들을 고려하면 '국제시장'의 첫 날 19만 관객 동원은 올 겨울 박스오피스의 뜨거운 감자임에 분명하다. 당초 우리 세대 아버지들의 지난 시절을 잔잔하게 풀어낸 스토리가 요즘 관객들에게 어필할까 우려했던 시선들을 한 방에 잠재우는 괴력을 발휘한 셈이다.
그 한 가운데 황정민과 윤제균, 최강 콤비가 자리하고 있다. 연기파 타이틀에 누구 하나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 황정민은 누아르 '신세계'에서의 "헤이! 브라더" 명연기에 이어 또 한 번의 완벽한 변신을 선보였다. 멜로면 멜로, 코미디면 코미디, 액션부터 스릴러까지 그가 고르지 않은 영화 장르를 찾기는 힘든 일이다. 현대물이건 사극이건 서사의 시점도 가리지 않는다.
황정민은 그동안 '달콤한 인생'의 천인공노할 악질 폭력배와 '신세계' 속 잔혹한 범죄자임에 분명하지만 인간미를 풀풀 풍기는 폭력배, '부당거래'의 선과 악 경계가 모호한 형사와 '사생결단' 속 물불 안 가리는 열혈형사 등 같은 장르, 같은 역할을 갖고서 전혀 다른 성격의 창조물을 쏟아냈다. 충무로 영화계가 황정민이라 쓰고 명품배우라 읽는 배경이다.
같은 멜로 장르에 여러 편 출연해도 캐릭터 소화와 연기는 180도 다른 게 그만의 강점이다. 멜로 영화로 드믈게 흥행에 성공한 '남자가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 그에게는 이미 정통 멜로의 고전이라고 할 '너는 내운명'과 허진호 감독의 '행보'이 있었지만 새로운 눈물 연기를 뽑아냈다. 오로지 전도연만 바라봤던 순박한 시골 청년('너는 내운명')과 기도원에서 운명의 여인 임수정을 만나고 헤어지는 클럽 사장('행복')이 뒷골목 건달로 바뀌면서 '남사'만의 참신하고 끈적한 멜로를 만들었다. 
윤제균은 대중의 마음을 읽고 사랑하는 감독이다. 흥행 감독이란 타이틀이 늘 그의 이름 석자에 붙어다니지만 '국제시장' 이후의 윤제균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시장'은 영화를 보는 재미못지않게 높은 완성도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수작이다.
'해운대'로 천만 감독 대열에 합류한 윤제균은 이번 '국제시장'으로 사상 처음으로 두 편의 천만영화를 연출한 감독에 오를 가능성이 적지않다. 연말연시 관객 시장은 연중 최고이고 '국제시장'은 개봉 이후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할 영화인만큼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 첫 스코어까지 훌륭했다.
'국제시장'은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쳐온 지난 세기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30대 이후 세대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눈덩이가 불거질 인생사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 윤제균은 덕수라는 한 아버지의 인생 대서사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옮기면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마술을 부렸다. 황정민의 연기는 요즘 인기 오디션 프로 'K팝스타4'를 통해 떠오른 유행어 심사평 마냥 '정신을 잃거나' '아예 평가를 할수 없는' 경지에 올라섰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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