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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오면 산에들에, 압구정에 불어닥친 로맨스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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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 대한민국 연극의 메카는 단연 혜화동, 대학로이다. 수백 개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각양각색의 인생들이 그려지고 노래가 울려 퍼지는 곳. 대학로는 창작자와 관객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거리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극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여기 대학로를 벗어나 압구정을 찾은 공연이 있다.

극단 씨어터 백의 <봄이오면 산에들에>(작 최인훈, 연출 백순원)가 바로 그 용감한 작품이다. 연말특수를 노리며 ‘로맨틱 코미디’를 외치는 무수한 공연들 속에서 <봄이오면 산에들에>는 지난 16일부터 2015년 1월 11일까지 오퍼스아트홀(강남구 신사동 566-31)에서 뚝심 있는 공연을 시작한다.

▲ 시어(詩語)가 드라마로

<봄이오면 산에들에>는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 선생이 1970년대 쓴 희곡이다. 희곡이지만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이 작품은 당대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극단 씨어터 백은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이 작품을 새로운 드라마로 재창조했다.

문둥이 엄마와 말더듬이 아비를 둔 달래, 그리고 그녀의 연인 바우. 최인훈 선생은 이들의 삶을 단어와 단어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의 언어로 노래하였다. 씨어터 백은 바로 그 침묵에 주목하였고, 침묵에 숨겨져 있는 그들의 삶을 가시화시켜 무대에 구현해 냈다.

사실 씨어터 백의 이 작품은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2013년 제13회 2인극페스티벌에서 연출상과 여자 연기자상을 받은데 이어 올해 2014년 제11회 부산국제연극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씨어터백의 <봄이오면 산에들에>가 압구정에서 다시 이 작품을 공연한데는 그들만의 열정이 숨어 있다. 연극 공연장을 쉽게 찾아보지 못했던 강남 일대에 ‘진짜 연극’의 바람을 일으켜 보겠다는 포부가 그것이다.  씨어터 백은 대학로에 편중된 극장 시스템을 벗어나 좀 더 다양한  관객과 만나고자 한다. 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연극에 대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다.



▲ 그리움 그리는 배우의 몸짓, 몸짓 휘감는 바람은 음악

"이 작품은 분명 ‘재미’있다. 작품의 연대나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고리타분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씨어터 백은 강조하고 있다. 씨어터 백의 <봄이오면 산에들에>는 희곡 속에 존재하는 다섯 명의 등장인물을 두 명의 배우가 일인 다역으로 연기한다. 배우들은 가면과 인형을 이용해 다양한 인물을 그리고 있다. 때론 익살스럽게, 때론 애잔한 인물들의 말과 몸짓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배우들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 속에 존재하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일궈내는 ‘흙벌레 무지렁뱅이’를 성실히 연기한다. 또 배우의 몸짓과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은 ‘바람’이 채워주고 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그 ‘바람 소리’를 듣는 것이다.

사실 <봄이오면 산에들에>는 드림팀이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공연에는 배우와 함께 늘 호흡하며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는 전통창작음악그룹 ‘THE 튠’이 있다. ‘THE 튠’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소리프론티어 경연에서 대상을 차지한 실력파 음악그룹이다. 이들은 씨어터 백과 함께 <봄이오면 산에들에>를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이다. 배우의 숨소리, 사소한 몸짓 하나까지 함께 호흡하며 소리를 창조해 해는 이들의 음악은 웰메이드 공연을 만들어 내기에 손색이 없다. 로맨스, 가족의 애잔한 사랑까지 포함하고 있는 <봄이오면 산에들에>가 우리의 체온을 좀더 올려줄 따뜻한 공연이 될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사진>씨어터 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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